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 상황은 여러 수치로도 확인이 된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가 2022년 9월에 발표한 중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무려 3,000만 채, 잔금 미지급 등의 이유로 비어있는 아파트 수가 1억 채였다. 부동산 개발 업체들은 2023년 말까지 최소 2,920억 달러의 국내 및 국외 채무 상환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본문 중)
조성찬(하나누리 동북아연구원)
요즘 중국이 심상치 않다. 2021년 12월, 중국의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헝다(恒大)의 부도 사태를 시작으로 중국 부동산 시장은 혼돈에 휩싸이기 시작했다. 중국 정부가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잠재우기 위해 2020년 8월부터 대형 부동산 개발사에게 부채 비율을 내리고 현금 보유 비율을 올리라는 지침을 내렸는데, 이 때문에 헝다그룹이 자금난에 봉착한 것이다. 규제 강화 이후 중국 각지에서 공사가 중단되거나 입주가 연기되는 아파트 단지들이 속출했고, 집값은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경기 위축 등 악재들이 겹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최근 2023년 6월에 중국의 또 다른 최대 부동산 개발사인 완다(万达) 역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급기야 지난달 8월 초에 중국의 우량기업 1위인 비구이위안(碧桂園)마저 달러화 채권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다행히 9월 4일 만기가 도래하는 39억 위안(약 7,090억 원)의 국내 채권 상환 기간을 3년 연장했지만, 앞으로도 갚아야 할 채권 만기일이 계속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비구이위안의 디폴트는 시간문제라는 견해가 유력하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중국의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큰 위기에 빠졌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국 부동산 시장의 위기 상황은 여러 수치로도 확인이 된다. 영국 캐피털이코노믹스가 2022년 9월에 발표한 중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무려 3,000만 채, 잔금 미지급 등의 이유로 비어있는 아파트 수가 1억 채였다. 부동산 개발 업체들은 2023년 말까지 최소 2,920억 달러의 국내 및 국외 채무 상환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에서 부동산 매매, 설계 및 시공을 포함한 건축, 철강 등과 같은 건축 자재와 가전, 인테리어 등 모든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합한 부동산 시장 규모는 중국 GDP의 무려 30%에 이른다. 게다가, 가계의 자산 구성에서 부동산 비율은 약 75%로 대단히 높다. 결국 부동산에 문제가 생기면 가계가 제대로 돌아가기 힘들고, 전체적으로 소비 위축이 일어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동산 개발 기업과 지방 정부 및 금융권 역시 큰 충격을 받게 된다.
중국 지방 정부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채 위기에 빠졌다. 대형 부동산 개발사의 부채 위기는 이해가 가는데 갑자기 지방 정부도 부채 위기에 빠졌다니 잘 이해가 안 갈 것이다. 그 연결 고리에는 중국 특유의 토지 국유제와 장기 토지 사용권 매각 제도가 자리하고 있다. 도시 토지가 국가 소유인 중국에서 각 지방 정부는 개혁 개방 이후 40년 동안 경제 발전 전략으로 장기 토지 사용권을 부동산 개발사에게 매각하고 큰 재정 수입을 누려왔다. 홍콩 모델을 따른 것이다. 헝다 같은 부동산 개발사가 장기 토지 사용권을 매입하면서 지방 정부에 지불하는 비용을 토지출양금(土地出讓金)이라고 한다. 지방 정부 재정 수입에서 토지출양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아 이를 ‘토지 재정’이라고 부른다. 경제 성장기에 다수의 지방 정부가 토지출양금/재정수입 비율이 100%를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최근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부동산 개발사가 토지 사용권 구매를 꺼려 지방 정부의 토지 사용권 매각 수입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2022년에 지방 정부 토지출양금이 4.13조 위안으로, 전년 대비 27.3% 하락했다. 토지 재정 수입이 부족하다 보니 지방 정부는 자연스럽게 부족한 재정을 채권 발행을 통해 보충했다. 전용 채권 발행량은 3.8조 위안으로,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그러다가 지방 정부도 대형 부동산 개발사와 마찬가지로 부채 위기가 온 것이다. 2018년 지방 정부 수입(income) 대비 부채 비율은 76.9%, 2020년 91.3%였으며, 2022년 1-9월에는 117.8%까지 급증했다.
중국은 이제 부동산발 금융 위기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물론 중국 양회(兩會)에서조차 중국 경제에서 가장 큰 리스크로 부동산 리스크를 지목했다.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 자금 확보 수단은 대체로 은행의 부동산 담보 대출이라는 간접 금융 시스템이어서, 기업이 대출 상환을 못 하면 기업뿐만 아니라 은행도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은행이 담보로 가지고 있는 것의 대부분이 부동산이어서 리스크가 은행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지출양금이라는 ‘낮은 지가’와 투기적 가수요로 인해 주택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가계들도 주택 구입 과정에서 은행 대출을 피할 수 없었다. 중국도 최근 여러 지방 은행에서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국에 큰 충격을 주었다. 중국인민은행이 2019년 10월 25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金融稳定报告)는 중소 은행의 13.5%가 파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 적이 있다.
모든 경제의 공통된 핵심 변수는 토지와 금융이다. 중국은 경제 발전 전략의 가장 중요한 기초인 토지 제도의 결함으로 인해 지금의 위기를 맞이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중국 정부가 토지출양제에 따라 주택 구입자들은 최대 사용기간인 70년 동안의 미래 토지 사용료를 일시불로 납부해야 한다. 물론 70년이 지나 토지 사용권 재연장을 위해서는 다시금 70년 기간의 토지출양금을 일시에 납부해야 한다. 이처럼 막대한 미래 토지 사용료를 토지출양금으로 화폐화하는 경제 시스템 내에서 유동성 과잉과 부채 위기라는 부동산 거품 경제를 피하기 어렵다.
<그림 1> 토지 출양 방식이 유발하는 주요 문제의 흐름도
중국 정부는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 앞으로 중요한 회복 기회가 있다. 바로 기존에 출양 방식으로 유상화된 토지 사용권 기한이 만료되어 재연장해야 하는 시기다. 장기 토지 사용권 70년 기한의 주택용지는 앞으로 30-40년 후에 재연장하거나 종료시켜야 한다. 공업 용지나 상업 용지는 더 일찍 찾아올 것이다. 그때 정부는 기존 토지출양제 방식 대신 토지연조제(年租制)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두 방식을 비유적으로 설명하면, 토지출양제 방식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것이라면, 토지연조제 방식은 정기적으로 낳는 황금알을 꾸준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토지연조제는 중국 개혁 개방 시기 이미 선택지 안에 있던 방식이다.
재계약 과정에서 토지연조제 방식으로 전환하게 되면 지방 정부는 매년 토지 임대료 수입이 발생하여 안정적인 재정 수입을 확보하게 된다. 건강한 토지 재정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도 하향 안정화된다. 결과적으로 주기적인 부동산 거품 경제의 형성을 막을 수 있다. 중국이 토지연조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은 마치 한국에서 국토 보유세를 전면적으로 실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이미 강력한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탐욕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편가르지 않는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탐욕은 그 자체로 강력한 이데올로기다. 탐욕은 성경의 희년(禧年)이 강조한 평등한 토지권을 한 발로 뭉개고 서 있는 바알이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그 뒤를 따라가는 한국, 40년 호황기가 끝났다는 중국의 경제 발전 전략은 모두 탐욕을 부추기는 잘못된 토지 제도에 뿌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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