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홍수에는 대비할 수 있고, 대비해야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4조 제1항). 이를 위해서 평소에 계획을 세우고 점검해야 한다. (본문 중)
손익찬1)
경부고속도로 청주나들목(IC)으로 나와서 청주 시내로 들어가면 아름다운 가로수 길을 만나게 된다. 흔히 보는 가로수보다 2배 정도는 키가 커 보이는 나무들이 줄지어서 방문객을 맞이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이 도로의 정식 명칭은 ‘가로수로’이다. 청주 시내와는 반대 방향으로 가로수로를 따라가면 오송역이 나온다. 청주 시내에서 오송역으로 가려면 ‘미호강’을 건너야 하는데, 그러려면 미호천교(다리)를 이용해야 한다. 미호천교를 건너면, 가로수로와 교차하는 508번 지방도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508번 지방도에 ‘궁평2지하차도’(전체길이 685미터, 터널구간 430미터)를 설치함으로써 교차로를 없앴다. 지하차도 인근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주관하여 미호천교를 확장하는 공사를 하고 있다. 이 공사를 위해서 미호강의 기존 제방을 허물고 임시 제방을 쌓아둔 상태여서 강이 범람할 위험이 컸다. 우리가 ‘오송 참사’에서 주목해야 하는 장소는 궁평2지하차도와 미호강, 그리고 임시 제방이다.
2023년 7월 13일 청주지역에는 25.6mm의 비가 왔다. 다음 날인 14일에는 171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토요일인 15일에는 전날보다 더 많은 256.8mm의 비가 내렸다. 최근 3년간 청주 지역 강수량이 2020년 1,358.6mm, 2021년 1,001.6mm, 2022년 1,236.4mm이고, 3년 평균치는 1,198.8mm이다. 그런데 7월 13, 14일 이틀 동안 연 강수량의 10%가 넘는 196.6mm의 비가 왔고, 3일째에도 계속해서 많은 비가 내렸으니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7월 15일 오전 4시 10분, 금강홍수통제소는 미호천교 지점의 홍수 경보를 발령했다. 6시 34분, 금강홍수통제소는 유선 전화로 청주시 흥덕구청에 교통 통제와 주민 대피 필요성을 통보했다. 이후에도 행복청 감리단장과 마을 주민의 신고가 잇따랐는데, 미호강 범람 위기와 궁평지하차도 침수 위기를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지하차도 이용을 통제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없었다. 8시 9분 미호강 임시 제방 붕괴가 시작되었다. 27분에는 궁평2지하차도로 강물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청주시청은 8시 35분에야 재난 문자를 발송해서 미호천교 부근 침수 위험을 알렸다. 그러나 5분 만인 8시 40분에 궁평2지하차도가 완전히 침수되었다. 17대의 차량이 침수되어 14명이 사망하고 9명이 다쳤다. 사망자 9명이 747번 버스 기사와 승객이었는데, 이 버스는 원래 노선은 가로수로를 이용해서 곧바로 오송역으로 가는 것이었지만, 폭우로 인하여 원래 다니던 도로가 통제된 탓에 우회로를 택해서 지하차도를 이용하였다. 궁평2지하차도 이용이 위험하다는 통제가 있었거나, 연락이라도 있었더라면 버스는 그곳으로 가지 않았다.
비가 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홍수에는 대비할 수 있고, 대비해야 한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그 밖의 각종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정한다(제4조 제1항). 이를 위해서 평소에 계획을 세우고 점검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세워서 재난의 수습에 관한 사항을 총괄·조정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위 법 제16조 이하). 여기서 대책본부장은 자치단체의 장이다. 지자체의 인력과 예산만으로 어렵다면 경찰, 소방 등 다른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할 수도 있다. 재난과 관련하여 정보를 취합하여 할 수 있는 대비를 하는 것이 지자체장의 의무인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 이범석 청주시장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관할 구역 내에서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구체적인 책임을 지는 사람이다. 김영환 충청북도 도지사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는 “공중이용시설”인 국가하천(미호강)과 지하차도가, 관리상의 결함이 없도록 관리해야 하는 책임자이다. 이 두 사람은 하나같이 ‘본인은 잘못이 없고, 책임이 없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틀렸다. 이 두 사람은 정작 ‘본인이 무엇을 했는지’는 전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3일째 많은 비가 내렸고, 범람에 관한 여러 기관의 경고와 주민 신고가 있었는데도 왜 지하차도를 통제하지 않았는지를 설명한 적이 없다. 그에 앞서, 폭우가 예상됨에도 임시 제방을 왜 그대로 방치했는지에 관해서도 (행복청이 주관한 공사라는 변명 외에는) 설명한 적이 없다.
1) 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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