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밖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평가가 아닌, ‘다른 대화’, ‘다른 위로’를 기대하며 교회를 찾아온 청년들에게는 이런 상황들이 교회조차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라 심문의 장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들의 삶과 선택에 대한 무심한 평가는 교회 공동체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모두 잃게 만든다. (본문 중)

신하영1)

 

지난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한국인들은 추석과 개천절이 이어진 ‘황금연휴’를 보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친인척, 그간 여유가 없어 만나지 못했던 반가운 이들과의 대화 역시 ‘황금빛’이었을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실제로 명절 직후에 이혼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우울증을 호소하는 이들도 급격히 늘어난다고 한다. 즐거워야 할 명절, 오가는 대화 속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많은 한국인들은 머릿속으로 한 가지 고민을 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이번에도 친척 어른들로부터 쏟아지는 결혼이나 취직, 그리고 임신과 출산(혹은 둘째 아이) 등에 대한 질문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다. 이런 상황은 교회 공동체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교회에서도 어른들은 ‘관심’과 ‘챙기기’라는 명목으로 청년들의 사생활에 대해 묻는다. 그런데, 이런 질문들은 정말로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까?

 

20대 초반 청년 A씨는 교회에서 어른들로부터 무차별적인 신변 탐문을 받은 경험이 있다. “취직은 언제 하냐, 어떤 일 하고 있냐?” 물론 상냥한 외양을 갖춘 질문이었다. 주일학교 교사로 열심히 헌신하는 A씨를 향한 격려 차원의 말이었다. 하지만 이런 질문들은 머릿속에 ‘저도 그걸 알고 싶어요, 저야말로 이런 질문에 답을 하고 싶다고요!’라는 생각을 일으켰다.

 

30대 중반 워킹맘 평신도 B씨 역시 교회의 어른들로부터 결혼과 출산에 대한 무심한 질문을 받은 기혼 청년이다. 첫째 아이의 유치부 주일학교 모임이 마치기를 기다렸다가 데리러 나오는 길에 마주친,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성가대 활동을 하시는 권사님은 “아유 이제 둘째는 언제 가지려고?”라고 물어본다. 사실 B씨는 회사에서 비슷한 질문을 하는 상사나 직장 동료를 향해서는 정색하며 불쾌감을 드러낸 적도 있다. 하지만 B씨는 속으로 ‘뭐, 나도 알고 싶죠. 하지만 지금은 아직 모른다고요!’라고 외쳤지만,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상황은 교회 공동체와 명절에 만난 친척 사이에 놀라운 공통점을 보여 준다. 둘 다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청년들에게 스트레스와 부담을 주게 된다. 최근에는 ‘잔소리 메뉴판’도 등장했다. 취업 잔소리할 거면 얼마를 내고, 결혼 잔소리는 그보다는 비싼 얼마…, 이런 식으로 잔소리를 하고 싶으면 대가를 지불하라는 냉소적인 농담까지 나온 것이다. 그런데 차이점이 있다. 명절은 1년에 많아 봤자 두세 번만 돌아오지만, 교회는 매주 출석하는 곳이다. 일상에서 우리에겐 교회가 더 가깝다. 이 차이점은 우리가 명절에 친척들의 언어에서 받는 스트레스만큼이나 큰 괴로움과 부담이 교회 공동체의 언어생활에서도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건강한 세대 간(Inter Generational) 교회 공동체의 8가지 징후”라는 글에서는 “다연령 대화”(inter-generational communication)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말하고 있는지’라고 한다.2) 그러면서 “십 대들은 공동체 탄광의 카나리아”라는 표현을 빌려 와서, 교회 내에서 어느 순간 십 대들, 청년들이 자발적으로는 기성세대, 어른들과 같은 공간에서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공동체의 위기라고 이야기한다.3)

 

교회 밖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평가가 아닌, ‘다른 대화’, ‘다른 위로’를 기대하며 교회를 찾아온 청년들에게는 이런 상황들이 교회조차 더 이상 안식처가 아니라 심문의 장이 되었다는 느낌을 받게 한다. 그들의 삶과 선택에 대한 무심한 평가는 교회 공동체에 대한 기대와 애정을 모두 잃게 만든다.

 

이런 상황을 바꿀 방법은 무엇일까? 아마도 먼저 교회 어른들에게 ‘생활에 대한 무심한 질문’이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 알려 주는 것일 것이다. 애정과 관심에서 그리했다고 항변한다면, 좋은 방법을 알지 못하는 돌봄은 학대가 될 수도 있음을 조금은 냉정하게 알려 줘야 한다. 그리고 청년들 역시 누군가가 나의 삶에 관해 물으면, ‘아직 모르겠어요. 하지만 열심히 탐색하고 있고, 그 과정이 즐겁습니다!’라고 답하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해서 우리 모두가 교회에서 서로의 삶과 선택을 존중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1) 세명대학교 교수(교육학), 기윤실 청년위원.

2) Robert and Laura Keeley, “8 Signs of a Healthy Intergenerational Church”, 「The Banner」, 2023. 2. 13.

3) “탄광의 카나리아”는 초기 경고 시스템을 가리키는 말이다. 과거 광부들은 카나리아를 탄광에 가져가 가스 누출이나 기타 위험을 미리 감지했던 데서 유래한다. 이제 이 표현은 위험 또는 문제를 조기에 식별하는 것과 관련하여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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