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들이 특히 궁금해하는 희생자들의 사망 시각과 이동 경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와 원인, 향후 수습 과정 등도 모두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이란 유학생의 고모는 “병원 서류도 없이 사망 증명서만 받았다”라며 “병원으로 이송되고 10월 30일에 사망한 것인지 어떤 이유로 사망하였는지 전혀 알 수 없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한국 유가족들은 “한국 희생자들도 마찬가지”라며 “정확한 사망 시간을 알 수 없고, 소방서 구급 일자와 자료도 없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나누었다. (본문 중)

전수진1)

 

1029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 1년은 유가족과 생존자들에게는 가혹하고 참담한 시간이었다. 159명의 참사를 목격하거나 기록을 접해 온 시민들에게도 이제 10월 29일은 참척의 고통을 함께하는 날로 남았다. 희생자의 아버지, 어머니들은 국회의 반쪽짜리 국정 조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의 꼬리 자르기식 수사,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기각, 계속해서 지연되는 이태원 참사 책임자 형사 재판을 보면서 오열했고 분노했다.

 

지난 1년은 보수 단체의 맞불 집회와 피해자를 도리어 손가락질하는 악성 댓글과도 싸우는 날들이었다. 악성 댓글과 비난은 유가족들뿐 아니라 유가족들과 함께하는 단체에도 향했다. 그런데도 희생자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의 힘이 더 컸다. 참사가 왜 일어났는지 밝히고 또다시 이러한 참사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모여 지난 4월 20일에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발의되었다.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기 전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함께 단식하며 서울광장 분향소부터 국회까지 빗길을 걸었다. 현재 특별법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하였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10월 23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제 보고회>를 열었다. 경찰, 소방, 보건복지부(응급의료), 행정안전부, 서울특별시, 용산구 등 기관별로 참사의 예방, 대비, 대응 및 복구 과정을 진단하고, 밝혀져야 할 31대 주요 과제 및 173개의 세부 의혹을 제시하였다[별표 제시].

 

핼러윈 축제가 있기 2주 전인 2022년 10월 14일, 서울경찰청장은 핼러윈데이 관련 정보 보고서를 받고 두 차례에 걸친 화상 회의를 개최하며 인파 운집이나 인파 집중 관련 위험성에 대비할 것을 지시하였다. 이에 대비하지 않았던 용산경찰서장은 참사가 발생한 날 밤 9시경까지 삼각지 일대에서 있었던 집회·시위를 관리하였다. 집회·시위가 끝난 후에는 이를 관리한 경찰관들을 치하하기까지 하였다.

 

저녁 6시 34분경에 이미 “압사당할 것 같다”라는 112신고가 1차로 접수되었고, 저녁 9시에는 Code 0(최단 시간 내 출동)가 발령된 상태였다. 상황실에 있던 형사과장은 저녁 6시부터 지속해 들어온 압사 사고를 용산경찰서장 이임재에게 전하였지만, 경찰서장은 “압사?”라고 되물었을 뿐 더 이상 어떠한 조치도 하지 않았다.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차량 이동 중 네 개의 무전기를 소지하고 특정 무전 내용을 전달하는 무전 수행 담당 경찰관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집회·시위와 관련된 무전 내용을 듣는 수행 담당 경찰관만을 두고 있어, 안전사고와 관련된 내용을 전달하는 수행관은 왜 부재하도록 두었는지 의문이 생긴다.

 

압사 사고 위험과 차가 막히는 상황에도 저녁 9시 51분경 이임재 서장은 녹사평역에서 이태원 파출소로 이동 중 중간에 대통령 관저에 들렀다. 핼러윈데이 인파 사고 위험에도 그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관저 앞 상황에만 신경을 썼다. 그 때문에 녹사평역에서 이태원 파출소까지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를 이동하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유가족들이 특히 궁금해하는 희생자들의 사망 시각과 이동 경로, 사망에 이르게 된 경위와 원인, 향후 수습 과정 등도 모두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인 이란 유학생의 고모는 “병원 서류도 없이 사망 증명서만 받았다”라며 “병원으로 이송되고 10월 30일에 사망한 것인지 어떤 이유로 사망하였는지 전혀 알 수 없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에 한국 유가족들은 “한국 희생자들도 마찬가지”라며 “정확한 사망 시간을 알 수 없고, 소방서 구급 일자와 자료도 없다”라며 답답한 심정을 나누었다.

 

1년간의 세월 동안 수많은 과정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산적한 진상 규명 과제를 안고, 유가족들과 시민들 2만여 명이 지난 10월 29일 서울광장에 1년 추모 대회로 함께 모였다. 참사 당일 고 김의진 씨의 어머니는 추모 시를 낭독하며 다음과 같이 심정을 이야기하였다.

 

사회적 참사에 분명히 희생자와 피해자가 있는데도 누구 하나 진실을 밝히려고 하지 않았고 처벌받지도 않았다. 국가와 행정 기관은 예방·대응·수습 모든 영역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했음에도 지금까지도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하여 피해자들을 절규하게 하고 있단다.

 

 

[별표] 민변 주관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제 보고회 – 기관별 추가 조사 과제

경찰

경찰 조직의 수장인 경찰청장의 용인될 수 없는 무능과 무책임

참사 전·후 서울경찰청장의 대응은 적절했나?

골든타임이 중요했던 참사 초기, 용산경찰서장은 왜 늑장 대응을 하고 있었나?

예년과 달리 참사 당일 이태원에 정보관이 파견되지 않은 이유는?

경찰청장/서울경찰청장은 핼러윈데이 대비 보고서를 확인하였나?

용산경찰서 작성 정보보고서는 서울경찰청/경찰청에 보고되었나?

핼러윈데이 대비 정보보고서를 보고받았음에도 조치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또, 참사 직후 조직적으로 보고서를 은폐한 이유는 무엇인가?

서울경찰청장은 왜 핼러윈데이 관련 사전 대비를 하지 않았나?

그동안 주최자가 없는 행사는 대비하지 않았다는 경찰의 해명은 사실인가?

대통령실 이전이 경찰 배치 등 안전사고 대비에 영향을 미쳤는가?

소방 및 보건복지부 (응급의료)

현장의 눈이 되어야 할 영상 송출 시스템은 왜 먹통이었나?

1조 5천억의 사업비가 투입된 재난안전통신망은 왜 무용지물이 되었나?

구조 및 응급조치 지연의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가?

희생자들은 생사의 기로에서 제대로 된 응급조치를 받았나?

중증 분류 및 병원 이송 조치, 사망 판정 등에서의 의문점들

참사 당시 신속한 응급 의료 체계가 작동하였나?

참사 당일 용산소방서 책임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행정안전부

국가재난대응체계의 총책임자로서 참사 예방·대비에 관하여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상황 관리 철저”라는 추상적 지시 외에 참사 발생 전·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였나?

사고 이후 수습 시 유가족끼리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게 했던 이유와 그 타당성에 대해. 행정안전부 1대1 원스톱 지원의 내용과 실제 운용 행태에 대해(피해자 지원 부분 과제 참조)

서울특별시

인파 운집에 따른 참사 징후를 조기에 확인하거나 대처하는 데 실패한 이유는?

서울시는 참사 대응 과정에서 무엇을 하였나?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는 왜 이루어지지 않았나, 무정차 통과했다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었나?

용산구

핼러윈데이 인파 밀집을 예견하고도 왜 안전 대책에 소홀했나?

초기 재난 대응 실패와 임시 영안소 운영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참사 발생 후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 시설 운영 경위

피해자 지원

유가족에 대한 정보 제공이 지연된 문제점

유가족의 신원 확인 및 시신 인도 과정에서의 문제점

참사 직후 유가족 지원의 문제점

피해자 지원 체계의 문제점

피해자에 대한 명예 훼손 및 혐오 표현으로 인한 2차 가해

 

 


1) 민변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및 법률지원TF, 미국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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