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폐기물의 처리 원칙은 감량, 자원화, 소각, 매립의 순서로 가치를 구분한다. 그리고 바다에 버리는 것은 가치가 가장 낮은 최악의 방법으로 많은 나라들이 해양 투기 금지 조약(런던 협약)에 가입하여 바다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고 약속하고 있다. 땅에 매립한 쓰레기는 문제가 되면 다시 파내어 다른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고, 소각은 소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 물질을 저감이라도 할 수 있지만 한 번 바다에 버린 쓰레기는 관리할 방법이 없다. (본문 중)

김영환(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2023년 11월 2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3차 해양 투기를 시작했다. 언제나처럼 시민사회의 반응은 격렬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기자 회견을 열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어떻게 먹거리를 오염시키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설명했다. 한국 정부는 반대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얼마나 환경에 영향이 적은지, 우리나라 수산물이 왜 안전한지를 열심히 언론에 설명했다. 일본이 지난 8월 24일 원전 오염수를 1차 방류한 이래 국내에선 회차마다 같은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 중 하나는 오염수가 바다에 미칠 영향을 실험실에서 실험하듯 정확하게 계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이전에는 어떤 나라도 그와 같은 방식으로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린 적이 없었다. 일본 정부가 강조하고 한국 정부가 신뢰하는 오염수 방류의 ‘국제 기준’도 사실 모호하다. 전 세계에서 핵발전소를 4개 이상 운영하는 나라는 미국,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 십 수개에 불과한데, 나라마다 원전에서 배출되는 물의 방사선 허용 기준치가 다르고 ‘이 정도의 오염수는 바다에 방류해도 안전하다’는 식의 국제적인 합의를 한 적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안전할 것이라는 예측과 위험할 것이라는 예측이 맞서고 있다. 결국 바다에서 어떤 가시적인 현상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립은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나는 원전 오염수가 우리 바다와 먹거리에 미칠 구체적인 영향에 대한 논의에서 잠시 벗어나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 왜 한국 정부는 이웃 나라가 바다에 폐기물을 버리는데 우리나라 수산물 안전만을 강조하는가? 만약 우리나라에 영향이 없으면 바다에 폐기물을 버려도 되는가? 누군가 휴가철 해수욕장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그것은 부도덕한 일이다. 물론 그 쓰레기가 수산물을 오염시킬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부도덕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다. 공공의 바다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않기로 모두 약속했기 때문에 그 행동은 불법이다.

 

 

해양 투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2015년까지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폐기물 해양 투기를 하던 나라였다. 기업들은 국내에서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 침출수와 공장 폐수, 하수 슬러지 등을 모아 큰 배에 싣고 동해, 서해, 남해 먼바다에 나가 폐기물을 그냥 버렸다. 해양 투기가 지속되는 동안 바다를 맞대고 있는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주기적으로 우리나라에 항의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바다가 전부 한국 것이냐고 항의하며 바다에 폐기물을 버리지 말라고 했고, 한국 정부는 그때마다 국제적인 항의를 받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전전긍긍했다.

 

일반적인 폐기물의 처리 원칙은 감량, 자원화, 소각, 매립의 순서로 가치를 구분한다. 그리고 바다에 버리는 것은 가치가 가장 낮은 최악의 방법으로 많은 나라들이 해양 투기 금지 조약(런던 협약)에 가입하여 바다에는 쓰레기를 버리지 말자고 약속하고 있다. 땅에 매립한 쓰레기는 문제가 되면 다시 파내어 다른 방법으로 처리할 수 있고, 소각은 소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염 물질을 저감이라도 할 수 있지만 한 번 바다에 버린 쓰레기는 관리할 방법이 없다.

 

1960년대부터 무분별하게 시작된 우리나라의 폐기물 해양 투기는 1993년 정부가 부산, 포항, 군산 앞바다를 아예 폐기물 투기 해역으로 지정하고 이후 서울 남산을 약 3개 정도 쌓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양의 폐기물을 바다에 버릴 때까지 지속됐다. 해양 투기가 절정에 달했던 2005년, 어민들이 동해 수심 2km에서 잡아 올린 홍게에서 머리카락과 돼지털이 나와 언론에 보도되었다. 놀란 한국 정부가 해당 지역의 어업권을 회수하고 해저 토양을 분석해 보니 바다에서 희석되고 없어질 줄 알았던 중금속과 각종 오염 물질들이 해저에 두껍게 쌓여가고 있었다. 그렇게 다른 나라가 해양 투기를 그만하라며 항의해도 쉬쉬하던 한국 정부는 우리 바다가 오염되고 우리 수산물이 위험해지고 나서야 해양 투기를 멈출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2006년부터 단계적으로 투기량을 줄이고 2013년에는 모든 해양 투기를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3년이 되자 전 세계 기업들이 다 하는 폐기물 육상 처리는 비용이 너무 비싸 기업이 어려워진다며 해양투기를 2년간 더 연장했고, 그러고 나서야 2016년 모든 해양 투기를 종료했다.

 

그런데, 올해 갑자기 일본 정부가 방사능 물질이 포함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고 있다. 그들은 각종 기준치와 제거 기술과 IAEA 보고서 같은 복잡한 이야기로 초점을 흐리지만, 본질은 육상에서 처리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 폐기물을 그냥 바다에 버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폐기물을 바다에 버릴 때 그들이 항의했던 것처럼, 공공의 바다에 원전 오염수를 버리지 말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해 우리 수산물이 얼마나 오염되고 위험할지도 중요하겠지만, 해양 투기는 윤리적인 문제다. 우리는 학교에서 대한민국은 3면이 바다라고 배우고, 해양으로 진출해야 나라가 잘될 것처럼 가르친다. 그런데 그 바다에 이웃 나라가 위험한 폐기물을 아주 오랫동안 아주 많이 버리겠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명확하게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입장을 밝혀야 한다.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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