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은퇴준비, 교단 차원의 책임의식 필요”

기윤실,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매뉴얼’ 발간

1년 예산의 5%, 은퇴 목회자 보수로 적립 제안
은퇴 목회자에 대한 공교회적 책임의식 가져야

 

준비되지 않는 은퇴 목회자의 삶은 암담하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 목회자들의 은퇴가 본격화되면서 이 문제가 향후 10년 내 한국교회의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한국교회 신뢰회복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을 발간했다.

지난 24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출판간담회에서 기윤실 공동대표 정병오 교사(오디세이학교)는 “목회자 은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목회자와 교회, 노회 차원에서 은퇴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돕는 <목회자 은퇴 매뉴얼>을 제작하게 됐다”고 출간 배경을 밝혔다.

기윤실은 이번에 발간된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을 기본 지침으로 개별 목회자와 교회가 이를 상황에 맞게 이용하고, 노회와 총회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이날 현장에서는 은퇴 목회자의 사례 발표와 함께 목회자가 은퇴 이후에도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적정 은퇴 보수의 기준이 제시돼 눈길을 끌었다.

2202년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소득은 월 327만원이며, 이중 정규직은 월 379만원 비정규직은 월 168만원이다. 반면 한국교회 목회자 소득은 월 176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교회의 규모가 작을수록 목회자는 심각한 생활고에 노출된다. 50명 미만의 교회의 경우 목회자 평균소득은 월 124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교회 목회자 은퇴 매뉴얼>에서는 목회자 평균소득인 176만원과 근로자 평균소득 327만원의 중간값인 ‘250만원’을 은퇴 목회자 보수의 기준으로 제시했다. 이는 담임목사의 기본급과 기타수당을 포함한 전체 급여를 말한다. 쉽게 말해 월 급여 250만원 받는 자가 20년 재직 이후 은퇴했을 경우 교회는 퇴직금으로 약 5천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금액은 자립교회의 경우 1년 예산의 절반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 번에 지출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 목회자의 은퇴 시기 10년 전부터 교회가 퇴직금을 비축한다고 가정할 경우 1년에 500만원, 한 달에 41만원 정도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조성돈 교수(실천신대)는 “교단이 미자립교회를 지원할 때 은퇴 보수와 관련한 예산이 추가 책정되어야 한다. 빠듯한 재정 상황이겠지만 1년 예산의 5% 정도를 목회자 은퇴 시기를 대비하는 현명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은퇴 목회자의 노후 특히 경제적 부분은 개인이나 개교회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교단 차원에서 준비할 것도 제안했다. 조 교수는 “평생을 목회에 헌신하고 교회를 섬긴 목회자의 은퇴 이후를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각 교단은 목회자의 은퇴를 준비하기 위한 준비모임과 연구조사, 그리고 그에 맞는 제도적 변화를 이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목회자 3명의 은퇴 사례를 토대로 발표한 곽은진 교수(아신대 상담학)는 목회자가 은퇴 이후 당면할 수 있는 심리적 문제를 분석했다. 대부분의 목회자가 자신이 몸담은 직업에서 물러나 쉼을 얻는 진정한 의미의 보상이 아닌, 건강의 문제와 함께 경제력과 힘든 사투를 벌여야 하는 두려움에 직면해 있다.

대인관계나 사회구성원으로서 역할 변화로 인해 경험하는 ‘은퇴 증후군(우울증)’에 있어 은퇴 목회자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자신이나 가족보다 목회와 성도를 더욱 중요시 여기며, 목회에 전념해온 목회자는 은퇴 이후 더욱 극심한 감정 변화를 겪는다.

곽 교수는 “목회자일지라도 은퇴는 준비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또 경제적 측면의 은퇴는 있지만 목회자로서 영혼 구원 사역에 은퇴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노년기의 목표를 새롭게 설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하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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