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아쉬운 것은 이 문제를 너무 정신 건강 문제로만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 건강이 가장 중요한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만 몰아가면 놓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정신 건강 문제는 이 사회의 문제들이 초래한 결과일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 승자 독식, 경제 중심 사고, 불안한 사회 안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본문 중)

조성돈1)

 

우리나라에 자살이 많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OECD 국가 중에서 자살률로 1위를 한 지도 20년이 되어 간다. 중간에 몇 달 OECD에 새롭게 가입한 리투아니아에 밀려 2위를 한 적이 있으나, 곧 1위를 되찾고 굳건히 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대한민국에서는 한 해 동안 자살로 인한 사망자가 12,906명이었다. 하루에 35명이 넘는 사람이 자살로 생을 마친다.

 

대한민국은 자살이라는 ‘상시적 재난’ 가운데 있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한 죽음이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자살은 충분히 막을 수 있다. 사회가 함께 노력하면 자살은 막을 수 있음을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일본은 몇 년 전만 해도 OECD 국가 중에서 한국 다음으로 자살률 2위였다. 그런데 이제는 대폭 줄어들어 세계 5위에 자리하고 있다. 국가가 앞장서고 민간 단체들이 협력하면서 그러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또 핀란드 역시 자살 예방에 성공적인 사례를 남겼다. 핀란드 같은 경우는 자살자에 대한 심리 부검을 실시했다. 그들이 왜 자살하게 되었는가를 살펴서 자살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에 맞는 자살 예방 대책을 세우고 실행함으로써 자살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보면, 자살은 분명히 예방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살은 재난이고, 이 재난을 매해 맞이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상시적 재난 상황’ 가운데 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그동안 국가가 자살 예방에 상당히 소극적이었다는 점이다. 지금도 일본에 비하면 대한민국의 자살 예방 예산은 약 20배 차이가 난다. 맞다. 2배가 아니라 20배이다. 그나마 대한민국의 예산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그 격차를 줄인 것이다. 그동안 정부는 자살은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지가 없었다. 그런데 올해 정부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획기적인 정책을 발표했다.

 

지난 8월에 국민통합위원회의 자살 위기 극복 특위에서 정책 제안을 했다. 국민통합위원회는 이 정부가 들어서면서 김한길 위원장을 내세워 몇 가지 아젠다를 중심으로 논의를 해왔다. 그 가운데 ‘자살위기극복특위’의 활동이 있었다. 그리고 몇 개월 동안 적극적인 논의를 거쳐 이번에 제안을 내놓았다. 그 가운데서는 자살 예방 전화를 109로 통합하여 하나로 하겠다는 것도 있었다. 그동안 자살 예방 전화에 다양한 번호가 있었다.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이나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청소년상담전화 1388, 생명의전화 1588-9191 등이다. 그런데 이런 전화를 하나로 통합함으로 사람들이 번호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정책이다. 그 외에도 자살 유발 유해 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자살에 노출되는 빈도를 줄이겠다는 의지이다. 그리고 중앙 정부와 함께 각 지자체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제안을 정부도 적극적으로 수용할 의지를 내비쳤다. 대통령이 이 제안에 대해서 각 정부 부처가 적극적으로 응답하라고 했다. 그런 의지는 더 발전하여 12월에 대통령 주재로 ‘정신건강정책 비전선포대회’로 이어졌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안에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가 설정되었다. 이에 따라 정신 건강에 대한 정부의 노력 의지를 나타냈다. 무엇보다 심리 상담과 정신 건강 진단을 받을 기회를 대폭 늘리는 것이다. 이번 정부의 임기 내에 100만 명에 대한 심리 상담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특히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거나 가족의 자살을 경험한 유가족, 의료 기관이나 복지 센터에서 정신 건강에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이들에게 먼저 이러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다. 그리고 청년들은 2년마다 한 번씩 정신 건강 검진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1,600만 명에 대한 자살 예방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한다.

 

이전에 정부가 가졌던 소극적 태도에 비하면 이번 정책은 전향적인 면을 보인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신 건강을 챙기고, 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의 추진을 위해서 예산을 늘리고, 활동도 넓게 가져갈 것으로 기대가 된다. 아마 이것은 최근 일어났던 ‘묻지 마 폭행’의 충격도 컸던 것 같다.

 

다만 아쉬운 것은 이 문제를 너무 정신 건강 문제로만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신 건강이 가장 중요한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그렇게만 몰아가면 놓치는 부분들이 많이 있다. 정신 건강 문제는 이 사회의 문제들이 초래한 결과일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 승자 독식, 경제 중심 사고, 불안한 사회 안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자살 예방도 같은 측면이 있다. 사람이 죽는데 그 이유가 어떻게 한두 개로 정리가 되겠는가. 그 과정에는 수많은 이유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래서 자살 예방 역시 수많은 방법이 필요하다. 그리고 수많은 경로가 필요하다. 정말 요구르트 배달원부터 학교 선생님, 사회복지사, 상담사, 마을 어르신 등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야 하는 일이다. 특히 교회와 같은 종교 기관이나 그 지도자들은 가장 큰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교인들을 돌볼 뿐만 아니라 교인들을 통해서 주변을 돌보는 일을 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위기에 있는 이들이 교회를 바라보면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살 예방은 총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살펴본다면, 현재의 자살 예방 체계는 너무 무겁다. 처음부터 정신과나 정신건강복지과 등으로 가야 한다면 그게 쉽지 않다. 그 전에 교회에서 목회자를 만나고, 상담사를 만나고, 가정의학과도 거치고, 정신건강복지센터나 보건소 등도 거칠 수 있도록 해 주면 좋을 것 같다. 마치 당뇨병 환자가 스스로 운동하고 식이요법도 하고, 방송이나 정보를 접해서 적용해 보고, 약국이나 의원에서 약도 받아서 먹고, 안 되면 큰 병원이나 대학병원으로 가듯이 단계별로 가면 좋겠다. 그래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 아주 가까운 곳에서부터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앞에서 말한 총체적 자살 예방 체계가 필요하다.

 

자살은 예방할 수 있다. 국가가 나서고, 국민의 의식이 변화되고, 제도와 체계가 뒷받침되면 가능하다. 이에 생명의 가치를 담보한 교회가 앞장선다면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1) 기독교 자살예방 센터 라이프호프 대표,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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