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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과학기술이 던진 이 10가지 질문들은 먼 미래에나 가능한 막연한 질문들이 아니고 10~20년 내에 개발 가능한,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했다. 그냥 던져 본 공상 과학의 질문이 아닌 조만간 실현 가능한 기술들이기에 교회도 관심을 가지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본문 중)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필자가 근무하는 서울대학교에서 과학기술이 풀어야 할 10가지 질문을 던졌다. 먼 미래에 이루어질 공상과학에나 나올 법한 주제들이 아니라 향후 10-20년 내 우리나라, 더 나아가 인류가 해결해야 할 과학기술의 10가지 숙제를 해결책이 아닌 질문 형식으로 던진 것이다.1) 필자도 참여하여 만든 이 질문들은 앞으로 우리와 우리 자녀들이 어떤 시대를 살게 될 것인지를 짐작해 볼 수 있게 한다. 따라서 우리 신자들도 이런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교회의 사명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식민지 시대와 전쟁, 그리고 산업화의 고단한 시대를 살아내 왔다면 이제는 과학기술의 선도 국가 중 하나가 된 이 사회와 이 시대를 믿음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10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IT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초미세·초저전력 반도체를 만들 수 있을까?

(2) 한 번 충전에 10,000km를 가는, 10년 수명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을까?

(3) 효소처럼 뛰어난 수소 생산 촉매를 만들 수 있을까?

(4) 변화하는 환경에 적응하는 로봇을 만들 수 있을까?

(5) 뇌와 같은 인지 구조를 적응적으로 생산하고 활용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6) 인과관계를 완전히 추론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7) 암호화된 데이터로 인공지능과 소통할 수 있을까?

(8) 노화 세포를 탐색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9)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을 넘어, 항체를 설계하고 생명체의 적응 면역계를 이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을까?

(10) 반도체 집적 회로 기술로 양자 컴퓨팅을 구현할 수 있을까?

 

10가지 질문 중 다수는 조만간 그리고 지금의 초기 단계를 뛰어넘는, 디지털 데이터가 주도하는 시대가 올 것을 보여 준다. 의대를 포함한 서울대 교수들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인공지능’과 관련된 것이었다. 제공된 데이터를 분석하는 현재의 인공지능을 넘어서 인간의 뇌와 같이 인지 구조를 성장시키고 변형하며 발달시키는 인공지능을 구현할 수 있을까(다섯 번째 질문)? 이 인공지능은 외부의 환경이나 환경과 상호 작용하며 인지 기능을 스스로 발달시켜 나가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또 정보를 찾아서 대답하는 현재의 인공지능을 넘어 인과관계를 추론하여 대답과 함께 그 이유까지 설명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가능할까에 관한 질문도 있다(여섯 번째 질문). 여기에 개인이나 조직의 중요한 정보를 인공지능에게 제공하지 않으면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를 묻는 질문도 있다(일곱 번째 질문). 현재의 데이터의 한계를 극복한 암호화된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을 수 있을까를 묻는 질문이다. 이는 금융거래, 비즈니스, 의료 등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이 인공지능을, 아직 우리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수많은 질병 치료제를 위한 면역계의 메커니즘 이해에 적용할 수 없을까를 묻는 질문도 있다(아홉 번째 질문).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하여 다양한 질병에 맞는 맞춤형 신약 개발을 위한 질문이다.

 

 

다른 질문들도 사실 이 인공지능과 연관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첫 번째 질문은 인공지능, 빅테이터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컴퓨팅 서비스를 위한 새로운 반도체 개발이다. 디지털 방식을 넘어서 아날로그 방식까지 적용할 수 있는 반도체를 개발할 수 있을까에 관한 질문이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방식이 통합되는 것이다. 네 번째 질문은 인간으로부터 주어진 명령만 수행하는 현 로봇을 넘어 변화되는 환경에 행동을 적응하면서 임무를 수행하는 로봇 개발이 가능한가이다. 그리고 마지막 질문은 아직 초기 단계인 양자 컴퓨팅에 반도체 집적 회로 기술을 적용하여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나머지 세 가지 과학기술이 던지는 질문은 에너지와 생명에 관한 것이다. 에너지 관련 두 질문은 성능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배터리와, 물로부터 수소를 효율적으로 만들어 현재의 탄소 대신 수소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들이다. 생명에 관한 질문은, 여전히 미스터리인 노화를 일으키는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인간 수명이 늘어난 만큼 고통스러운 노년이 아닌 건강한 삶을 어떻게 끝까지 유지할 수 있게 할 것인가를 묻는다.

 

이번 과학기술이 던진 이 10가지 질문들은 먼 미래에나 가능한 막연한 질문들이 아니고 10~20년 내에 개발 가능한, 그것도 우리나라에서 개발할 수 있는 것으로 한정했다. 그냥 던져 본 공상 과학의 질문이 아닌 조만간 실현 가능한 기술들이기에 교회도 관심을 가지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우리 신자들과 결코 무관하다 말할 수 없는 주제들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 자녀들이 살아갈 시대의 문제들이기도 하기 때문에 다음 세대 교회를 위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잘 준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 질문들에 대한 관련 내용들은 관련 신앙인 필자들이 소개할 수 있으면 좋겠다. 신앙인 과학기술자들이 <좋은나무> 필자로서 많이 참여해 주기를 기대한다.

 


1) 이 10가지 질문에 대해 2023년 후반기에 연속 포럼이 열렸고, 그 내용을 정리하여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그랜드 퀘스트 2024』(포르체, 2023)로 출판되었다. 여기서 ‘퀘스트’라는 말은 탐구, 임무, 미션이라는 의미를 가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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