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정치, 기독인들이 흐름 바꿔 나가자”

기독시민운동연대, 총선 앞두고 정책 제안 나서

10개 분야서 복음 가치ㆍ공공성 기반 기준 제시

 

2년 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기독교의 공의와 사랑에 근거한 분야별 정책을 제안했던 기독시민단체들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3달여 앞두고 다시 한 번 뭉쳤다. 특별히 최근 제1야당 대표가 피습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양극단으로 치달은 우리 사회의 대립 구도 속에 정책이 실종된 한국정치의 퇴행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들 단체들은 이번 정책 제안이 단순히 정당과 후보들에게만이 아닌 기독유권자들에게도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한 판단 기준을 제시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사장:백종국, 이하 기윤실)을 비롯한 7개 기독시민단체 및 활동가들이 ‘제22대 총선 정책.비전제안을 위한 기독시민운동연대’(이하 기독시민운동연대)라는 이름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1월 4일 서울 연지동 한국기독교회관에서 열린 ‘2024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정책·비전 제안 발표회’에서다. 2021년 12월 ‘제20대 대통령선거 100대 공약 제안을 위한 기독시민단체연대’로 함께한 뒤 약 2년 만이다. 당시 8개 분야에서 모두 107가지 정책을 만들어 각 정당에 제안한 바 있는 이들은 이번 총선에 맞춰 10개 분야의 정책·비전 제안서를 마련했다. 지난 번과 비교해 ‘생명존중·자살예방’ ‘정치개혁’ 분야의 제안을 추가했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1차로 △교육 △사회복지(노인) △생태·환경 △주거·부동산 △한반도·평화 분야의 제안을 진행했다.

지난 한 해 학교 폭력, 교권 침해, 킬러문항 배제 등 교육 관련 이슈가 잇따른 가운데 교육 분야의 현실과 개혁 방향을 소개한 좋은교사운동 한성준 공동대표는 “교사가 학교를 떠나고 세상을 등지며, 학생들이 스스로 몸에 상처를 내고 삶을 마치는 비극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 대한민국의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그러나 안타깝게도 교육정책의 제도적 뒷받침이 미비해 변화를 위한 갈망이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 공동대표는 22대 총선이 정책 중심의 선거가 되길 기대하며, 교육의 영역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공교육 회복을 위한 좋은 공약이 많이 나오길 바랐다. 무엇보다 우리 학생들이 교육 고통의 늪에서 빠져나와 배움의 기쁨이라는 본질을 회복하길 소망한 그는 이를 위해 ‘모두를 위한 교육, 학생 중심의 교육’ ‘경쟁교육 완화’ ‘학교 자율성 확대와 관료제 극복’ 등 3대 의제를 붙잡기를 제언했다.

지난해 잇따른 전세사기로 수많은 청년·신혼부부들이 전 재산을 잃고 빚더미에 앉는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주거·부동산 분야의 정책 제안도 눈길을 끌었다. 부동산 문제는 역대 선거에서 항상 이슈의 중심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여야 할 것 없이 관련 공약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 대결이 대다수 서민들의 삶과는 동떨어진, 부동산가격 상승을 유도하는 논의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희년함께 김덕영 상임대표는 “2024년 총선은 유권자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사탕발린 공약이 아닌 대한민국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정책 경쟁이 일어나야 하는 중차대한 시기”라면서 “소수에게 막대한 시세하익을 얻게 해주는 시장 구조를 개편함으로써 투자상품이 돼버린 주택을 삶의 터전으로 되돌려놔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통로는 막히고 담론조차 사라져버린 남북관계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전망과 더불어 전반적인 변화와 대응을 요구하는 제안이 나왔다. 정부가 현재의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한, 구체적인 정책 제안이 사실상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평화를 열망하는 민의를 표출하는 것이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인 자격으로 정책 제안에 참여한 윤환철 기독활동가(한반도평화연구원 연구위원)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치철학적 기반 조성 △‘한반도 인권’ 차원의 정책 설정 △남북 간 접촉, 협력 재개 및 경험집단 보존 △막연하고 일방적인 통일론(교육)의 개혁 등을 한반도·평화를 위한 개혁방향으로 제시하며, 제안서를 받는 후보들이 자신들의 입장이 무엇이든 시민사회의 경고와 우려를 경청해주기를 당부했다.

이 밖에 생태·환경 분야 발표를 맡은 기독교환경운동연대 임준형 사무국장은 ‘기후정의법 제정’ ‘탈핵에너지 전환’ ‘난개발 방지’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정책을 제안하면서 “돈과 성장 등에 골몰해서 사회 안에 대다수 구성원들의 정의 문제를 외면하고 간다면 우리는 공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다. 책임있는 사람들이 책임지고, 피해 보는 사람들은 구제받도록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사회복지 분야 제안자로 나선 기윤실 사회복지위원회 이재민 위원장은 오늘날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현실에서 실효성 있는 노인일자리 프로그램 개발 방안 및 대책을  요구하는 한편, 이에 따른 문제로 대두된 독거노인 등 고독사 예방을 위해 위험군 발굴과 더불어 사회적 고립 해소를 위한 연결 강화, 생애주기별 서비스 연계·지원 및 관리 정책 기반 구축을 요청했다.

이날 기윤실 정병오 공동대표는 “우리나라 정치가 정책을 갖고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우리 편을 만들고 상대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일으키는 구도로 흘러가는 모습에 안타깝다.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더 정책을 이야기하고, 이 시대의 과제는 무엇이며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 서로 제안하면서 점검,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교회가 본질을 붙들고 시대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지 생각하며, 사회 안에서 반성이 일어날 것을 믿고 씨를 뿌려야 한다. 시대의 흐름은 서로를 적대시하고 미워하는 쪽으로 간다할지라도 그리스도인들은 이땅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믿고 국민들의 눈물과 아픔, 시대의 환경과 정의에 관심을 갖고 흐름을 바꿔가야 한다”라고 부탁했다.

한편 기독시민운동연대는 일주일 뒤인 11일 같은 장소에서 2차 발표회를 갖고 △노동 △생명존중·자살예방 △이주난민 △정치개혁 △청년 분야 정책 제안을 이어가며, 두 차례 발표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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