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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합의제 민주주의의 대답은 ‘가능한 한 많은 시민’입니다. 합의제 민주주의는 가능한 많은 시민의 동의를 모아서 정부를 구성합니다. 주권자인 시민들이 투표한 만큼씩 국회나 정부의 권력을 배분하는 비례 대표제와 어울리는 제도입니다. 비례 대표제는 여러 정당들이 견제와 협력을 반복하는 다당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정부도 여러 정당이 함께 구성하는 연합 정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본문 중)
박제민(기윤실 모두를위한정치운동 전문위원)
오늘날 민주주의는 대의민주주의
민주주의는 어떤 사상이나 이념이라기보다는, 시민이 통치하는 정치 체제를 뜻합니다. 그래서 군주정, 귀족정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써 ‘민주정’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 의미를 더 잘 드러낸다고 하는 주장도 있습니다(이 글에서는 민주주의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시민이 통치하는 정치 체제로써 민주주의는 정부(입법, 사법, 행정부를 포괄하는 말-편집자 주)로 구현됩니다. 에이브러햄 링컨의 유명한 말을 빌리자면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정부”가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우리는 고대 아테네에서 시작된 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의 형태를 띠었지만, 주권자가 돈이 많고 귀족인 남성뿐이었다는 한계가 있었다고 배웠습니다. 그에 비해 오늘날 민주주의의 특징은 대의민주주의라는 것입니다. 대의(代議)란 ‘대신하여 의논한다’라는 뜻입니다. 오늘날 민주주의가 직접민주주의가 아니라 대의민주주의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주권자가 돈이 많은 귀족 남성뿐만이 아니라 시민 모두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정치 공동체의 규모가 마을이나 도시가 아니라 국가 전체로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셋째, 이처럼 주권자의 범위도, 정치 공동체의 규모도 확대되었기 때문에 공직자를 선발하는 방식도 추첨이 아니라 정당을 통한 선거로 이뤄지게 되었습니다. 넷째, (이 부분이 중요한데요!) 고대에는 주권자가 돈이 많은 귀족 남성이니 직접 일을 안 해도 되었지만, 오늘날에는 시민 대다수가 경제 활동을 해야 하므로 직접 나서서 직업으로서 정치를 하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치학자 박상훈은 『민주주의의 시간』이란 책에서 “직접민주주의가 경제적 압박이 적고, 시간적 여유가 있으며, (복잡한 사안을 이해하고 주장할 만한) 지적 능력을 가진 ‘중산층의 로망’일 수 있지만, ‘민중적’이지는 않다”라고 말합니다. 저는 이 말에 동의하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직접민주주의 |
대의민주주의 |
|
시민(주권자)의 범위 |
돈 많은 귀족 남성 |
시민 모두 |
정치 공동체의 규모 |
마을, 도시 |
국가 |
공직자의 선발 방식 |
대부분 추첨 |
정당을 통한 선거 |
자본주의와의 관계 |
X (노예계급에 의존) |
O (시민 대다수가 경제활동) |
<직접민주주의, 대의민주주의 비교 >
그러면 오늘날 대의민주주의를 다시 정의해보겠습니다. 대의민주주의란, 시민이 직접 통치하는 정치 체제 대신에, 주권을 가진 시민의 동의를 받아 선출된 대표가 일정 기간 통치 행위를 대신하고 그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정치 체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의 딜레마가 생깁니다. 만약에 주권자인 시민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면, ‘누가’ 정부를 구성해야 하며, 정부는 ‘누구’의 이해를 만족시켜야 하는가 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두 갈래: 다수제 민주주의와 합의제 민주주의
주권자인 시민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한다면, ‘누가’ 정부를 구성해야 하며, 정부는 ‘누구의’ 이해를 만족시켜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에 대답, 즉, ‘누가’와 ‘누구의’에 관해 어떻게 대답하는지에 따라 오늘날 대의민주주의는 다수제 민주주의와 합의제 민주주의로 나뉩니다.
이에 관한 다수제 민주주의 대답은 ‘시민 과반수’입니다. 다수제 민주주의에서는 시민 과반수의 동의만 있으면 대표로 당선될 수 있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단 한 표라도 많이 얻으면 승리하는 다수 대표제와 어울리는 제도입니다. 다수 대표제는 두 개의 큰 정당이 유력하게 존재하는 양당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정부는 하나의 정당으로 구성되는 단일 정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구성된 정부는 시민들 사이에 이견이 생겼을 때 자연스레 그 정부를 지지해 준 시민 과반수의 이해를 만족시킬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다수제 민주주의의 장점은 효율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권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멀리 갈 것 없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되겠습니다.
반면에 합의제 민주주의의 대답은 ‘가능한 한 많은 시민’입니다. 합의제 민주주의는 가능한 많은 시민의 동의를 모아서 정부를 구성합니다. 주권자인 시민들이 투표한 만큼씩 국회나 정부의 권력을 배분하는 비례 대표제와 어울리는 제도입니다. 비례 대표제는 여러 정당들이 견제와 협력을 반복하는 다당제가 될 가능성이 크고, 정부도 여러 정당이 함께 구성하는 연합 정부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렇게 구성된 정부는 시민들 사이에 이견이 생겼을 때 가능한 많은 시민의 이해를 만족시킬 개연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합의제 민주주의의 장점은 약자를 보호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권력이 분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흔히 유럽의 여러 나라의 모습을 떠올려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다수제 민주주의 |
합의제 민주주의 |
|
‘누가’, ‘누구의’에 관한 대답 |
시민 과반수 |
가능한 많은 시민 |
선거제도 |
다수 대표제 |
비례 대표제 |
정부형태 |
단일 정부 |
연합 정부 |
정당체계 |
양당제로 수렴 |
다당제로 수렴 |
장점 |
효율성 → 권력 집중 |
약자 보호 → 권력 분산 |
< 다수제 민주주의, 합의제 민주주의 비교 >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민주주의로!
다수제 민주주의와 합의제 민주주의는 각각의 장점이 있습니다. 결국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민주주의의 모습이 무엇인지는 우리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입니다. 정치학자인 아렌트레이프하르트(Arend Lijphart)는 “‘더 부드럽고 더 친절한 사회’(gentler, kinder society)를 만드는 문제에 있어서 합의제 민주주의가 다수제 민주주의보다 월등하다”라고 주장합니다. 저는 더 부드럽고 더 친절한 사회라는 말에 퍽 마음이 끌리는데,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시민 과반수만이 아니라 가능한 한 많은 시민을 포용하기 위해서,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권력을 더 나누기 위해서, 더 친절하고 더 부드러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협의하고 합의하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정치를 위해서는 다수제 민주주의보다는 합의제 민주주의가 더 적합해 보입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나님의 뜻대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협력해서 선을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롬 8:28). 이 말씀을 세속에서 구현한 것이 합의제 민주주의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가 합의제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과정에, 기독 시민들에게 주어진 특별한 소명과 부르심이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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