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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권은 기원전 6세기 로마 공화정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다고 한다. 원로원을 장악한 귀족들의 권리 침해로부터 평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호민관에게 거부권이 주어진 것이다. 근대적인 형태의 행정부의 거부권은 근대 유럽의 군주 동의권에서 기원한다. 법률안이 법률이 되기 위해서는 군주의 동의가 필요했고, 이 동의권이 거부권으로 작용했다. (본문 중)
이상민(기윤실 좋은사회운동본부장, 변호사)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취임 후 9번째 거부권 행사이다.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국회에서 의결하여 정부에 이송한 법률안에 대하여 대통령이 이의가 있을 때 국회의 재의를 요구하는 제도이다.
거부권은 기원전 6세기 로마 공화정에서 처음으로 도입되었다고 한다. 원로원을 장악한 귀족들의 권리 침해로부터 평민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호민관에게 거부권이 주어진 것이다. 근대적인 형태의 행정부의 거부권은 근대 유럽의 군주 동의권에서 기원한다.1) 법률안이 법률이 되기 위해서는 군주의 동의가 필요했고, 이 동의권이 거부권으로 작용했다.
영국에서는 입법 과정에서 국왕의 영향력이 약화됨에 따라 국왕의 절대적 거부권(absolute veto power)은 국왕이 의회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절대적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법률안은 바로 폐기되었다. 영국의 경험은 초기 미국 식민지 헌법에 큰 영향을 미쳐 초기 미국 식민지 헌법은 대부분 행정부에 절대적 거부권을 부여하였다. 그렇지만 미국헌법 제정자들은 절대적 거부권은 부패와 독재로 직결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미국 연방헌법에서는 영국 국왕과 식민지 행정부가 보유한 절대적 거부권이 아니라, 상하 양원 의원 2/3의 법률안 재의결을 조건으로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부여하는 조건부 거부권(qualified veto power)이 채택되었다.2)
미국 헌법 제정 과정에서는 법률안 거부권의 행사 주체 및 방식에 대해서도 견해가 대립하였다. 행정부와 사법부가 공동으로 관여하는 법률안 재심위원회(Council of Revision)에 법률안거부권을 부여하자는 견해도 있었지만, 결국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이 이의서를 첨부하여 의회에 환부하도록 하자는 제안이 채택되었다. 이것이 현재 미국 헌법 제1조 제7항에 규정되어 있는 미국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이다.
우리 헌법에서는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정부도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다(헌법 제52조). 따라서 우리나라 대통령은 정부의 수반으로서 법률안을 제출할 수 있는 권한을 갖지만, 미국 대통령에게는 법률안 제출권이 없다. 이 점에서 미국 헌법의 법률안 거부권은 미국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입법 과정에 참여하는 유일한 제도적 장치로 평가받는다.3)
우리나라에서는 제헌헌법 제49조에서 대통령 거부권을 규정하였다. 4‧19 혁명 후의 제2공화국 헌법에서는 대통령 거부권이 채택되지 않았으나, 5‧16 군사 쿠데타 후의 제3공화국 헌법에서 다시 대통령 거부권이 규정되었고, 현행 헌법에서도 대통령 거부권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는 75개국이 대통령 거부권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데,4) 주로 중남미 국가에서 많이 채택하고 있다고 한다.5)
미국에서는 그동안 총 2,585건의 거부권이 행사되었다.6) 초대 워싱턴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헌정 초기의 대통령들은 대체로 법률안 거부권 행사를 자제하고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하여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미국 헌법 제정자들은 법률안 거부권은 헌법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예외적인 경우에만 행사되어야 한다고 보았는데, 미국 헌정 초기의 대통령들은 헌법 제정자들의 의도를 존중한 것이다.7) 그러다가 19세기 중반부터는 거부권 행사 건수가 크게 늘어났으며, 32대 루스벨트 대통령은 372회나 거부권을 행사했다.8) 최근 추세를 보면, 레이건 대통령은 78건의 거부권을 행사하였으나, 조지 H. 부시 대통령 이후로는 거부권 행사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조지 H. 부시 44건, 클린턴 37건, 조지 W. 부시 12건, 오바마 12건, 트럼프 10건, 바이든 1건 등이다.9)
우리나라에서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부터 현재의 윤석열 대통령까지 총 13인의 대통령 중에서 이승만, 박정희, 노태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 대통령 등 7인의 대통령이 총 75회에 걸쳐 거부권을 행사하였다. 이승만 대통령이 75건 중 절반이 넘는 45건의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다른 대통령들의 행사 건수는 박정희 5건, 노태우 7건, 노무현 6건, 이명박 1건, 박근혜 2건, 윤석열 9건 등이다.10)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유가 제한되는지에 대해서는, 헌법상 거부권 행사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으므로 대통령은 제한 없이 자유재량으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헌법학계의 통설은 헌법상 규정이 없더라도 대통령은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11)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을 처음으로 도입한 미국 헌법 제정자들도 거부권은 예외적으로 행사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우리 헌법은, 미국과 달리 행정부에 법률안 제출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이, 미국 헌법보다 행정부의 입법 관여를 더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대통령은 법률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미국 대통령보다 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부권 행사 사유로는 법률안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불합리한 경우, 집행을 위한 재정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정부에 대해 부당한 정치적 압력을 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 공익 내지 국익에 반하는 경우 등이 거론된다.12)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입법부와 행정부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제도이지만, 헌법상 입법권은 기본적으로 국회에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은 최대한 신중하게 행사되어야 한다. 특히 법률안에 위헌적 요소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정책적 차원에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자제해야 할 것으로 본다.
1) https://en.wikipedia.org/wiki/Veto
2) 강승식, “미국헌법상 법률안거부권행사의 정당화사유”, 공법연구 제36집 제1호, 328-329.
3) 홍석한, “대통령의 법률안거부권에 대한 고찰”, 미국헌법연구 제30권 제1호, 10.
4) 이용재, “미국연방헌법과 한국헌법상의 법률안거부권제도 비교”, 전북대 법학연구 통권 제30집, 339.
5) 김승열, “대통령의 법률안 거부권에 관한 고찰”, 법제 2008년 3월호, 131.
6) 전진영,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와 해외사례”,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2080호.
7) 강승식, 위 글, 341-42.
8) 강승식, 위 글, 346-47.
9) 전진영, 위 글. 2023년 3월 기준.
10) 전진영, 위 글.
11) 이용재, 위 글, 359.
12) 홍석한, 위 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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