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목사’를 ‘목사’라고 부르지 못해! 홍길동이야?

교계 단체들, 예장합동 ‘동역사’ 제도 추진에 규탄 성명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 총회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팀(여사위TF팀·류명렬 위원장)이 여성 사역자에게 ‘동역사’라는 호칭을 신설하려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교계 단체들이 예장합동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독법률가회 등 교계 단체 22개는 3월 25일, 예장합동에 “고육책을 멈추고 여성 안수를 정면 돌파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동역사라는 호칭이 “예장합동 총회가 지난 108회 총회 당시 스스로 제안한 ‘강도권 부여’를 회의 원칙까지 어기면서 이틀 만에 철회하며 생긴 모순을 무마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성 목사 안수는 여성들의 요구가 거세니, 조금씩 뭔가를 던져 주는 수혜나 배려가 아니”라고 했다.

이들은 “예장합동 총회 헌법과 남성 중심의 총회 분위기로 당장 여성 목사를 허용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현실적 요청을 외면할 수만은 없어 목사와 비슷한 권한을 만들려다 보니 ‘동역사’ 같은 이상한 말을 만들었다”면서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아들을 아들이라’ 할 수 없었던 홍길동의 비극처럼 ‘목사’를 ‘목사’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은 왜인가”라고 규탄했다. 이에 여성 사역자와 신학생에게 사과하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어 여성 안수 제도를 정면 돌파하라고 요구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기반센·공동대표 방인성·박유미)도 3월 22일 발표한 논평에서 “‘동역사’는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없는 차별적 구조를 그대로 두고 교단에 대한 비판만 피해 가려는 꼼수가 낳은 기괴한 결과물”이라고 비판했다.

기반센은 “동일한 사역, 역할, 권리와 책임에도 성별로 인해 굳이 다른 이름을 붙이겠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며, 예장합동이 정말 여성 사역자의 지위를 향상하고 여성 사역을 개발하려 한다면 “여성 사역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함께 논의해 여성 안수가 관철되도록 돕는 자가 되는 길밖에 없다”고 했다.

아래는 성명 전문.

[예장합동 총회의 ‘동역사’ 명칭 부여를 규탄하는 성명서]

목회하는 남성은 목사! 목회하는 여성은 동역사?
예장합동은 고육책을 멈추고 여성 안수 정면 돌파하라!

지난 2월 27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오정호 총회장) 총회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팀(여사위TF팀·류명렬 위원장)은 제4차 전체 회의를 통해 ‘동역사’ 명칭 부여 방안을 내놓았다. 이는 해당 총회가 작년 108회 총회 당시, 스스로 제안한 강도권 부여를 회의 원칙까지 어기면서 이틀 만에 철회하며 생긴 모순을 무마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우리는 예장합동 총회가 어떻게든 이 난제를 풀어 보려고 과거보다는 더 고민하려는 것을 우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시대적 과제에 정면 돌파하지 않고 누구나 알고 있는 근본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자꾸 시간을 끌고, 상식과 절차에도 없는 모순된 미봉책을 만들려는 것은 아닌지 깊이 우려하는 바이다.

총회 헌법과 남성만의 총회 분위기로 인해 당장 여성 목사를 허용할 수는 없으나 이를 반대하는 논리적 근거도 부족하고, 현실적 요청도 외면할 수만은 없어 목사는 아니지만 목사 비슷한 권한을 만들려다 보니 ‘강도사도 아닌 강도권’이나 ‘동역사’ 같은 이상한 말을 만드는 일들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마치 ‘아버지를 아버지라, 아들을 아들이라’ 할 수 없었던 홍길동의 비극처럼 ‘목사’를 ‘목사’라고 부를 수 없는 것은 왜인가. 여성도 남성과 똑같은 목회를 위한 수련 과정과 절차를 밟고 동일한 역할을 수행해도 ‘목사’라고는 부를 수 없다는 것이다. 왜 안 되는가? 여성 사역자들의 피눈물 나는 호소가 들리지 않는가? 이런 모습이 한국 사회가 더욱 한국교회를 외면하게 만드는 일인 줄 모르는가!

물론 예장합동만 아니라 예장고신과 예장합신 역시 ‘여자는 남자를 가르칠 수 없다(딤전 2:11~12)’는 성경의 근거를 내세우며 ‘성경대로’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바울이 목회 신학적 차원에서 제시한 그 구절은, 남녀가 동일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았다는 인간 창조의 대원칙(창 1:27, 고전 11:11~12, 갈 3:28)보다 앞세우면 안 되기에 여성 안수가 성경 말씀을 거스르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대다수 기독교 교단들이 여성 안수를 시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당 교단의 역사는 존중할지라도, 이제라도 무엇이 하나님의 말씀과 뜻에 합당한 것인지 원점에서 마음 열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초대교회 예루살렘 총회의 정신이기도 하다(행 15:1~29). 여성 목사 안수는 여성들의 요구가 거세니, 조금씩 뭔가를 던져 주는 수혜나 배려가 아니다.

더구나 여성 목사 안수는 단지 여성 사역자 지위 문제만도 아니다. 교회 내 심각한 성폭력 문제나 교회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성도의 목회적 요구를 받아들여 교회를 건강하고 풍성하게 세워가는 데 필수적인 일임을 이제는 인정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예장합동 총회에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과 같은 형상을 지닌 여성들의 마음을 담아 이렇게 요구한다.

하나, 예장합동 총회는 지난 가을 정기총회에서 회기 중 결의한 ‘여성 강도권’ 허용을 이틀 만에 뒤집어 회의 절차에 어긋난 파행을 보였는데, 이제라도 합당한 설명을 하고 이에 분노하고 상처 받은 여성 사역자들에게 사과하라!

둘, 예장합동 총회 여사위TF팀은 최근 동역사 제도를 제시하면서 당사자인 여성 사역자 및 여성 신학생의 의견을 청취하지 않고 일방적인 결정을 하여 교계 내 혼란을 준 것을 사과하고, 추후 관련 논의 시 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들으라!

셋, 예장합동 총회는 이제라도 남녀가 동일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다는 인간 창조의 대원칙의 성경적 원점에서 여성 안수 제도를 연구하고, 더 이상 고육책이 아니라 정면 돌파하여 논의하라!

2024년 3월 25일
* 함께하는 22개 단체(가나다순)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법률가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예수사회운동,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여성 학우 동아리 ‘레아’,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신학 연구 과정 학우회, 기후위기기독인연대, 사랑누리교회, 생명평화정의전북기독행동, 성서대전, 성서한국, 신비와저항, 십자가로교회, 온교회, 인권실천시민행동, 전주열린문교회, 청년개혁연대, 평신도신앙실천운동, 평화아카데미, 한국그리스도교일치포럼, 한국복음주의교회연합, 희년함께

[기독교반성폭력센터 논평]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성차별의 역사는 언제까지 이어질 것인가?- ‘동역사’ 도입 논의에 부쳐

최근 언론을 통해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의 여성사역자특별위원회TF(이하 여사위)에서 논의된 ‘동역사’ 도입에 대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27일, 대전남부교회에서 진행된 여사위에서는 여성 사역자의 실질적 처우 개선을 위한 새로운 개념으로 ‘동역사’라는 명칭을 부여하는 방안이 논의 되었다.

성경에도, 사전에도 없는 ‘동역사’라는 신조어는 왜 등장하였는가?

예장합동 교단에서 목사가 되기 위해서는 4년제 대학교와 신학대학원(M.DIV 과정)을 졸업하여 학위를 취득하고 자격 시험을 통해 강도사가 된 이후 자격 과정을 거쳐 목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은 동일한 학교에서 우수하게 수학하여 학위를 취득하고 교회에서 헌신적인 사역을 이어 간다 하더라도 강도사 고시에 응시할 수 없다. 성경을 몰라서도, 중범죄를 지었기 때문도 아니다. 여성이기 때문이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목회자로서 전문 교육과 훈련을 받았음에도 목사직에 접근 자체를 차단당하며 부수적이고 보조적인 존재로서만 한정 지어진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동시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유리 천장보다 견고한 합동 교단의 콘크리트 천장에 대한 비판이 사회와 교회 내부에서 계속되자 작년 108회기 총회는 여성 사역자에게 ‘강도사’ 시험 응시 자격을 주기로 결의했지만 돌연 이틀 만에 취소하는 우스꽝스러운 사태가 일어나기도 하였다.

‘동역사’는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없는 차별적 구조는 그대로 두고 교단에 대한 비판만 피해 가려는 꼼수가 낳은 기괴한 결과물이다. 여성에게 ‘동역사’라는 새로운 신분을 주어 목사와 동일한 역할은 수행하게 하지만 목사라는 이름은 허락하지 않고 결국 남성이 수행하는 목사직과 위계를 두겠다는 것이다. 동일한 사역, 역할, 권리와 책임에도 성별로 인해 굳이 다른 이름을 붙이겠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다.

합동 교단이 내놓는 성평등을 위한 논의와 정책이 이렇듯 무리수로 이어지는 이유는 모든 논의와 결정의 순간에 당사자인 여성이 배제되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지으신 누구나 자신의 소명과 사명에 따라 차별과 구분 없이 사역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성에 대한 동정과 시혜를 베풀라는 것이 아니라 안수에 차별을 두지 말라는 것이다. 합동 총회 여사위가 진정으로 여성 사역자의 지위를 향상하고 사역 개발을 하려 한다면 여성 사역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함께 논의해 여성 안수가 관철되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자가 되는 길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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