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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에 정신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정신 질환 환우에게 약을 끊고 기도만 하라고 권하거나, 성경을 열심히 보고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는 식의 잘못된 신념과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종교적 세계와 비종교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하여 기도하고 말씀을 보는 것은 선한 것이고, 의사를 찾아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것은 믿음 없는 행위로 보는 인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 (본문 중)

 

안해용(목사, 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사무총장)

 

‘13,661’, 이 숫자는 2023년 한 해의 자살 사망자 숫자다. 2022년 ‘12,906’에 비해 무려 755명, 7.8%가 증가한 숫자이다. 매년 자살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런데 작년에는 다시 늘어났다. 아마도 유보된 자살이 활성화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코로나 이후로 경제적인 어려움은 심화되고 있고, 사회적인 유대감은 줄어들고 있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으로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 기독교인 중에서는 자살 사망자가 한 해 약 2,600명 정도 된다. 대형 교회 하나가 매년 사라지는 것이다.1) 2030 세대들의 자살률은 급증하고 있다. 특별히 여성의 자살 비율이 더욱 높다. 자살 시도는 20대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10대들 사이에서는 자해가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2) 또한 우울증, 공황장애, 조현병 등과 같은 정신질환으로 힘들어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라는 물음을 던져 본다.

 

자살 예방을 위해 교회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첫째, 자살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자살 예방 교육은 자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개선하고, 자살 고위험군이 누구이고, 그들을 어떻게 발견하고,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를 배우는 교육이다. 많은 학자들은 자살 예방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교육을 꼽는다. 그래서 국가적으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 개정안(2024년 7월 1일부터 실행)은 생애 주기별 자살 예방 대책에 청년을 명시하여 자살 예방 기본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국가 기관·공공 기관·초중고교 등에 자살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여 청년층 자살 예방을 도모하고, 자살 예방 교육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자살 예방 교육”을 모든 목회자와 성도들이 받도록 안내해야 한다. 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생명보듬이 기초교육(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강사들을 양성하였고, 매년 약 300회 3만 명을 대상으로 강의하고 있다. 그런데 이 일은 대부분 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제 한국 교회 모든 교인이 이런 교육을 받기를 소망한다. 특별히 목회자가 이런 교육을 받아서 교인들의 위기의 순간에 즉각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러한 역할을 “생명 지킴이” 또는 “생명 보듬이”라고 한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기 위해 십자가를 지신 것을 본받으며, 우리도 생명을 살리고 지키는 일을 사명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 일에는 영혼의 생명뿐 아니라 육신의 생명을 살리고 손잡아 주는 일도 포함된다. 자살 예방 교육은 이런 역할을 그리스도인의 본질적인 사명의 일부로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째, 친밀한 관계 맺기가 필요하다. 자살에는 위험 요인과 보호 요인이 있다. 위험 요인이란 경제적인 어려움, 정신적인 어려움, 관계의 어려움 등 자살을 유발하는 여러 가지 요인을 말한다. 이런 위험 요인이 있다고 해서 모두 자살을 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보호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보호 요인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관계다. 힘든 순간에 누군가를 떠올릴 수 있으면 견디어 낼 수 있는 것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다시 살아가야 할 힘을 얻는다. 그런 면에서 현재 우리 사회에 가장 중요한 것이 깊고 친밀한 관계다. 교회 안에서도 서로를 돌보며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한국 교회는 이런 관계성을 다짐으로써 성장하였는데, 바로 소그룹 사역이다. 소그룹이 깊이 있게 만나고, 서로 의미 있는 존재로 관계를 맺을 때 공동체성은 깊어진다. 십자가는 위에서 아래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연결하는 두 선이 만나는 장소인데,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십자가에서 하나로 만난다. 한국 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는 방법은 이러한 십자가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며, 그것은 곧 관계성을 회복, 공동체성의 회복을 의미한다. 이웃과의 관계가 연결되어 있고,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서로의 고통을 함께 나눌 때 자살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셋째, 자살 유가족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 자살 유가족의 자살률은 일반인에 비해 8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매년 약 10-13만 명의 자살 유가족들이 생기고 있다. 최근에는 자살 유가족이란 표현을 ‘자살 사별자’라는 표현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자살 사망자의 직장 동료와 지인 중에는 가족보다 더 많은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여 ‘자살 사별자’를 돕는 사역이 중요하다. 이런 일에 교회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그리고 교인들의 상처를 잘 보듬어 주고 있는지를 돌아보아야 한다.

 

교회가 자살 유가족을 돕는 과정을 안내하기 위해 최근 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와 두드림자살예방중앙협회, 한국목회상담협회가 공동으로 “자살 사안 이후 교회를 위한 긴급목회돌봄 매뉴얼”을 개발하였다(2022.9.10).3) 한국 교회에서는 최초로 만들어진 매뉴얼이다. 이 매뉴얼은 교회가 자살 유가족을 돌보는 사역을 어떻게 할 것인지 안내하므로, 이 내용을 기반으로 교회는 자살유가족을 돌보는 사역을 할 수 있다. 또한 ‘자조 모임’즉 자살 유가족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의 아픔을 나누고 위로할 수 있는 모임이 필요하다. 이런 모임을 만듦으로써 가장 힘들어하는 이들과 함께 하는 교회가 될 수 있으며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올바른 정신 질환 이해가 필요하다. 여성의 경우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이 정신적인 어려움이다. 그리고 10-30대 자살의 주요 원인도 정신적인 어려움이다. 이처럼 정신 질환이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정신 질환 유병률이 27.8%에 이른다. 4명 중에 1명이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교회 교인 중에 약 278만 명이 정신 질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정진 질환 환우가 자살을 하는 비율은 일반인보다 8배가 높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1월 15일에 발표한 “우울장애 진단-자살 사망 기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에 의하면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자살 사망자(210명)가 진단에서 사망에 이르는 기간이 평균 4.5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안에 도움을 주면 살릴 수 있다. 이 시간에 그들의 아픔에 귀를 기울이면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교회에서 정신 질환 환자는 믿음이 없는 사람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초기에 발견하여 치료받아야 할 사람이 치료받지 못해서 만성 질환이 되고 중증 질환으로 발전하여 결국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조현병과 귀신 들림을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교회 안에 정신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정신 질환 환우에게 약을 끊고 기도만 하라고 권하거나, 성경을 열심히 보고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는 식의 잘못된 신념과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 종교적 세계와 비종교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분리하여 기도하고 말씀을 보는 것은 선한 것이고, 의사를 찾아 병원에 가고 약을 먹는 것은 믿음 없는 행위로 보는 인식을 고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목회자와 평신도를 위한 정신질환 이해”라는 책자를 라이프호프기독교자살예방센터, 한국목회상담협회, 한국기독정신과의사회, 좋은의자, 한국기독교목회지원네트워크가 협력하여 발간하게 되었다(2024. 2. 14). 책자는 “성서가 말하는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 “정신 질환의 종류와 돌봄 방법”, “정신질환 환우들에 대한 목회적인 돌봄 방법”, 도움받을 기관 소개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신 질환에 대해 올바른 이해를 통해 자살을 예방하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자기 목숨과 바꾸겠느냐?”(마 8:36-37). 한국 교회는 영혼 구원에 열정을 쏟아 왔고, 거리와 직장에서 영혼 구원을 위해 노력해 왔다. 매년 새로운 이웃을 초대하여 복음을 전하는 사역을 행하며 최선을 다했다. 그런 동일한 열정으로 생명 구원을 위한 사역에도 힘써야 할 것이다. 생명이 있어야 영혼 구원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을 살리는 일은 선택할 일이 아니라 교회의 본질적 사명과 관련된다. 사회도 이런 일을 위해 수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한국 교회는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가장 아파하는 사람을 향하는 주님의 시선을 인식해야 한다. 이 시대에 주님은 정신 질환으로 아파하는 이들에게 다가가 생사의 갈림길에 선 그들의 손을 잡아 주실 것이다. 우리는 주님의 손과 발이 되어 그들을 붙잡아 주어야 한다. 이 부활의 계절에 이 땅에 다시 생명의 꽃이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1) 더욱 안타까운 소식은 목회자 자살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목회자 67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023년 9월-10월), 목회자의 자살에 대해 ‘절대 안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68%, ‘그럴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26%로 나타나고 있다. 자살에 대한 목회자들의 인식도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자살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도 생긴다.

2) 소위 “사혈 자해”는 주사기 바늘로 피를 뽑고, 그 피를 모으고, SNS를 통해 공유하는 행위이다. 이런 자해를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스트레스를 풀려고 하는 10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3) 이 매뉴얼은 자살 및 자살 유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긴급 목회 돌봄에 대한 이해와 올바른 적용법, 사안이 발생한 이후 즉각(24시간 이내) 대응해야 할 일과 구체적인 지원 방법 그리고 장례식까지의 모든 과정을 안내하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는 초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교회가 당황하지 않고 체계적으로 지원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장례식 이후부터 3개월까지 안정화에 필요한 일들, 예를 들면 유품 정리와 애도 심방에 대해서도 다룬다. 그리고 장기 대응으로서 1년 안에 교회가 해야 할 다양한 활동을 안내한다. 도움받을 기관과 유족 지원 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장례 예식서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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