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들 이중적 모습·봉사 부담에… 교회와 멀어졌어요”

기윤실 ‘교회 가기 싫은 사람들의 모임’에 참석한 가나안 청년들 만나보니…

 

“교회와 멀어진 건 백남기 농민 물대포 사망 사건 이후부터예요. 교회에 갔는데 분위기가 너무 좋더라고요. 교인들은 애도는커녕 평소처럼 기쁘게 찬양하고 있었어요. 순간 ‘내가 죽어도 이러겠지’란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예배 중간에 뛰쳐 나왔어요. 이해되지 않는 목사님 설교까진 버틸 수 있었는데 교인들의 이중적인 모습은 못 참겠더라고요.”

김자은(28)씨는 대학에서 기독교교육을 전공한 뒤 기독교 전공으로 대학원까지 진학한 신학생이다. 신학은 공부하지만 교회와는 담을 쌓았다. 그는 “당분간은 교회에 가기 싫다”면서도 “혼자 신앙생활을 해도 괜찮을지 고민이 있었다”고 했다.

김씨는 비슷한 고민이 있는 청년을 모집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 소모임 ‘잇슈ON’을 통해서다. 소모임 이름은 ‘교회 가기 싫은 사람들의 모임’. 서울 동대문구 기윤실 사무실에서 21일 저녁 시작된 첫 모임엔 ‘가나안 성도’ 5명이 참석했다.

이날 모임엔 목회자 자녀 오다솔(가명·25)씨도 참석했다. 농어촌 지역 개척교회 목회자의 딸이라고 밝힌 그는 “서울에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교회 안 간 지 5개월이 됐다”며 “부모님께 말씀드리진 않았다”고 했다. 오씨는 “교회에 오래 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봉사를 요구할 텐데 감당할 자신이 없다”며 “십일조도 부모님 교회에 하고 있어서 다른 교회 가는 게 눈치 보인다”고 했다. 자신을 모태신앙인이라고 소개한 임혜민(가명·27)씨도 “교회에 안 간 지 벌써 반년째”라며 “관계가 어려워 교회에 안 가고 있는데 교회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면 결국 ‘교회 나오라’고 설득할까 봐 말도 못 꺼내고 있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가나안 성도가 된 청년도 있었다. 최소미(가명·40)씨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게 찝찝하긴 하다”면서도 “교회들이 온라인예배를 계속 열어두고 있다는 건 온라인예배도 예배로 인정한 것 아닌가. 주일마다 관심 있는 목사님들의 설교를 골라 듣고 있다”고 전했다.

홍천행 기윤실 간사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고 해서 믿음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며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는 시대 속에서 가나안 청년들의 고민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가나안 청년들은 믿음을 포기하기보다 경건 훈련에 애쓰고 있었다.

최씨는 “유튜브 ‘날마다 기막힌 새벽’으로 매일 아침을 시작한다. 큐티도 꾸준히 하고 있고 기독 단체를 후원하기도 한다”고 했다. 임씨는 “한 기독단체가 제공하는 온라인 기도문으로 기도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며 “온라인 기독잡지도 구독 중”이라고 밝혔다. 교회 가기 싫은 이들의 소모임은 격주로 진행된다. 다음 모임에서는 신앙에 영향을 준 도서를 소개한 뒤 서로 책을 선물할 계획이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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