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6일 수요일, 기후위기기독교비상행동은 태안에 있는 화력발전소에 다녀왔습니다.
화력발전소가 보이는 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분께 발전소의 현황과 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들었습니다. 태안서부발전소는 2025년 12월부터 순차적으로 폐쇄됩니다. 이로 인해 약 2천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노동자의 문제는 지역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화력발전소가 가장 많은 충남의 태안 지역도 화력발전소의 폐쇄로 인해 상권이 붕괴되고 지역 경제가 침체될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력발전소가 폐쇄되는 것은 온당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수많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정의롭지 않습니다. 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대안을 마련하고 애써야 합니다.
자리를 옮겨 2018년 해당 화력발전소에서 하청업체 직원으로 작업 중 사망한 故김용균 님의 동상 앞에 모였습니다. 하청에 재하청으로 비정규직이 훨씬 많고 비정규직의 안전과 건강이 보장되지 않는 발전산업 구조에 대해 생각해 보고, 함께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모여 예배하고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말씀을 전한 영등포산업선교회의 송기훈 목사님은 풍랑 속에서도 예수 공동체가 바다를 함께 건넜듯이, 기후위기라는 풍랑에서 약자를 희생시키거나 자포자기하는 태도는 옳지 않으며, 정의로운 전환으로 모두가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화력발전소의 노동자분들은 발전소의 사업주인 서부발전뿐 아니라 태안군의 미적미적한 태도에 마음이 많이 상한 상황이었습니다. 정의로운 전환이 꼭 필요한 지역임에도 군청은 작은 일도 제대로 처리해주지 않고 예산을 허투루 사용하는 등 답답한 태도를 일관하고 있었습니다.
화력발전소의 폐쇄 시작이 이제 1년 반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정의로운 전환을 이뤄가길, 이 정의로운 전환에 모두가 함께 마음과 힘을 모으기를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성명서>
“정의로운 전환에 함께하겠습니다.”
“당신들은 오직 정의만을 따라야 합니다. 그래야만 당신들이 살고,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주시는 땅을 당신들이 차지할 것입니다.”(신명기16:20)
지난 3월 30일 노동자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노동자들은 ‘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 삶은 멈출 수 없다.’고 외쳤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는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일이 되었습니다. 기후위기의 상황은 심각해져가고 있고, 그로 인한 재난이 모두의 삶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탄소배출을 감축해야 합니다. 하지만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 우리 이웃들의 삶을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압니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과 그들의 곁에서 함께 살아가던 지역주민들의 삶은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와 함께 위협을 받습니다. 우리는 그간 기후정의를 위해 기도해왔습니다. 우리가 소망한 정의는 기후위기가 불러올 고통 속에서 위협당하는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의 삶을 지키는 정의였습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희생과 고통이 전제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믿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와 태안지역의 주민들의 삶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화석연료는 기후위기와 더불어 불의한 사회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우리의 삶을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재난은 지구촌 곳곳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폭염과 가뭄, 폭우와 홍수, 강력한 태풍과 혹한은 삶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삶의 위기 앞에서 우리는 깨닫습니다. 돈을 먹고 살수는 없고, 돈이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탐욕이 이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화석연료를 통해 돈을 버는 자본가들은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멈추지 않았고, 생태적 전환으로 가는 길을 막아섰습니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이들이 재난으로 인해 죽음에 이르렀고, 지구 곳곳이 황폐해졌으며, 수많은 생물은 멸종을 당했습니다. 에너지는 인류의 삶에 필수적인 것이지만 발전과 성장이라는 허상에 얽매여 우리는 하나님께서 베푸신 은총의 풍성함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이룩한 성장과 발전은 공평하지 않았습니다. 부당한 구조 속에서 자본가들은 돈을 벌고 이익을 얻었으나 노동자들은 착취를 당했고, 김용균 노동자를 비롯한 수많은 노동자들은 안전을 보장받지도 못한 채 노동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죽음으로 몰고 가면서도 회심하지 않는 이 구조와 체제에 반대합니다. 우리에겐 새로운 세상이 필요합니다.
노동자들이 주체가 되는 정의로운 전환을 시작해야 합니다.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일이라면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역시 미룰 수 없는 일입니다. 노동자의 전환을 위한 재교육과 산업의 전환은 병행되어야 합니다. 이 전환의 과정에서 결코 노동자들이 배제되어선 안 됩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노동자들을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을뿐더러 노동자들이 전환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 역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노동자는 이 전환의 과정에서 당당한 주체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의도적으로 배제하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결코 납득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우리는 요구합니다. 정부는 석탄발전소 노동자들을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의 당당한 주체로 인정하십시오. 노동자들의 요구에 기반하여 정의로운 전환의 과정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지역의 삶을 지키기 위해 산업의 전환은 공공재생에너지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정부의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2036년까지 28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폐쇄될 예정입니다. 그 중 14기는 이곳 충남지역에 존재합니다. 2021년 산자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폐지 석탄발전소 활용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2034년까지 폐지되는 30기 인원 모두가 일자리 전환이 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최대 7,935명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폐쇄되는 석탄발전소가 LNG발전으로 전환되더라도 4,911명이 해고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7,935명의 노동자는 지역의 주민입니다. 그들의 가족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그들과 연관 맺고 살아가는 수많은 지역의 주민들이 존재합니다. 발전소와 연관된 업종 뿐 아니라 발전소 노동자들의 식사와 생필품을 책임지는 상인들까지 따진다면 발전소의 폐쇄는 지역경제의 몰락을 불러올 위험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고용승계를 책임지지 못할 LNG발전은 온전한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더 많은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고,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공공재생에너지가 대안입니다. 에너지 생산의 이윤이 일부 자본가들의 삶만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갖추고 지역이 함께 이익을 나눌 수 있는 대안을 찾아 변화할 수 있다면 이는 지역을 살리는 일일 뿐 아니라 노동자들 스스로 전환의 주체로서 자부심을 갖게 만드는 일이 될 것입니다.
지난 5월 16일 부산에선 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이 시작되었습니다. 눈앞으로 다가온 석탄화력발전소의 폐쇄의 상황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는 파업을 시작한 것입니다. 우리는 기후위기의 시대에 이들의 삶을 지키는 것이 우리의 삶을 지키는 것임을 압니다. 석탄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길에서 그간 삶을 바쳐 에너지 생산을 위해 일해 온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한다면 우리는 정의를 말할 수 없습니다. 그 정의로운 길을 향한 투쟁은 노동자들을 위한 것일 뿐 아니라 우리들을 위한 투쟁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에 입성하기 전 당신의 백성을 향해 “당신들은 오직 정의만을 따라야 합니다. 그래야만 당신들이 살고, 주 당신들의 하나님이 당신들에게 주시는 땅을 당신들이 차지할 것입니다.”(신명기 16:20)라고 말씀합니다. 새로운 세상엔 새로운 질서, 즉 정의가 필요합니다. 정의를 저버린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은 찾아오지 않습니다. 기후정의의 새로운 세상은 노동자와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이 수반되어야만 우리에게 찾아올 것입니다. 우리는 기후정의의 새 날을 소망하며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의 투쟁에 함께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불어 이 위기를 넘어 새로운 세상 보기를 꿈꾸며 그들의 곁에 설 것입니다.
2024년 6월 26일
기후위기 기독교 비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