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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누구나 공평하게 먹는 것이니 언젠가는 나이 듦을 실감할 수밖에 없을 텐데, 우리가 나이 든 사람(노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노년 이야기에 흥미가 없는 것은 혹시 노년을 모르기 때문 아닐까요. 타고난 성질과 심성이 나빠서가 아니라면, 나이 듦에 따른 변화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남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일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이 들며 달라지는 것들을 좀 알면, 나 자신의 나이 듦은 물론이고 부모님을 비롯한 노년 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본문 중)

 

유 경(사회복지사,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청소년과 중장년은 물론이고 어르신들과 수업할 때 자주 묻고 함께 이야기하는 주제가 있습니다. 보통 세 가지인데, ‘아, 싫다, 싫어. 저 노인!’, ‘와, 멋있다. 저 어르신!’ 그리고 ‘나도 이제 나이가 들었다고 느낄 때’입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공통으로 나오는 답을 한 번 볼까요. 싫은 점으로는, 무단 횡단이나 새치기 등 공중도덕 무시, 냄새, 큰 목소리, 자기 말만 할 때, 남녀 차별, 고집불통, 잔소리, 응석, 같은 이야기 반복, 굳어 있는 얼굴, 말이 안 통할 때 등을 많이 꼽습니다.

 

반대로 멋있게 여겨질 때는, 웃는 얼굴, 단정한 옷차림, 깨끗한 몸가짐, 공중도덕 준수, 무언가(일 혹은 공부)를 열심히 하시는 모습, 다정하게 손잡고 걸어가는 노부부, 칭찬해 주실 때, 젊다고 무시하지 않음, 고운 말씨, 새로운 것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모습이라고들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자신이 나이 들었다고 느낄 때는 과연 언제일까요. 건망증, 기운 없음, 노안, 청력 저하, 사진 찍기가 싫다, 화장실을 자주 간다, 일이 무섭다, 했던 말을 자꾸 또 한다, 새벽에 일찍 깬다, 새로운 기계나 도구 사용이 어렵다, 언젠가부터 노여움이 많아졌다 등의 고백을 합니다. 한 번은 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이, ‘겨울에 내 손으로 직접 내복을 찾아 입는 순간 나이 듦을 느꼈다’고 해서 모두가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는 누구나 공평하게 먹는 것이니 언젠가는 나이 듦을 실감할 수밖에 없을 텐데, 우리가 나이 든 사람(노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노년 이야기에 흥미가 없는 것은 혹시 노년을 모르기 때문 아닐까요. 타고난 성질과 심성이 나빠서가 아니라면, 나이 듦에 따른 변화 때문에 본의 아니게 남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일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이 들며 달라지는 것들을 좀 알면, 나 자신의 나이 듦은 물론이고 부모님을 비롯한 노년 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우선, 몸이 변합니다. 각자 다 다른 속도로 늙어가긴 하지만 공통적인 변화들이 있습니다. 흰머리나 주름살처럼 눈에 보이는 것도 있지만, 뼈가 가벼워지고 밀도가 낮아져 쉽게 부러지고 등이 굽어 키도 작아집니다. 체온 유지 능력이 떨어져 젊은 사람들은 쾌적하게 느끼는 온도가 노인들에게는 춥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도 조금 둔해지니 눈에 잘 띄는 큰 글씨가 도움이 되고, 이야기 나눌 때는 천천히 낮고 굵은 소리로 말하면 듣기에 편합니다. 둔해진 미각 탓에 음식을 지나치게 짜게 드시지는 않는지, 집안에 가스 냄새가 나는 걸 모른 채 살고 계신 건 아닌지 관심을 기울여야겠지요.

 

그리고 치매가 아닌 정상적인 노화의 경우에도 기억력이 조금씩 떨어집니다. 우리가 내 책꽂이에 가득 꽂아 놓은 책의 제목과 위치를 완벽하게 외우지 못하는 것처럼, 살아오면서 축적된 그 많은 일들을 일일이 다 기억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제때 찾아서 꺼내지 못한다고 보면 됩니다. 가벼운 건망증은 벽에 칠판을 걸어 두고 메모를 하거나 휴대전화나 돋보기처럼 자주 쓰는 물건을 늘 정해진 자리에 두는 노력만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합니다.

 

또한 나이가 들면 성격의 변화도 일어납니다. 신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또 사회적, 정신적으로 누군가에게 의존하고 도움을 받아야 하니 우울해집니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익히기가 쉽지 않고, 살아오면서 몸에 밴 익숙한 방식이 가장 편하기 때문에 내가 아는 방법만 고집하다 보니 융통성 없고 경직됐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유별나서라기보다 나이 듦의 특성 중 하나라 생각해서 젊은 사람들이 한 번 더 이해하고 넘어가는 지혜도 필요합니다.

 

거기다가 자꾸만 과거를 돌아보며 옛날이야기를 합니다. 어려운 시절을 살아 낸 고생과 무용담이 없을 수 없고 남은 시간 얼마 없으니 생각이 자꾸 옛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잘 나가고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 행복해하면서 어깨에 힘도 좀 주고, 못다 한 것들을 아쉬워하며 후회와 원망도 늘어놓습니다. 잘잘못의 평가보다는 당신 살아온 생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노년의 자기중심성입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이웃을 배려하며 너그럽게 품기보다는 그저 자기 자신, 아니면 가족만 생각하는 일이 많습니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하는 마음에다가 가만히 있으면 무시당하고 손해를 볼까 봐 소리부터 높이는 분들을 쉽게 만납니다. 세대 간 갈등의 시작점이기도 하지요. 어르신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기도 하고 설사 깨닫는다 해도 고칠 의욕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러니 물론 어르신들도 바뀌어야 하지만, 젊은 세대 쪽에서도 여기저기 아픈 데다가 기운 없고 재미있고 신나는 일도 없는 어르신들의 자기 존재 증명 혹은 하소연 정도로 여기면서 한 발 슬쩍 물러나 드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제 가장 중요한 것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바로 노인이라고 다 같지는 않다는 사실입니다. ‘젊은 사람들 다 그렇지 뭐’, ‘아줌마들 그렇고 그렇지 뭐’, 이런 말에는 발끈하면서도 우리는 쉽게 ‘노인들 다 그렇지 뭐’라고 말합니다. 노인이라는 한 범주 안에 모든 노인을 가두려 하는데, 우리 자신이 각기 다른 존재인 것처럼 노인들 한 사람 한 사람 역시 개별적인 존재임을 잊고 살기 때문입니다. 나이 들어 공통으로 변하는 것들이 분명히 있지만, 어르신들 개개인은 다 같은 사람이 아닙니다. 노인을 자신과 똑같은 한 사람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노년 이해의 첫걸음입니다. 그러니 이다음에 내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지금 어르신들을 대접하는 것이 세대 갈등과 세대 전쟁 아닌 세대 공존을 꿈꾸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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