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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 폭력 중 폭행·협박 범죄의 경우는 법적 처벌이 가능하기는 하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면 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상황이다. 그런데 피해자의 의사대로 처벌까지 가기에는 다수의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거나 피해자 스스로 보복이 두려워 법적 처벌 의사를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또한, 주변인들의 설득에 의해 신고가 철회되는 사례가 많아서인지 실제 신고 후 구속되는 비율은 약 2%에 불과하다고 한다. (본문 중)

 

장지연(상담사, 코코아그라운드 대표)

 

지난 6월 27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주최한 “교제 폭력 피해자 보호·지원 강화 방안” 간담회에서 여성가족부가 교제 폭력 피해자의 초기 발견부터 피해 회복까지 원스톱 지원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들어 하루가 멀다 하게 교제 폭력 관련 기사를 볼 수 있던 터라 늦은 감이 있기는 하지만, 반가운 소식이다. 체감만이 아니라 실제로 김미애 의원실의 요청으로 경찰청이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접수된 교제 폭력 신고 건수만 25,967건으로 집계되었다고 한다.1) 일 단위로 환산하면 하루에 약 216건의 교제 폭력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교제 폭력(데이트 폭력)이란?

 

교제 폭력은 데이트 관계에서 발생하는 언어적·정서적·경제적·성적·신체적 폭력을 말하며, 헤어지자는 상대의 요청을 거부하거나 이별 후 집요하게 스토킹으로 이어지는 경우,2) 그리고 연인 혹은 헤어진 연인의 사진을 인터넷상에 유포하는 등의 디지털 성폭력도 역시 교제 폭력에 속한다(아래 폭력 목록 참조). 데이트 관계란 좁게는 데이트/연애를 목적으로 만나고 있거나 과거 연인이었던 관계를 뜻하며, 넓게는 맞선·소개팅 등 연애를 전제하거나 호감을 느끼며 만나는 관계까지 포함한다. 우리나라에는 현행법상 교제 폭력 관련법이 별도로 제정되어 있지는 않지만 형법,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경범죄처벌법” 등을 근거로 공식 사건 접수 시 연인 관계에 기반한 폭력인지를 살펴서 처벌하고 있다.

 

교제 폭력의 실태와 양상

 

교제 폭력 중 폭행·협박 범죄의 경우는 법적 처벌이 가능하기는 하나,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면 벌을 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로 규정된 상황이다. 그런데 피해자의 의사대로 처벌까지 가기에는 다수의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거나 피해자 스스로 보복이 두려워 법적 처벌 의사를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 많다. 또한, 주변인들의 설득에 의해 신고가 철회되는 사례가 많아서인지 실제 신고 후 구속되는 비율은 약 2%에 불과하다고 한다. 법적 처벌이 어려운 언어적, 정서적, 경제적 폭력, 행동 통제 등의 교제 폭력은 폭력이라는 인식 자체가 낮아 피해자나 주변인이 폭력을 인식하고 대응하기가 어려운데, 이런 종류의 폭력이 추후 폭행·협박 등의 교제 폭력 범죄로 이어지는 주요한 예측 지표임을 많은 연구들이 제시하고 있다.3) 무엇이 폭력인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여성가족부는 폭력을 세부적으로 구분하여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4)

 

① 신체적 폭력: 몸을 다치게 하려고 물건을 던지는 행위 / 흉기로 위협하는 행위 / 밀치거나 힘껏 떠미는 행위 / 머리카락을 움켜잡거나, 당기는 행위 / 뺨을 때리는 행위 / 주먹이나 물건으로 때리는 행위 / 발로 차거나, 물거나, 끌고 다니는 행위 / 목을 조르거나, 숨이 막히게 하는 행위 / 화상을 입히는 행위 / 칼 등 흉기를 사용하여 상해를 입히는 행위

 

② 성적 폭력: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를 하는 행위 / 가슴이나 엉덩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자꾸 쳐다보는 행위 / 음란한 사진이나 그림 등을 게시하거나 보여주는 행위 / 성과 관련된 자신의 특정 신체 부위를 고의로 노출하거나 만지는 행위 / 성적인 행위를 거부했을 때 부당한 대우를 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행위 / 신체를 강제로 만지는 행위 / 동의 없는 신체적 접촉 행위(키스, 포옹, 껴안기 등) /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강요하는 행위 / 강압적인 성관계

 

③ 정서적 폭력: 면박을 주거나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 비하적인 표현이나 욕설, 폭언을 쏟아붓는 행위/ 고함을 치거나 물건을 던지는 등 겁주는 행위 / 겁주기 위해 아끼는 동물, 물건, 사람 (자녀 포함) 등을 해치거나, 해치겠다고 위협하는 행위 / 때리겠다고 협박을 하여 위협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④ 통제: 친구를 만나는 것을 금지하는 행위 / 가족, 친척 등 다른 사람의 연락과 만남을 못 하게 하는 행위 / 어디에 있는지를 지나치게 알려고 하는 행위 / 의료적 도움이 필요할 때 허락을 받도록 하는 행위 / 외출하는 것을 막거나 집에 감금하는 행위

 

⑤ 경제적 폭력: 내 몫이 있는 수입, 저축 등 금융 자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행위 / 내 몫이 있는 주택, 자동차 등 부동산 및 동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사용을 제한하는 행위 / 위자료, 양육비, 생활비 지급 등의 책임을 회피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하는 행위 / 직장에 다니지 못하게 하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게 하는 행위 / 내 몫이 있는 물건의 구입과 처분 등 경제적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행위/ 강제로 빚을 지게 하거나, 자신의 빚을 떠넘기는 행위

 

일반적으로 교제 폭력은 여러 가지 양상이 동시에 진행되기도 하지만, 통제·언어적·정서적 폭력에서 시작해 신체적·성적 폭력으로 확산되는 경향이 많으므로 다양한 예시들을 미리 인식하고 진행을 막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는 어떻게 교제 폭력에 대응하고 있는가?

 

때로는 교회 구성원들이 피해자에게 피해를 참고 견디도록 설득하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랑은 오래 참고’(고전 13:4a), ‘사랑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딥니다’(고전 13:7)라는 말씀이 모두의 가슴에 너무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인지, 폭력 피해자가 교회 안에서 용기 내어 관계에서 경험하는 어려움을 표현했을 때, 주로 듣게 되는 답변이 ‘네가 참으라’, ‘견디라’라는 말이라고 한다. 성경에 나란히 언급된 ‘사랑은 무례하지 않고, 성내지 않고, 불의를 기뻐하지 않는다’는 말씀은 제쳐두고 오로지 피해자가 폭력을 참고 덮어 주면 언젠가는 나아질 거라는 조언이 많이 행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교제 폭력은 동등한 인격체 간에 일어나는 행위가 아니며, 힘을 가진 사람이 상대를 통제하고 지배하고자 하는 폭력적인 양상이라는 기본 개념을 분명히 이해하고, 누구에게 충고하고, 누구를 보호해야 할지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교제 폭력 문제 대응에 도움을 주는 방법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 사실을 교회 공동체 중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좋은 신호다. 공동체를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라 인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교회 공동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임을 인식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도와주는 것이다.5) 우선 교회가 이런 폭력 사실을 인식했다면 피해자가 전문 상담 기관이나 피해자 지원 기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안내 및 연계해 주는 것을 가장 우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한 번 피해 사실이 알려지면 다수의 교인이 피해자에게 피해 사실을 묻는 경우가 많은데, 일반적으로 교제 폭력은 외상 경험인 데다 반복적으로 행해지는 복합 외상 경험이므로, 안전 확보나 정서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심리적으로 큰 부담을 주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비밀을 보장하고 피해자의 안전이 우선 확보될 수 있도록 전문 기관을 연계해 주어, 심리 상담 등 더 큰 사고의 예방과 심리 치유를 받을 수 있게 도와야 한다.

 


1) 이미령, “데이트 폭력 올해 넉 달간 4천400명…구속은 1.9%뿐”, 「연합뉴스」, 2024. 5. 26.

2) (사)한국여성의전화, 『F 언니의 두 번째 상담실: 데이트 폭력 대응을 위한 안내서』(서울특별시, 2018. 1.)

3) 김정혜, “강압적 통제로서 친밀한 파트너 스토킹의 특성과 대응 방향”, 「여성연구」, 2023 Vol. 117(2), 39-62. 성용은, “데이트 폭력 피해에 관한 연구”, 「한국범죄심리연구」, 2021 17(1), 113-130.

4) 여성가족부, 『2022년 여성폭력통계』(여성가족부, 2022. 12), xiii.

5) 최유리, “[교회와 데이트 폭력④] 목회자가 직접 상담하지 않아도 된다”, 「뉴스앤조이」, 2017.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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