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청년운동본부에서 청년들을 잇고 생각과 세상을 밝히는 이슈별 소모임인 ‘잇슈ON’이 지난 6월부터 진행되었습니다. 느슨한 공동체와 고민의 해소에 갈증이 있는 청년들이 일상과 사회의 관심사에 따라 소모임에 참여하여 안전한 소속감을 누리며 생각과 꿈을 나누고, 우리와 세상을 밝히는 파동을 만들어가는 시간들이었는데요! 함께 참여했던 잇슈ON 멤버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가나안 성도의 뜨거운 변명들
최소미(교회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 참여 청년)
* 참여 청년은 지인이 글을 보고 불필요한 오해를 할까 다소 우려되는 바, 가명 사용을 요청했습니다.
이에 따라 후기 글에서는 가명 사용 및 사진 블러처리를 하였습니다.
‘가나안’ 성도들이 많다고 하지만, 평생 교회의 울타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나 같은 모태신앙이 교회를 안 나가는 일은 쉽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교회로 가는 발길이 뜸해졌다고 해도, “나 요즘 교회 안 가요!”라고 고백하는 일은 몇 배, 아니 몇백 배는 어렵다. 부모님의 신앙 체크, 교회에서 만나 함께 자란 친구들의 잔소리(“00가 시험에 들었나 봐. 네가 빨리 하나님께로 돌아오도록 기도할게”) 등 내 고민의 본질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들을 듣는 고통을 오롯이 감내해야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나는 오프라인으로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 만 39세 미혼 여성인 나는 교회에서 ‘경계인’처럼 느껴져서다. 교회는 ‘생육하고 번성하라’며, 짝을 찾아 가정을 이루고, 가정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라고 하는데, 그 말씀에 지금까지 순종하지 못할 줄이야! 20대 후반의 친구들과 한 공동체로 모이는 상황에서 나는 ‘잔류’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할말하않’이지만, 나는 공동체 찾기를 그만두고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게 나만의 고민은 아니리라. 그래서 ‘교회 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을 찾았다. 사람들의 고민은 다양하고 복잡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교회 내 목소리에 염증을 느꼈다는 지체, 교회 공동체가 성경을 공부하고 하나님을 더 잘 알려고 노력하기보다 친목 위주로 활동 하는 탓에 의미를 못 찾았다는 친구도 있었다. ‘우리는 왜 교회를 가지 않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자신이 느끼는 교회 내 모순을 쏟아냈고, 이는 우리의 삶과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모순과 연결되어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이런 우리의 고민을 더 심도 있게 얘기해 보려고 함께 읽고 싶은 책이나 콘텐츠를 소개하시는 시간을 가졌다. 소개받은 책 중에 읽어 보리라 마음먹은 것은 <장애신학(대장간)>, <교회답지 않아 다투는 우리(지우)>이다. 비장애인인 나는 신학적으로 장애인을 이해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는데, 첫 번째 책에서는 그런 고민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두 번째 책에서는 교회 공동체에 대한 고민과 그에 따른 교회에 대해 새로운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리고 교회를 안 나가지만, 교회 공동체의 필요성은 모두 동의했기에, 교회를 떠났으나 다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다면 참고하여 고민을 정리하기로 했다. <복음과 상황>의 ‘교회로 돌아온 사람들’이란 특집기사를 함께 읽기로 하고 다음 모임을 기약했다.
기사에서는 배타적인 교회의 분위기 속에서 외로웠고 염증을 느껴 교회를 떠났지만, 공동체를 섬기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다시 교회로 발걸음을 돌린 지체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우리가 새겨들을 부분은 다시 교회를 정할 때 아무 교회나 택하지는 않았다는 점. 상황과 환경에 따라, 정해진 교회가 아닌, 스스로 원칙(예를 들면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교회나 여성 목회자가 없는 교단은 제외)을 세워 출석할 교회를 정하겠다는 생각에 모두 공감했다. 그리고 짧은 순모임의 여정이었지만, 교회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좋은 공동체를 함께 찾아보고,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사람과는 함께 성경과 하나님을 함께 알아가는 버팀목이 되어 주기로 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마지막 모임은 4주간의 여정을 정리하고, 앞으로 이 모임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안타깝게도(?) 이 모임을 하며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지체는 없었다. 하지만, 성경의 본질에 충실한 교회와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놓았다는 사람도 없다. 물리적인 교회에 발걸음은 뜸할지 모르지만,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을 함께 배우고, 실천하는 공동체에 대한 열망은 모임 전에도 모임이 끝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뜨거운 우리다. 비록 ‘가나안’을 택했지만, 우리의 변명의 시간은 뜨겁다.
그래서 우리는 후속 모임을 준비하고 있다. 정치적 지향, 성적 지향, 결혼 유무, 장애 유무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인격체를 편견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공동체를 함께(!) 찾고 자신과 맞는 공동체를 발견하는 지체가 있다면 기쁨으로(!) 보내주려 한다. 하지만, 이런 공동체를 찾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 시간 동안 함께 좋은 공동체와 교회, 그리고 신앙에 대해 같이 읽고 고민하고 소통하며, 때론 실천해 보려 한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교회 안에서 내 생각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없어 외로움을 느꼈다면, 이 순모임에 함께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