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에 미안…소명에 맞는 현장 찾기를” 정병오 기윤실 공동대표

[갓플렉스 릴레이 인터뷰 17회]

 

“청년들에게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학창 시절부터 다른 교육을 꿈꿔왔는데, 40년이 지나고 부모세대가 되어 이제 책임지는 위치에 올라왔지만, 바꾼 게 별로 없습니다. 입시 교육은 더 심화됐고 공부로 미래가 열리는 기회도 줄었습니다. 기성세대로서 청년세대에게 먼저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습니다.”

평생 교육 현장에서 ‘좋은교사운동’을 해온 정병오(58)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공동대표는 물기를 담은 눈빛으로 미안함부터 이야기했다. 국민일보 청년 응원 프로젝트 갓플렉스(God Flex) 릴레이 인터뷰를 위해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오디세이학교를 찾았다. 오디세이학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공립형 대안학교다. 인문계 고등학교 진학 예정인 중학교 3학년을 상대로 지원을 받아 고교 1년간 입시에서 벗어나 삶의 방향과 의미를 구체적으로 찾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곳에서 교사로서 책읽기와 글쓰기 등을 통해 학생들이 나를 찾도록 돕고 있다.

“경남 마산에서 고교를 다니던 80년대 초 저는 야간자율학습을 하다가 힘들면 운동장 벤치로 나와서 친구와 이야기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후진국이다. 야간강제학습에 몰아넣고 1점 차이로 아이들 미래를 가르는 이런 야만적 교육을 받고 있지만, 우리가 어른이 되고 선진국이 되면 이러지 말자. 창의적인 교육을 하고 본인이 원하는 걸 찾도록 돕는 교육을 하자고. 그런데 입시 위주 교육은 더 심화됐고, 아이들은 주말에도 학원을 가야 하고, 공부해도 가난한 집 아이들이 개천에서 용 날 기회는 줄어드는 등 악화한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미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 대표는 경기도 김포 주님의보배교회(김형태 목사) 장로다. 서울대 재학시절부터 학생신앙운동(SFC) 활동을 하면서 복음으로 세상을 바꾸는 꿈을 꿨다.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당시엔 복음이 융성하던 시대였다. 지금은 교회의 영향력이 줄어든 것을 비롯해 취직은 물론 집값마저 치솟는 등 청년들에게 기회가 닫혀버린 세상이 됐다. 20·30세대 네 자녀의 아버지인 정 대표는 청년들과의 공감대가 더 돈독해 보였다.

정 대표는 “그렇지만 어렵지 않은 시대는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청년시절 ‘시대의 모순이 응축된 현장으로 보내주십시오’라고 기도하던 그는 6개월 단기 석사장교 혜택을 포기하고 일반 사병으로 입대해 병역을 마친다. 중등교사로 임용된 후에는 학교 현장에서 일하다 소명을 발견한다.

“시대의 모순이 담긴 핵심으로 가야 하는데 학교는 안정된 곳이니까 이 길이 맞나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중 1~3학년, 마음을 쉬 열지 않는 사춘기 아이들이 일기를 쓰도록 돕고 답장을 하면서 교육 현장이 우리 시대의 모습을 오롯이 담고 있다는 발견을 합니다. 엄마는 교회에서 좋은 집사님인데 집에서는 공부만 강조해 이중적이다, 형은 고3이어서 내일모레 입시를 치르는데 나는 너무 두렵다 등등 여러 모순이 일기에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아이들의 고민이 곧 우리 시대의 고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빛나지 않을지라도 아이들의 아픔에 작게나마 응답해 줄 수 있으면 하나님의 부르심에 답하는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 대표는 청년들에게 “어렵고 힘들지만 각자 소명에 맞는 현장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시대의 문제가 맞닿은 현장을 회피하지 않고, 빛나지 않더라도 기독 시민으로서 스스로 자립하고 더불어 세상에 기여하는 일을 해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일주일에 하루만 교회에 머무는 수동적 평신도가 아니라 매일 성경을 읽고 책을 읽고 질문하는 능동적 평신도, 스스로 읽고 나누고 질문하는 신앙의 여정을 포기하지 말아 달라고 덧붙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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