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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스토리의 핵심 부분에서 기쁨이는 나쁜 기억을 분리수거하듯 골라서 기억의 쓰레기장에 버리고 좋은 기억만 신념 저장소에 저장하여 긍정적 신념과 자아상을 만들려고 한다. 반면, 불안이는 미래에 잘 대처하기 위해 각성제 드링크를 몽땅 마시고 잠도 자지 않는 라일리에게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예측하여 대비하도록 부정적인 신념들을 강화하고자 한다. (본문 중)

 

이정경(온맘코칭상담센터 소장)

 

최근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이 9년 만에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얼마나 기대하며 기다렸는지 모른다.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 필자가 여러 번 반복해서 본 유일한 영화가 바로 이 영화였다. 혹시 놓친 부분이 있을까 하여 호기심을 가지고 다시 보면서 매번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재미를 느꼈었다.

 

<인사이드 아웃> 전편은 가족과 함께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보게 되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어떻게 뇌 과학과 감정 이론을 이렇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놀라고 흥분이 되었고, 영화가 끝나자마자 제작 배경과 영화 정보를 검색해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이 영화가 뇌 과학자와 심리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비로소 놀랐던 마음이 진정되었던 강렬한 기억이 있다.

 

영화는 라일리라는 소녀가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생겨나는 감정들을 다루고 있다. 각 감정은 고유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버럭이는 공평함을, 소심이는 안전을, 까칠이는 취향을 담당한다. 각자의 역할이 있는 다른 감정들과 달리 처음에는 불필요해 보였던 슬픔이가 결국 핵심 감정인 기쁨이에게 꼭 필요한 존재임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주제이다.

 

영화의 표면적 이야기는 라일리 가족이 새로운 도시로 이사한 후 라일리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고향과 친구들을 그리워하며 가출을 시도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라일리는 슬픔을 느끼고 집으로 돌아와 부모님께 감정을 표현하고 위로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라일리의 머릿속 본부에서 감정들끼리의 이야기가 펼쳐지며, 라일리의 성격섬(우정섬, 정직섬, 엉뚱섬, 가족섬, 하키섬), 기억의 과정, 상상 친구 빙봉 등이 등장한다. 본부에서 빠져나가버린 기쁨이가 본부로 돌아오지 못해 좌절하며 핵심 기억을 되돌려 보는데, 그 과정에서 기쁨이는 슬픔과 좌절의 상황에서 가족과 친구들의 위로가 라일리의 핵심 기억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 장면은 인간의 욕구와 감정의 양면성을 보여 주는데, 욕구의 성취가 기쁨이며 욕구의 좌절이 슬픔이 되기에, 기쁨이는 슬픔이가 동전의 양면처럼 자신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깨닫게 된다. 이것이 이 영화가 강조하는 메시지이다.

 

  (좌) 영화 <인사이드아웃2> 포스터, (우) 영화 <인사이드 아웃2> 스틸컷. ⓒWalt Disney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사춘기를 맞이한 라일리의 변화를 나타내는 새로운 감정들이 추가로 등장했고, 특히 불안이(위 사진 오른쪽)의 행동과 역할이 큰 공감을 일으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특히 인상 깊었던 대사는, 기쁨이가 “기쁨이 가는 곳에 슬픔이도 함께 가야지”라고 말하는 부분이었다. 이 대사는 전편의 핵심 주제를 다시 다루는 부분이며 또 기쁨이의 성장과 성숙을 보여 주어 반갑고 고마운 마음과 함께 흐뭇한 웃음이 지어졌다.

 

<인사이드 아웃 2>의 주요 스토리는 라일리가 하키 캠프에 가는 길에서 시작된다. 라일리는 고등학교 입학에 영향을 미칠 캠프에 대해 긴장하고 있는 자신과 달리, 친구들은 이미 진학할 학교가 결정되었으나 이를 숨기고 있었던 것을 친구들의 미묘한 눈빛과 표정을 통해 알게 된다. 이로 인해 라일리는 상처를 받고, 그 감정을 숨긴 채 캠프 내내 긴장과 불안 속에서 지내게 된다. 이번 속편에서는 불안이 외에도 당황이, 부럽이, 따분이 같은 새로운 감정들이 등장하며, 그들의 캐릭터를 통해 사춘기 뇌의 변화를 찰떡같이 묘사한다. 얼마나 많은 연구가 있었는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이 영화를 만든 감독 켈시 만은 사춘기 딸의 머릿속이 궁금해서 이 영화를 기획했다고 하며, 미국 전역에서 뽑은 사춘기 소녀들을 3년 동안 모니터링하며 영화를 준비했다고 한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 스틸컷. ⓒWalt Disney

 

이번 스토리의 핵심 부분에서 기쁨이는 나쁜 기억을 분리수거하듯 골라서 기억의 쓰레기장에 버리고 좋은 기억만 신념 저장소에 저장하여 긍정적 신념과 자아상을 만들려고 한다. 반면, 불안이는 미래에 잘 대처하기 위해 각성제 드링크를 몽땅 마시고 잠도 자지 않는 라일리에게 미래의 모든 가능성을 예측하여 대비하도록 부정적인 신념들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런 갈등 상황에서 생겨나는 신념과 자아상의 문제가 이 영화의 핵심 주제 중 하나다.

 

기쁨이를 대신해 본부를 점령한 불안이가 지나치게 라일리를 압박해 라일리가 숨을 못 쉬고 힘들어하며 공황 증세를 겪는 장면은, 현대인들이 자신의 불안과 공황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또한, 가족과 친구 등 주변의 힘든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는 장면일 것이다.

 

억압되었던 기존 감정들이 다시 본부로 돌아와 불안이가 장악하여 공황 증세가 온 라일리를 돕기 위해 함께 협력하게 된다. 불안이의 토네이도에 들어간 기쁨이는 “라일리를 놔줘! 라일리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가 정할 수 없어”라고 불안이에게 말하는데, 급박한 상황에서도 불안이를 침착하게 공감적 태도로 대하는 모습은 성장한 기쁨이의 리더십이 드러난다. 그 결과 모든 감정들이 라일리를 돕고자 새로운 통합된 자아를 안는 장면, 그리고 안정된 콘트롤 시스템이 기쁨이를 부르는 신호를 통해, 우리 뇌가 감정을 조율하고 안정감을 갖게 되는 과정을 그려낸다. 이런 장면을 통해 감정들이 인간의 회복 과정에서 어떻게 연합하여 작용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영화에서 기쁨이는 자신이 버린 나쁜 기억들을 무너뜨리며 그 흐름을 타고 신념 저장소를 통해 본부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모든 기억들이 진정한 라일리다운 통합된 자아를 아름답게 완성시킨다.

 

우리는 세상의 주인이며 나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믿고 있지만, 때로는 그분의 계획보다는 우리의 욕구의 성취만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이런 점에서, 나쁜 기억을 골라내어 버리려는 기쁨이의 태도가 우리의 기도 내용과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하나님의 섭리와 계획을 온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우리의 관심이 우리의 욕구에만 집중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우리의 삶에서 고통은 피해야만 한다고 믿고 불안이처럼 지나친 고민과 근심으로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많은 어른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감동을 받았다. 특히 엔딩 크레딧의 메시지,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우린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를 읽으며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수용받지 못했던, 또는 스스로를 수용하지 못했던 그들 마음속의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위로를 받은 것이 아니었을까 추측해 본다.

 

하나님은 우리의 부족함까지도 모두 수용하시고 있는 그대로 우리를 사랑하신다. 우리는 그 사랑으로 살아가며, 우리의 상처와 아픔을 주님께 온전히 표현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치유와 회복을 통해 우리의 삶의 모든 기억과 경험이 버릴 것이 없음을 고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불안정했던 폭풍이 지나고, 모든 기억으로 통합된 자아를 다양한 감정들이 포옹하는 장면(위 사진 오른쪽)은 이 진리를 잘 드러내었다.

 

이 영화의 부제인 “진짜 나를 만날 시간”처럼, 우리는 창조주 하나님의 시선으로 태어난 후부터 지금까지의 자신의 삶을 다시 해석해 보고, 그 과정에서 진정한 나 자신을 발견하고 알아감으로써, 우리를 돌보셨던 사랑의 주님을 더 깊이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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