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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전 세계인의 관심이라는 것을 보여 주듯, 유엔 산하의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SDSN)은 매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유엔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지수인 기후위험지수, 기아지수, 평화지수와 나란히 행복지수가 있다는 점은, 행복이 전쟁과 기아 같은 ‘먹고 사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본문 중)

 

신하영(세명대 교양대학 교육학 교수)

 

“고개 들고서 오세

손에 손을 잡고서

청춘과 유혹의 뒷장 넘기며

>광야는 넓어요

하늘은 또 푸러요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갑시다”

 

한대수, <행복의 나라로> 중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포크 가수를 이야기할 때 이견 없이 등장하는 가수 한대수의 노랫말이다. 명곡과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는 다채로운 울림을 준다. 이 노래 역시 처음 발표되었던 군사 정권 시절에는 해방적인 의미가 강조되어 한때 금지곡이 되기도 했다.1) 이후 2019년에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탈옥수의 이야기를 다룬 동명의 영화가 개봉했다. 아마도 권위주의적 군사 독재로부터의 해방으로 해석될 첫 번째 맥락의 행복, 영화 속에서는 남겨진 얼마 안 되는 시간을 빛나게 살아보는 것으로 해석되는 두 번째 맥락의 행복…. 이렇게만 봐도 두 가지 시대적 맥락에서 ‘행복’이 해석되었음을 알 수 있다.

 

아름다움만큼이나 행복 역시 매우 주관적으로 결정된다. ‘무엇이 행복이냐?’뿐 아니라 ‘어느 정도의 총량에 도달하면 행복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가?’까지, 누구도 다른 사람의 행복한 정도, 행복한지 여부를 쉽게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추구하고 있고 매우 중요한 가치이기에 행복은 우리 헌법에도 추구할 권리가 보장되어 있다.2) 행복이 전 세계인의 관심이라는 것을 보여 주듯, 유엔 산하의 지속가능발전해법 네트워크(SDSN)은 매년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유엔에서 발표하는 국가별 지수인 기후위험지수, 기아지수, 평화지수와 나란히 행복지수가 있다는 점은, 행복이 전쟁과 기아 같은 ‘먹고 사는 문제’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그런데 2024년 한국은 이 행복지수에서 143개국 중 52위(6.058점)를 기록했고(1위 핀란드 7.741점), 이 순위는 2023년보다는 5단계 상승해서 다소 개선된 결과였다. 조금 더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51위 일본 6.060점, 60위 중국 5.973점으로 50위-60위권에 나란히 있는 한‧중‧일 3개국이다(이웃 나라인 이 세 나라는 복잡한 역사만큼이나 행복해지기 어려운 요소도 함께 얽혀 있는 듯하다). 절망적으로 나타나는 OECD 기준 최하위 등수만 보다가 ‘143개국 중에서 저 정도면 꽤 괜찮은 것 아니냐’ 생각하기 쉽지만, 이 행복지수가 어떻게 산출되는지 원리를 생각하면 결코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유엔이 발표하는 행복지수는 단순히 주관적인 인식에 그치지 않고, 각 인구의 삶의 질에 대한 평균 평가의 3년 평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경제학, 심리학, 사회학 및 그 외 분야의 학제간 전문가들은 GDP, 기대 수명, 의지할 수 있는 사람, 자유, 관대함(포용) 및 부패에 대한 인식과 같은 요소를 사용하여 국가 간 및 시간에 따른 차이를 최대한 수치로 설명하려는 노력을 한다.3) 그리고 이번 조사에서 한국의 행복지수가 6.058점으로 상대적으로 낮아진 데에는 이 지수를 구성하는 하위 요인 중에 경제적 안정성과 사회적 지원에서 낮은 점수를 얻은 것이 작용했다.

 

이제는 출처조차 명확하지 않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못한 나라도 국민들의 행복도는 최고더라’는 이야기는 늘 우리에게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며, 배부른 소리 하지 말 것, 투정하지 말 것을 종용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곤 했다. 지금 여기에서 불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OECD 10위 언저리의 강력한 경제력으로 ‘모두가 살 만해진 지금’에는 심리적이고 정서적인 공허함과 우울함의 문제로 축소되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 포함된 ‘먹고사는 문제’ 즉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지원의 부족이 결정적으로 한국인의 행복지수를 낮추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놓치고 있는, 어쩌면 일부러 보려 하지 않았던 현실을 다시 알려 준다.

 

한국이 이제 먹고살 만해졌다고 이야기하는 것, 요즘 누가 배를 곯느냐는 말 뒤에는, 여전히 배고픔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고, 매일의 안전을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는 한국 사회의 ‘다른 모습’을 인정하지 않으려 드는 ‘어떤 의도’가 있다. 유엔의 행복 보고서에서 객관적 조건과 주관적 인식을 함께 고려할 경우, 한국에서 가장 행복한 세대는 15-24세까지의 젊은 세대(young)였다. 반면, 60세 이상의 노년층은 가장 불행한 세대로 나타났다. 늘어나는 수명에도 불구하고 노후 대책을 가진 이는 극히 일부분이고, 절대다수의 노인이 빈곤과 질병에 노출되어 있다.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인 38.1%이고, 65세 이상 노인 중 89.2%는 한 가지 이상의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는 수치를 고려할 때, 삶의 조건으로 행복이 허락되지 않는 집단이 뚜렷하게 보인다.4)5)

 

물론 청년의 우울과 실업의 무게가 가볍다는 것은 아니다. 아동 청소년은 또 어떤가. 한국 청소년의 자살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유엔의 행복 보고서를 고찰하면서 필자가 제안하고 싶은 것은, 다들 ‘행복의 나라로 가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행복이라는 것을 단지 개인의 인식이나 정서의 단위로 생각하지 않고 공동체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야의 확대이다. 사회적 지원을 만드는 것은 시민의 요청과 정치인의 뜻이 모이는 제도적 변화, 국가의 개입이 필수적이다. 우리 사회가 겪은 IMF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는 더 이상 경제적 안정도 개인의 ‘노오력’만으로 결정되지 않음을 모두에게 학습시켰다. 사회적 포용은 다른 사람을 차별하고 혐오하는 것을 삼가는 성숙한 시민 의식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필요로 한다. 부패 역시 마찬가지다. 이쯤에서 다시 물음표를 띄워본다. 행복은 정말 각자의 마음 먹기에 달린 것일까?

 


1) 박경은, “양희은이 촛불집회 때 부른 ‘행복의 나라로’가 금지곡이었던 이유는?”, 「경향신문」. 2016. 11. 27.

2)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행복추구권).

3) World Happiness Report, “World Happiness Report 2024”.

4) Yoon Min-sik, “S. Korea’s sky-high elderly poverty edges even higher to 38.1%”, 「The Korea Herald」, 2024. 3. 11.

5) Rangkyoung Ha et als. “A national pilot program for chronic disease and health inequalities in South Korea”, BNC Public Health 21, Article number 1142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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