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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써퍼 님,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꽤 자주 슬픔과 평화가 공존합니다. 다른 이의 괴로움과 슬픔이 나의 기쁨이 되고, 나의 고통과 절망이 누군가에겐 그저 평화로운 일상이 됩니다. 주님의 자녀임을 고백하며 예수님을 따라 살겠다고 다짐하는 우리 또한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몇 년 전 유럽여행에 가던 길에 에티오피아에 경유했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두 명은 들어갈 수나 있을까 하는 작은 박스에 몸을 누이는 사람들, 길가에 불을 피우고 박스로 간이 집을 만드는 일가족들…. 낮에는 흙밭이었던 공터가 밤에는 사람들의 집이 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기본적인 생활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그저 마음으로만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는 저 자신 또한 여전히 누군가의 슬픔을 알면서도 평온히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 중 한 명임을 고백합니다.
  이번 레터에는 이 주제를 영화로 담은 ‘존 오브 인터레스트’의 후기를 실었습니다. 기독 청년으로서 세상과 구별된 모습으로 살기를 다짐하는 써퍼님들께 누군가의 슬픔이 나의 평안이 되는 것을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그 다짐이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 속 빛이 되길 기도합니다. 💞 – 조약돌 드림

 

🌊 SURFER’s MOVE

나의 평화 옆 당신의 슬픔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리뷰

글_진느(조혜진 기윤실 청년위원)

 


  가족의 안락한 삶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휴일엔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버지, 감각적이고 섬세한 안목으로 집 안과 정원을 아름답게 꾸미며 살림을 꼼꼼히 챙기는 어머니, 그 안에서 마음껏 뛰놀며 건강하게 자라나는 자녀들. 딸이 풍족하고 행복하게 사는 모양에 감격해하는 친정어머니. 영화 속 악의 얼굴은 평범하며 나아가서 근면하기까지 하다. 배경지식이 없거나,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회색 연기 배경과 비명을 무시한다면, 이웃의 일상이자 모두가 꿈꾸는 삶이다.

  유대인을 학살한 독일은 나쁘다. 유대인 학살에 동참하거나 침묵한 독일인도 나쁘다. 그 명제를 알고 있는 우리에게 담장 너머의 행복은 소름 끼치게 잔인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인간다움의 성정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을 절제된 평화로 마주하다 보면 ‘그 시절의 나치는 정말 고약했군’이라며 함께 손가락질하기보다 내 일상의 평화, 내가 만들고 지킨 경계 안의 행복에 묵직한 질문이 던져진다.

  나에게도 그렇게 눈앞에 존재하지만, 맹점이 되어버린 미미하게 스러져가는 인간성은 정말 없을까. 비명 지르고 있지만 이명처럼 퍼져나가 구분할 수 없게 된 타인의 슬픔이 없을까.

  폴란드 여행을 했었다. 아우슈비츠 지역에 있는 강제 수용소에 가는 버스 티켓을 구매하며 행선지를 말할 때 독일어 발음인 ‘아우슈비츠’가 아닌 ‘오슈비엥침’이라는 폴란드어 단어를 사용했더니 티켓 판매원이 활짝 웃었던 기억이 난다. 가끔은 슬픈 이들의 편으로 기울어진 경계를 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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