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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들의 자퇴 이야기는 언론으로만 접할 수 있는 뉴스는 아닙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쉽게 들을 수 있는 소식입니다. 저의 집 아이들도 고3, 고1이다 보니 학교 시험이 끝날 때마다 몇 명이 자퇴했는지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배경에는 학년 당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드니 내가 원하는 등급에 들기 위해서는 몇 등 안에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본문 중)

 

한성준(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 해 고등학교를 그만두는 학생이 2만 5천 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중 50%는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떠난다고 합니다. 좋은교사운동이 민형배 의원실과 함께 조사한 설문에 따르면, 9월 고3 교실에서는 25명 중 16명 이상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학교를 떠나는 교사들의 수도 만만치 않습니다. 5년 미만의 저경력 교사들이 학교를 떠나는 수가 최근 2배 이상 늘었다고 합니다. 학생도 교사도 학교를 떠나는 시대 앞에서 이제 학교는 그 생명력을 다했나 싶습니다. 더욱이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흡수될 것이 뻔하니 공립학교 교사로서 마음이 참 착잡합니다.

 

고등학생들의 자퇴 이야기는 언론으로만 접할 수 있는 뉴스는 아닙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쉽게 들을 수 있는 소식입니다. 저의 집 아이들도 고3, 고1이다 보니 학교 시험이 끝날 때마다 몇 명이 자퇴했는지를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리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배경에는 학년 당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드니 내가 원하는 등급에 들기 위해서는 몇 등 안에 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계산이 숨어 있습니다.

 

끝없는 한 줄 세우기 상대 평가

 

숨은 계산법을 셈해 볼까요? 고등학생들이 자퇴를 하고, 그것도 1학년 때 많은 수의 학생이 자퇴를 하는 근본 원인에는 한 줄 세우기 상대 평가가 있습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대다수 과목이 상대 평가이고, 학교 내신을 위한 시험도 대부분 상대 평가입니다. 상대 평가는 내 점수보다 내 등수가 더 중요한 평가 제도입니다. 가령, 90점을 넘으면 A를 받을 수 있다면 다른 학생들의 성적보다 내가 90점을 받을 수 있는지 여부만 신경을 쓰면 됩니다. 그러나 상대 평가는 다릅니다. 현재 1등급은 4%까지만입니다. 학년 전체 100명 중 4명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습니다. 5등부터는 2등급입니다. 그런데 100명의 학생 중에 자퇴 학생이 늘어나 학년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든다면 4%에 해당하는 인원이 4명에서 3명, 2명으로 계속 줄어듭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자퇴하는 학생의 수에 대해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퇴생이 많아질수록 경쟁자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쟁의 압박이 커지는 형국입니다.

 

90점, 아닌 95점을 받아도 내 앞에 더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4명이 더 있다면, 95점을 받고도 1등급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1학기 중간고사 결과를 받아 보고,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원하는 등급 안에 못 들겠다 싶으면 바로 자퇴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학교를 떠난 학생들이 어디로 가느냐 하는 점입니다. 볼 것 없이 사교육 시장으로 갑니다. 검정고시를 봐서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취득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를 준비하기 위해 입시 학원에 올인합니다. 학교 내신 상대 평가에서 원하는 등급을 받을 수 없겠다 싶으니 아예 내신 반영 비율이 적은 수능 중심의 정시에 몰입하는 것입니다. 수능 대비는 학교가 아닌 학원에서 준비하는 게 더 효율적이다 생각하니 미련 없이 학교를 떠나는 것이고요. 대학입시도 정시 확대 국면이다 보니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학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3년 내내 학교에서 상위 등급을 받기 위한 내신 경쟁에 내몰리는 학생이나, 1년에 1번 있는 고부담 시험인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이나, 학생 입장에서는 똑같은 전쟁일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이번 정부에서는 현재 중3 학생이 치를 2028 대입 제도 역시 수능은 상대 평가를 유지하고, 내신에서는 1등급을 4%에서 10%로 비율을 늘리는 대신 고3까지 대다수 과목에서 상대 평가를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이 추세라면 고등학생들의 자퇴율은 아마도 더 늘어날 것입니다.

 

자녀의 끊임없는 내신 경쟁, 학부모의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 그리고 공교육에 대한 불신. 이쯤 되면 학부모들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 달라, 상대 평가를 없애 달라 나설 만하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먼 미래에는 반드시 상대 평가가 없어지는 것이 맞으나 내 자녀가 대입을 준비할 때에는 큰 변화가 없기를 바라는 것이 수험생을 둔 학부모들의 마음입니다. 왜냐하면 상대 평가 체제에서 준비해 온 노력이 있는데, 갑자기 게임의 룰이 바뀌면 더욱 혼란스러워질 뿐이니까요. 그러니 교육 당국도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쉽게 상대 평가 체제를 바꾸려 하지 않습니다.

 

이쯤 되면 학교는 왜 존재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학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요? 배운다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알아가는 기쁨은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기쁨입니다. 학교는 그런 배움의 기쁨으로 충만한 곳이 되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친구를 등급을 두고 벌이는 경쟁자가 아니라 배움의 동역자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상대 평가의 구습은 하루빨리 없어져야 합니다. 상대 평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고교 서열 체제와 대학 서열 체제, 이를 더 견고하게 만들어주는 입시 제도와 양극화된 사회 체제 역시 눈 녹듯 사라져야 할 구습입니다. 과도한 경쟁에 기반한 고교 서열과 대학 서열을 완화해 가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교육 당국은 교사별 평가, 절대 평가 도입을 위해 교사들의 평가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를 쌓아 가야 합니다. 무엇보다 교실을 경쟁의 전쟁터로 만드는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위한 사회적 숙의 과정을 조속히 시작해야 합니다.

 

선한 목자는 잃은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해 길을 나섭니다. 그러나 우리네 학교는 학교 밖으로 나선 학생을 찾아 나서지 않습니다. 그냥 어쩔 수 없는 것으로, 각자도생의 길로 나서는 것으로 묵인해 버립니다. 그러나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안에 남아 있을 양이 없어 보입니다.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이중 삼중으로 그 우리를 든든히 세우는 일, 우리 안에서 배움의 기쁨을 충만히 누리도록 하는 일. 바로 이 일들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선한 목자의 심정으로 지금 당장 해내야 할 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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