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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은 아이들에게 있다. 아이들은 자기에게 맞는 해답대로 스스로 움직인다. 청소년기에 우울한 것은 대부분 일종의 감기이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으면, 수술대에 눕히고 폐를 갈라서 감기 균을 죽이는 게 맞을까. 그저 감기약을 먹이고 잘 놀게 하는 것이 어떨까. 사춘기에 아이들은 격동한다. 당연하다. 그러나 그거 감기다. 너무 호들갑 떨 거 없다. 아이들은 흔들리면서 자라고 있다. (본문 중)

 

김윤규(청소년자유학교 교장)

 

나는 포항에서 학업중단청소년을 위한 청소년자유학교라는 야학을 25년째 운영하고 있다. 학생은 학비를 내지 않고, 교사는 보수를 받지 않고, 운영비는 운영자가 알아서 한다. 아주 간단한 구조다. 학생이 1명만 있으면 개교하기로 해서 개교했고, 학생이 1명도 없으면 폐교하기로 해서 폐교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엉성한 설계로 만들어진 학교가,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망하지 않았을까. 이 학교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걸까. 글의 분량을 고려해 학생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정규 학교에는 입학할 아이가 부족하다. 서울과 인근을 제외하면, 전국의 학교 교실이 모두 구멍이 숭숭 뚫렸다. 그런데, 그렇게 모자라는 아이들 중에 32,027명(2020년), 42,755명(2021년), 52,981명(2022년, 이상 교육부)이 학업을 중단하였다. 2022년을 살펴보면 고등학교에서만 23,981명이었다. 결국, 우리는 다 길러내도 모자랄 아이들 중에서 1%가량을 정규 교육 바깥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왜 학업을 중단하는 것일까. 통계에 의하면, 고등학생의 경우 그 이유는, 학교 교육 부적응, 또래 친구 문제, 무기력함, 가정 환경, 선생님 문제, 기타 순이다. 학교 교육이 맞지 않아서, 친구들과 친하지 않아서, 힘이 빠져서, 가정이 돌봐 주지 않아서, 선생님이 돌봐 주지 않아서 학업을 중단한다는 뜻이다. 이런 통계를 보고 있노라면, 이분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구나 싶다. 이런 외부적 이유는 아이들이 자신을 설득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어른들은 그냥 아이들이 하는 말만 듣고 통계로 만들어 보도 자료로 뿌렸을 뿐이다.

 

지금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야 할 이유를 알 수가 없다. 그냥, 나이가 되었고 학교가 있으니 다니라고 하는 것으로는, 이 아이들을 학교에 가게 하지 못한다. 학교에 안 다니면 인생이 망한다지만, 망하지 않은 예가 너무나 많다. 학교가 지옥 같은데 왜 가라고 하는가. 그러므로 이들을 학교에 가게 하려면 훨씬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싫은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대부분은 매우 복합적일 것이고, 어쩌면 학교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

 

자유학교는 2001년에 개교했는데, 그때 온 아이들은 법이나 규칙을 어긴 아이들, 학교 폭력 쪽으로는 가해자들이 많았다. 그 아이들은 학교나 법원에서 처벌되어 학교에서 쫓겨난 경우였는데, 개별적으로 상황은 복잡했고 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통하는 방법은, 범법과 비행으로는 세상 살기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설명하는 것이었다. 예상보다 더 그들 자신이 이미 이런 삶이 지혜롭지 않다는 위기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경험을 들어서, 너는 범법과 비행에 별로 소질이 없어 보인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그것도 사실이었다. 그 결과 오토바이를 타던 아이는 건어물 배달을 하고, 칼을 쓰던 아이는 호텔 요리사가 되었고, 주먹을 쓰던 아이는 부사관이 되어 나라를 지키고 있다. 이들에게 자신의 성격과 특기가, 범법보다 훨씬 좋은 일에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이들이 별로 없었던 것이다.

 

 

요즘 우리 학교에 오는 아이들은 피해자들이 많다. 이들의 괴로움은 정말 복잡하고 개별적이다. 미혼모나 재혼모의 자녀일 경우, 아이들은 어이없는 피해자이다. 어떤 아이는 임신부터 출생까지 축복받지 못했고, 현재도 존재 자체가 존중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아이들은 심리적으로 극심하게 위축되고, 많은 경우 우울한 증세를 보이고 있다.

 

부모가 너무 훌륭해서 피해자가 된 아이들도 있었다. 영어권에 조기 유학을 가거나 특별한 대안학교에 갔다가 심각하게 부적응을 보이는 아이들, 이런 아이들은 우리 학교에서 그냥저냥 잘 지내다가도, 하교하고 집에 가면 다시 속이 뒤집혀서 오는 때가 많았다.

 

친구 관계로 우울하게 된 아이들도 매우 많다. 요즘 학교에서는 어긋난 친구 관계가 점점 독해지고 있다. 급식 시간에 아무도 같이 밥을 먹어주지 않는다. 자라는 아이에게 그것은 매일 지옥이다. 이런 날들이 계속되면 아이는 우울해지다가 자신을 해치기도 한다.

 

요즘 생각한다. 이 아이들은 답이 없다. 예전의 소위 불량한 아이들이 차라리 쉬웠다. 힘센 아이들은 힘으로 꺼낼 수 있었지만, 우울한 아이들은 꺼낼 방법이 없다. 의학적으로 그들을 치료하는 분들에게 의지하면서, 전문가가 아닌 우리는, 그 우울함을 잠시 밀어 두는 수밖에 없다.

 

자유학교 선생님들은 모두 대학생이다. 내가 이분들에게 부탁하는 것은, 아이들의 문제에 너무 들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대학생 선생님이 감당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그냥 맡은 과목만 열심히 가르치자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들은 거의 동년배의 학생들을 데리고 열심히 가르치고 함께 공부한다. 아이들이 자기 문제에 빠져서 완전히 던져두었던 공부를 하면서, 그냥 검정고시 공부만 하는데도, 조금씩 밝아진다. 완전히 입을 닫아버렸던 아이가, 가끔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침내 교장에게도 말을 건다. “저, 대학 나와서 한복 디자인 할 건데요.”

 

해답은 아이들에게 있다. 아이들은 자기에게 맞는 해답대로 스스로 움직인다. 청소년기에 우울한 것은 대부분 일종의 감기이다. 아이가 감기에 걸렸으면, 수술대에 눕히고 폐를 갈라서 감기 균을 죽이는 게 맞을까. 그저 감기약을 먹이고 잘 놀게 하는 것이 어떨까. 사춘기에 아이들은 격동한다. 당연하다. 그러나 그거 감기다. 너무 호들갑 떨 거 없다. 아이들은 흔들리면서 자라고 있다.

 

우리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공부한다. 대드는 아이와 공부하고, 도망갔던 아이와 공부하고, 잡혀갔던 아이와 공부하고, 입을 닫은 아이와 공부하고, 자해한 아이와 공부한다. 그냥 그 시절에 할 일을 묵묵히 할 뿐이다.

 

이렇게 25년째 하고 있다. 그간 500여 명이 왔고 300여 명이 검정고시에 합격했는데 200여 명은 중간에 사라졌다. 무슨 뜻일까. 이 방법도 결코 정답은 아니라는 뜻일 테지만, 그래도 우리는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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