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총회장 스캔들에 이어 세습금지법 삭제도 추진…”부끄럽고 기괴하다”

교계 단체들, 총회 회관 앞 기자회견 “한국교회에 대한 마지막 기대마저 저버리게 하지 말라”

 

[뉴스앤조이-엄태빈 기자]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이 109회 총회를 앞두고 여러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총회장 김의식 목사의 불륜 의혹이 일어난 후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구성원들의 반발을 부른 데 이어, 예장통합 헌법위원회(남택률 위원장)가 이번 총회에 ‘세습금지법 폐기’ 청원을 올렸다는 사실도 알려지며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앞서 역대 예장통합 헌법위원장 7명은 9월 1일 ‘세습금지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이후 헌법위원회가 세습금지법인 헌법 제28조 6항’을 삭제해 달라는 공식 안건을 이번 총회에 올린 것이다. 헌법위원회는 지난해 108회 총회에 ‘조건부 세습 허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올렸는데, 올해는 아예 이 법을 없애자고 제안했다.

특히 헌법위원회는 “101회기부터 ‘목회자의 세습은 교회의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법의 미비를 초래하여 적용할 수 없다’고 해석해 왔다”면서, “이 조항에도 불구하고 교회간 합병 및 교단 탈퇴 등의 방법으로 사실상 법 적용이 유명무실하게 되었고, 현재까지도 이와 관련한 논란과 갈등을 야기하고 있어 이를 치유하고 개교회 독립성과 교단들의 대표자 선정에 관한 권리도 보장하기 위해” 개정안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의식 총회장 스캔들에 이어 세습금지법까지 아예 폐기하려는 움직임이 보이자,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 평화나무 기독교회복센터, 명성교회평신도연합회, 명성교회정상화위원회 등은 9월 13일 예장통합 총회 회관인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예장통합 일각의 세습금지법 폐기 시도를 규탄하고, 불륜 의혹을 일으킨 김의식 총회장 사퇴 및 치리를 촉구했다.

교회개혁평신도행동연대 대표 정태윤 집사는 “헌법위원장은 법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정의롭게 수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공교회를 사유화하는 것을 금지하는 세습금지법을 삭제하라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세습금지법이 총회에 갈등과 분열, 깊은 상처를 야기하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하는데, 명성교회가 강행한 불법 세습으로 교회를 떠난 사람들의 충격과 상처를 알기는 하느냐”고 규탄했다. 정 집사는 한때 명성교회 교인이라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고 예장통합 소속이라는 데 자부심이 있었지만, 이제는 교단에서 벗어나 연을 끊고 싶다고 했다.

예장통합 소속 홍인식 목사는 명성교회 김삼환-김하나 부자가 세습을 강행한 2017년 이후, 7년이라는 세월 동안 교단과 한국교회가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인식 목사는 “교회가 세상을 향해 여기에 진리와 생명의 길이 있다고 담대하게 외쳐야 하는데 오히려 부와 권력, 욕망과 야망의 세습이라는 더러운 이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목사는 특별히 109회 총회 총대들에게 “아무 말 못하는 허수아비 역할을 하지 말고 우리 교회가 나아가야 할 진정한 진리와 생명의 길을 생각하며 행동을 결정해 달라”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김현아 사무처장은 “명백히 세습 금지 조항이 있음에도 세습은 강행됐고 총회는 이를 묵인했으며 심지어 지난 총회는 불법을 행한 교회에서 개최됐다”면서 “누구보다도 정의로워야 하는 헌법위원장들이 세습금지법을 폐지하려고 한다. 이러한 행위가 한국교회의 이미지를 실추시키고 있다. 상처받고 낙심하는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있다. 일반 시민들 역시 한국교회에 대한 마지막 기대를 저버리게 된다. 그들에게 사과를 전하는 것이 최소한의 예의”라고 말했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기숙영 실장은, 예장통합 총회가 김의식 목사의 총회장직 박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9월 12일 김의식 목사의 ‘불륜 의혹’을 불기소 처분한 영등포노회 기소위원회를 규탄하면서 “김의식 목사는 치유하는교회에 엄청난 상처를 주고 떠나며 당당히 전별금을 요구했다. 대부분의 성도들이 평생 일해도 만져 보기 어려운 10억이다”고 말했다.

기숙영 실장은 “총회장의 성 비위 의혹에 대한 제대로 된 조사와 치리를 요구하는 교단의 교인과 목회자들의 외침에는 손 놓고 있다가, 세습금지법까지 폐지하려고 한다는 것이 정말 부끄럽다”고 말했다.

교단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가 ‘기괴하다’는 장로회신학대학교 신대원생의 발언도 있었다. 신대원 3학년 김주역 전도사는 “이제는 세상이 아니라 교회가 복잡하고 기괴하다. 많은 상식과 이해를 원하지 않는다. 단지 세상에서도 교회에서도, 한국과 세계에서도 당연한 상식들이 당연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이상하고 괴상한 교회, 총회와 교단이 최소한의 상식을 가지길 바란다. 세상 사람보다 낫기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만큼이라도 따라가길 기도한다. 다음 세대와 미래를 걱정하기 이전에 세습금지법을 수호하고, 김의식 총회장은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규탄 성명서를 낭독하고 “김의식 목사는 총회장 및 치유하는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즉각 물러나라”, “치유하는교회는 10억 전별금 지급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예장통합 역대 헌법위원장은 세습금지법 폐지 건의를 철회하고 즉각 회개하라”고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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