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 교회 신뢰 회복을 위해 교단 총회가 해야 할 일
매년 9월이면 한국 교회의 주요 교단들은 총회를 개최합니다. 올해는 한가위를 전후하여 대한예수교장로회(백석)(9-11일, 백석대학교회),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10-13일, 천안 고신대학원),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23-27일, 울산 우정교회), 한국기독교장로회(24-26일, 소노벨변산),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24-26일, 창원 양곡교회), 기독교대한감리회(26일 감독회장 선출, 10/30-31)의 총회가 연이어 열립니다.
‘총회’는 교단 내 모든 교회 및 치리회의 최고 치리 기관이며 의결 기관으로서 교단을 운영하는 ‘조직(기구)’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며, 1년에 한 번 교단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선출된 목사들의 대표와 장로들의 대표(총대)가 모이는 ‘총회의’를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총회의에서는 임원 선거 및 헌법 제‧개정, 교단의 교리와 정체성, 입장에 대한 토론 등의 의사 결정이 이루어집니다.
이러한 한국 교회 교단 총회의 중요성에 비해 총회의 구조와 역할은 일반 청년들이나 교인들은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일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조직 구조나 의사결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거나 참여하고 있지 못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생각해 보건대 대부분의 교회에서 청년부는 이미 청년들이 독립된 성인들임에도 교육 부서의 연장선으로 취급을 받거나 교회의 일꾼과 봉사자로서만 헤아려질 뿐, 중요한 의사 결정 주체로는 인정받지 못합니다. 여성들 또한 목사나 장로가 아니라면 의사 결정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렇듯 여성과 청년이 당회(교회)의 주요 구조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니, 당회들로 구성된 노회, 노회들로 구성된 총회에서 여성과 청년(심지어 장년도)이 총대로 참여할 기회는 요원합니다. 그러니 또 관심에서 멀어지고, 교단에는 결국 50대 이상의 남성 목사와 장로 등만 남아 교회 안의 실제 구성원들과는 점점 더 동떨어진 조직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교단 차원에서 진지하게 여겨지고 심도 있게 논의되어야 할 의제들이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한국 교회에 대한 신뢰도와 이미지의 실추는 교단의 편중된 의사 결정 구조와 교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잘못된 대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 내 비민주성으로 인한 갈등, 목회자 성범죄 등 윤리적 문제, 교회 재정 비리, 고통 받고 있는 약자들을 외면하는 태도 등 교계와 사회의 여러 사안에 대한 한국 교회 및 교단들의 입장과 결정에 대해 많은 청년들이 실망하며 교회를 떠납니다. 일반 시민들 또한 한국 교회에 대해 비상식적이고 이기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과 평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교단 총회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가 거룩성을 지키고 밖으로는 신망과 윤리성을 가지고 섬기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책임 있는 조직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한국 교회의 신뢰도와 건강성의 회복을 위해 교단 총회가 열리는 9월을 맞아 한국교회와 각 교단을 향해 다음 여섯 가지 의제를 제안합니다.
1. 교회와 교역자를 보호하는 ‘동역 합의서’를 작성합시다.
교회는 교역자의 청빙과 사임 과정, 사역 환경과 공동체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잘못된 관행과 부당한 처우가 있다면 정직하게 마주하고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교회와 교역자가 ‘동역 합의서’를 작성한다면 상호 신뢰와 존중감, 건전한 동역 관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사역 기간과 요일 및 시간, 휴무일, 사역 내용, 사례비 등에 대해 합의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동역에 대한 상호 합의’는 서로의 책임과 권한을 확인하고, 나아가 교회 공동체와 사역의 건강성을 보장하는 일입니다.
2. 교회 규모별, 직급별, 성별 ‘목회자 사례비’ 격차를 해소합시다.
교회 규모, 직급, 성별에 따른 목회자 사례비가 큰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미자립 교회 목회자는 최저생계비조차 보장받지 못하기도 하고, 부교역자들은 기준 없는 ‘헌신 페이’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급감하는 교인과 신학생, 이중직과 전직을 고민하는 목회자의 현실 가운데 목회자 사례비는 소명과 생계의 고민과 직결됩니다. 교단은 목회자 사례비 현황을 조사하여 저예산 교회 /이중직 목회자/ 교회 합병 및 목회자 전직/신학생 수급 등에 따른 단계적 계획과 재원을 마련해야 합니다.
3. ‘목회자 은퇴’를 미리 공적으로 준비합시다.
10-20년 내 베이비붐 세대 목회자들이 대거 은퇴를 앞두고 있어 교회와 총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합니다. 연금, 은급, 보험 등 생활 보장뿐 아니라 주택 마련까지 생각한다면 은퇴 준비는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총회는 은퇴 매뉴얼을 제시하고, 소형 및 미자립 교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교회와 노회는 목회자 청빙과 동시에 은퇴 준비 논의를 시작하거나, 지금부터라도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공론화해야 합니다. 그래야 재정적, 목회적 혼란과 부담을 덜고, 목회자와 교회가 갈등이 아닌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습니다.
4. 모든 구성원이 함께 참여하는 ‘민주적 교회 운영’의 기틀을 마련합시다.
대부분의 교회와 교단은 목회자와 장로 등 50~60대 남성을 중심으로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교회는 정관 및 운영 규칙을 제정하고, 교인들의 성비와 연령의 비례에 따라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의사 결정 구조를 갖추어야 합니다. 권한과 책임이 일부에게 편중되지 않도록 임기제/신임투표제를 도입할 수 있습니다. 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교회 운영을 위해 구성원들의 참여를 확대해야 합니다.
5. ‘교회 재정’을 헌금의 정신에 합당하게 운영하고 투명하게 공개합시다.
교회는 교인들의 헌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정직하게 사용할 책임이 있습니다. 교회 재정을 바르게 운영하기 위해 목회자와 재정 담당자는 재정에 대한 자세와 회계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재정 운영 및 보고를 위한 규정과 체계를 마련하고, 전문가를 통해 재정 감사를 받도록 합니다. 또한 교인들이 예결산 보고서 및 감사 보고서를 열람하고 질의할 수 있는 창구도 마련해야 합니다.
6. ‘성폭력 예방 및 대응’ 규정을 마련합시다.
목회자의 성폭력 사건이 수없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대부분의 교단에는 성폭력 관련 조사 및 처벌 조항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습니다. 때문에 성범죄 및 비위가 드러난 가해자가 목회 활동을 지속하거나 목사직을 유지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교단은 성폭력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조사 및 처벌 조항을 신설,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담 기구와 예산을 마련하고, 교단 및 교회 차원에서 성폭력 예방 및 대응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합니다.
이상의 여섯 가지 의제는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와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실천입니다. 교단에서는 제도와 예산을 마련하고, 온 교회와 교인들은 구성원 모두를 위한 구조와 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우시며 맡기신 사명을 완수하기까지 세상에 부끄러움 없고 하나님의 이름을 영광되게 하는 한국 교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김현아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