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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의 논리학적 정의는 ‘두 명제가 동시에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는 경우’이다. 내 앞에 놓인 두 명제 모두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그럼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그리고 만약 이런 상황이 인생 전반에 흩뿌려져 있다면 어떨까? 『모순』은 이게 바로 인생이라고 말한다. (본문 중)

 

김보경(전 IVF 동서울지방회 간사)

 

양귀자 | 『모순』 

쓰다 | 2013. 4. 1. | 308쪽 | 13,000원

 

행복 심리학자 서은국 교수는 말한다. “행복은 걱정이 없고 불행하지 않은 것이 아니에요. 행복은 즐거움 유무의 문제입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행복은 일상에서 느끼는 신체적, 정신적 즐거움의 총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행복의 빈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사회에 속한 사람들은 대체로 행복감이 낮다. 사회 전반에 ‘인생은 이렇게 사는 거야. 이게 정답이야’라는 문장이 깔려있기 때문이다.1) 그렇다 보니 하나의 행복을 위해 가능한 모든 불행을 상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문제는 우리 인간이 이러한 상황에 매우 취약하다는 것이다.

 

소설 『모순』의 주인공 안진진 또한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진진은 우울 속에서 돌연, “더 이상 이렇게 살아갈 수는 없다”라고 소리친다. 그리곤 행복해지기 위해 자신의 생애를 유심히 관찰해 보기로 결심한다. 그녀가 처음 관찰하는 대상은 엄마와 이모다.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보였던 이모의 삶이 스스로에겐 한없는 불행이었다면,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하게 비쳤던 어머니의 삶이 이모에게는 행복이었다면, 남은 것은 어떤 종류의 불행과 행복을 택할 것인지 그것을 결정하는 문제뿐이었다. (273쪽)

 

진진의 엄마와 이모는 일란성 쌍둥이이다. 십분 먼저 태어난 엄마는 언니라는 이유로 동생보다 먼저 선을 보게 되고, 그때 만난 남자가 진진의 아빠가 된다. 알코올 중독자이자 결국 집을 나가버린 남편과 조폭 흉내에 빠진 말썽꾼 아들까지. 엄마의 삶은 누가 보더라도 불행하다. 반면 이모의 삶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번듯한 직업을 가진 남편, 외국의 유명 대학으로 유학을 간 자식들까지 남부러울 것이 없다. 똑같은 생김새로 태어난 두 사람은 완전히 다른 생김새를 가지게 됐다. 드센 엄마와 우아한 이모. 진진은 두 사람의 삶을 주의 깊게 들춰 본다.

 

『모순』 표지, ⓒ쓰다

 

‘불행의 과장법’. 진진이 엄마에게서 발견한 것이다. 엄마는 자신에게 닥친 불행을 극대화한다. 그리고선 맵시 있게 빠져나온다(140쪽). 진진의 엄마는 불행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온갖 신명을 낸다. 진진은 엄마에게서 행복을 본다. 진진의 이모는 자신의 삶을 ‘무덤 속 같은 평온’이라고 평가한다. 일상의 모든 것에서 지리멸렬함과 무위함을 느낀다. 이모는 결국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하나의 개념어에 필연적으로 잇따르는 반대어, 거기엔 반드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하나의 표제어에 덧붙여지는 반대어는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에 다름 아닌 것이다. (280쪽)

 

행복을 향한 진진의 노력은 모든 것의 뒷면을 들춰 보는 데서 시작된다. 엄마의 불행을 들춰 보니 행복이 있고, 이모의 행복을 들춰 보니 불행이 있다. 그렇다. 행복과 불행은 쌍둥이로 태어난 형제의 이름이었다. 비로소 모든 것이 선명해진다. 할 수 있다면 늘 같은 분량의 행복과 불행을 누려야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이다(265쪽). 진진은 행복하기 위해 불행이 예상되는 것을 선택하는 모순적인 결정을 내린다. 불행처럼 보이는 선택에도 행복이 있을 수 있고,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느 쪽을 향하더라도 반드시 모순을 마주한다. 진진은 행복이 불행하지 않은 상태가 아님을 받아들였다. 이제 진진에게 필요한 것은 뜨거울 줄 알면서도 타오르는 불 가까이로 다가가는 용기뿐이다.

 

모순의 논리학적 정의는 ‘두 명제가 동시에 참일 수도 있고, 거짓일 수도 있는 경우’이다. 내 앞에 놓인 두 명제 모두 참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 그럼 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 그리고 만약 이런 상황이 인생 전반에 흩뿌려져 있다면 어떨까? 『모순』은 이게 바로 인생이라고 말한다.

 

삶에서 발생하는 에피소드들에 대해서 사람들은 씹을 줄만 알았지 즐기는 법은 전혀 배우지 못한 것이었다. 에피소드란 맹랑한 것이 아니라 명랑한 것임에도. (10쪽)

 

행복의 진실에 대해 의심해 보라. 나는 행복과 불행을 무엇이라고 정의하는가? 흥미롭게도 행복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한다. 일상에서 마주친 사람들과의 사회적 경험의 합이 행복으로 이어진다.2) 진진이 소설 속 인물들을 대하는 태도처럼, 누구에게든 있을 삶의 곡절을 헤아려 본다면, 남들처럼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한 자신에 대한 끝없는 책망을 거두고 스스로에게 약간의 용서를 베풀 수 있다면(278쪽), 모순으로 가득한 세상을 즐기게 될까? 그렇게 살아 보지 않으면 모를 일이다.

 

진진은 앞으로 마주치게 될 모든 에피소드를 명랑하게 즐길 준비를 마쳤다.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진진을 응원한다. 부디 진진의 삶이 불행하고 또 행복하길 바란다. 그리고 나에게는 ‘진진적 사고’를 주입해 본다.3) 진진적 사고란, 진진처럼 스스로의 행복에 관심을 두고 나의 생애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인생의 모순과 손을 잡고, 삶의 에피소드들을 명랑하게 즐기는 것이다. “오호라. 또다시 모순이군! 역시 인생은 모순투성이야! 이거 완전 럭키비키잖아?”4)

 


1) 서은국, <유퀴즈 온 더 블록> 259회, tvN.

2) 서은국, <유퀴즈 온 더 블록> 259회, tvN.

3) “원영적 사고”,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으로부터 시작된 유행어이자 밈.

4) 럭키한 비키(장원영의 영어 이름)에서 유래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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