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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가 동물들에게 해롭다는 주장은 우리나라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화약을 사용한 인공적인 불빛과 큰 소음은 당연히 야생 동물을 놀라게 하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21년 1월 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야생 조류인 찌르레기 사체 수백 구가 길바닥에서 발견되었는데, 유럽의 국제 동물 단체인 OIPA(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Animal Protection)는 이미 사건 발생 이틀 전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야생 동물과 반려동물에게 충격과 공포를 준다며 주의를 촉구했었다. (본문 중)

 

김영환1)

 

지난 10월 5일, 여의도 한강 공원에서 ‘2024 세계서울불꽃축제’가 열렸다. 2000년부터 매년 가을 수만 발의 폭죽을 하늘로 쏘아 올리는 불꽃 축제는 원래 한화 그룹의 사회 공헌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사설 행사지만, 이제는 서울시가 공식 후원하고 방송사가 공동 주최하는 서울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가 되었다. 올해도 약 100만 명의 시민들이 한강과 주변 건물 높은 곳에 올라 폭죽이 만들어 내는 장관을 즐겼다.

 

그런데 올해는 불꽃 축제를 앞두고 한 국내 동물 보호 단체가 대량의 폭죽을 터뜨리는 행위가 동물들에게 유해할 수 있다며 자제를 촉구하는 논평을 내어 작은 화제가 되었다. 이들은 불꽃축제에서 발생하는 밝은 불빛과 소음, 화학 물질과 미세 먼지들이 한강 주변의 야생 동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보다 친환경적인 축제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또 다른 동물 단체는 SNS를 통해 폭죽 소리에 놀란 반려견이 뛰쳐나갈 수 있으니 축제 지역 인근 반려인들은 문단속을 철저히 하라고 긴급 안내하기도 했다. 이러한 목소리는 한강 위를 가득 채운 불꽃 축제의 규모에 비하면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만큼 작았지만, 우리 사회에 전에 없던 질문을 던졌다. 예전에는 불꽃놀이를 준비할 때 얼마나 화려할지, 사람의 안전에 문제는 없는지, 교통 정체는 없을지 등 인간 위주의 고려를 했다면, 이제는 환경과 동물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고민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

 

본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 입니다.

 

불꽃놀이가 동물들에게 해롭다는 주장은 우리나라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화약을 사용한 인공적인 불빛과 큰 소음은 당연히 야생 동물을 놀라게 하고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지난 2021년 1월 1일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야생 조류인 찌르레기 사체 수백 구가 길바닥에서 발견되었는데, 유럽의 국제 동물 단체인 OIPA(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Animal Protection)는 이미 사건 발생 이틀 전 새해맞이 불꽃놀이가 야생 동물과 반려동물에게 충격과 공포를 준다며 주의를 촉구했었다. 이들은 사건이 발생하자 폭죽 소리에 놀란 새들이 사물에 부딪히거나 심장 마비로 사망한 것이라며 지역 사회에 폭죽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체코 등에서는 대규모 불꽃놀이가 야생 조류의 수면을 방해하고 방향 상실이나 먹이 찾기 활동을 저해할 수 있음을 지적하는 연구들이 발표되었고, 미국은 법률로 물떼새들의 번식기에는 불꽃놀이를 금지하기도 한다. 남미의 에콰도르는 2018년부터 다양한 희귀 야생 생물이 많이 서식하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의 폭죽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데, 올해 초 갈라파고스 제도의 한 섬에서 새해맞이 폭죽놀이를 한 영상이 SNS에 업로드되자 일주일 만에 국립공원 관리 책임자를 해임하고 관련 규정을 강화하기도 했다. 서울불꽃축제가 열리는 한강의 밤섬도 다수의 천연기념물과 철새들이 쉬는 국제적인 ‘생태경관보전지역’이었음을 생각하면 에콰도르 정부와 서울시의 환경 인식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밤하늘을 활용하는 행사로 ‘불꽃 축제’가 있다면 새해 아침 하늘을 활용하는 행사는 ‘풍선 날리기’가 있다. 2020년 한 시민 단체는 새해 아침 대규모 풍선 날리기 행사로 인해 환경이 오염되고 터진 풍선을 먹이로 착각한 해양 생물들이 죽을 수 있다며 행사를 개최한 9개 지자체를 폐기물 관리 위반으로 고발했는데, 처벌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풍선 날리기와 환경오염의 문제가 시민들 사이에 공유되면서 이후엔 지자체들이 풍선 날리기 행사를 취소하거나 아예 금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불꽃놀이와 풍선 날리기는 많은 사람들의 즐거움을 위해 하는 것이며 좋은 의도의 행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식의 증가는 지구 시스템 안에서 여러 생명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땅 위에는 사람만 사는 것이 아니며, 하늘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지난해 미국의 일부 주들은 대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독립 기념일에 폭죽 대신 드론을 이용한 불빛 쇼를 했다고 한다. 우리도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되 화약을 터뜨리고 풍선을 흩뜨리는 행사가 아니라 동물과 환경을 배려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고민하면 어떨까?

 


1)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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