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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산재 발생률은 5-6% 정도다. 연간 백 명 중 대여섯 명은 재해를 당한다는 의미다. 전체 산업 분야와 비교하면 약 아홉 배 높은 수치다. 한국의 평균 산재 발생률이 세계적으로 이미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생각하면(2022년 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 0.43명으로 OECD 38개국 중 34위-편집자 주) 심각한 문제다.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지난 4년 동안 무려 21명으로 파악된다. (본문 중)

 

손은정(목사, 영등포산업선교회 총무)

 

플랫폼 노동은 온라인, 오프라인 서비스를 병행하며 서비스, 제품, 상품을 제공하고 소득을 얻는 일을 말한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온라인을 통해 전업을 하는 번역 및 IT 업무를 하는 사람과, 배달, 배송, 우버나 타다와 같은 운송업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크게 두 종류로 구분하고 있다. 4차 산업 시대에 진입하면서 플랫폼 서비스와 플랫폼 노동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플랫폼 노동자 규모는 작년 기준 최대 303만 5천 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여러 플랫폼 기업들이 있지만, 요즘 가장 대표적인 것은 쿠팡이다. 쿠팡은 쿠폰이 팡팡 터진다는 의미로 만들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쿠팡에는 대표 구호와 슬로건이 있다. “쿠팡으로 세상을 구원하라!” “쿠팡 없이 우리가 어떻게 살았을까?” 이 슬로건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우리는 요즘 눈만 뜨면 쿠팡을 만난다. 아침 이른 시간 현관문 앞 혹은 동네 분식집 앞에서 프레쉬백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한다. 핸드폰을 열면 쿠팡 이미지가 뜨고 내가 좋아할 만한 상품들이 등장한다. 수억 가지 물품을 한눈에 보며 구매할 수 있으니 이젠 마트 가지 않고 쿠팡 간다는 말도 나올 정도다.

 

쿠팡은 온라인 전자 상거래 기업으로 2010년에 미국의 아마존을 모델로 삼아 창립했다. 창립 10년 만에 기존의 유통 대기업들을 제치고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 2018년 새벽배송, 2019년 당일배송 시스템을 구축했고, 앞으로 2027년까지 ‘5,000만 전 국민 로켓배송 쿠세권 추진’이라는 계획을 내놓았다. 쿠팡 본사와 자회사를 포함하여 직접 고용 인원 69,075명으로 삼성전자에 이어 고용 순위 2위이며, 쿠팡 이용자 수는 올해 8월 기준 3,183만 명으로 종합 몰 앱 1위다. 올해 4월부터 쿠팡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나 인상했는데도 쿠팡 이용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그러나 쿠팡의 이와 같은 혁신과 성장 뒤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부정과 높은 산업 재해 발생률이 있었다. 쿠팡은 밤 12시 전까지만 주문하면 다음 날 아침 7시에는 물건을 받을 수 있는 로켓배송을 실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별한 기술 시스템이 있을 것 같지만, 실은 모두가 잠자는 밤중에 땀을 훔치며 일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쿠팡 물류 창고의 노동자들은 쉴 새 없이 도는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그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화장실 가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한다. 이번 여름철 물류 창고 안은 체감 온도가 35도를 넘었다. 누군가 쓰러졌다는 소리가 들려도, 그 벨트의 흐름을 놓칠 수 없으니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고 한다. 이것은 올해 8월에 시흥 2캠프에서 남편과 함께 야간작업을 하다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한 아내의 증언이다.

 

그동안 쿠팡의 퇴직금 체불 신고가 230건이 넘지만 단 한 건도 기소되지 않았다. 199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최소한 1개월에 일정 기간을 계속 근무했다면 일용직 근로자도 퇴직금 지급 대상이라고 판결했고, 4주 동안 주간 평균 15시간 이상 일한 달을 합산해서 1년이 넘으면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은 이젠 상식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쿠팡은 주당 노동이 15시간 미만인 주가 생기면 과거 일한 기록을 0으로 만드는 리셋 제도를 만들어서 퇴직금을 지불하지 않고 있다. 류하경 변호사에 의하면, 쿠팡의 일용직 노동자들이 수만 명에 달하므로 이런 제도에 따라 퇴직금을 미지급한 금액이 7-8백억 원에서 최대 1천억 원 규모도 될 수 있다고 한다.

 

본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이미지 입니다.

 

쿠팡의 산재 발생률은 5-6% 정도다. 연간 백 명 중 대여섯 명은 재해를 당한다는 의미다. 전체 산업 분야와 비교하면 약 아홉 배 높은 수치다. 한국의 평균 산재 발생률이 세계적으로 이미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생각하면(2022년 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망자 수 0.43명으로 OECD 38개국 중 34위-편집자 주) 심각한 문제다. 쿠팡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가 지난 4년 동안 무려 21명으로 파악된다.

 

고(故) 정슬기 님(41세)이 그중 한 사람이다. 로켓배송 택배 노동을 하다가 지난 5월 28일에 숨졌다. 밤 8시 30분에 남양주 2캠프에 출근해 다음 날 오전 7시까지 주 6일을 일했다. 이 일을 하며 몸무게가 10킬로그램이 빠졌다고 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죽어도 아침 7시까지는 배송을 완료해야 했다. 한밤중에 작업 지시를 한 쿠팡 자회사 CLS의 담당자와의 카톡 대화방에서 그는 “개처럼 뛰고 있긴 해요”라고 했다. 그는 일을 시작한 지 1년 2개월 만에 사망했다.

 

고 정슬기 님은 어렸을 때부터 예수교장로회(통합) 소속 교회에서 성장했고, 피아노 실력이 뛰어나 교회 반주를 도맡았다고 한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아내와 네 명의 아이가 있다. 부친 정금석 장로는 방글라데시 선교사로 10년간 헌신하다가 아들의 소식을 듣고 귀국한 후 아직 선교지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부친은 아들이 사망한 후, 6월 3일에 대림점주와 합의하러 간 만남에서 산재가 어렵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정 장로는 오히려 그때 산재란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그리고 산재의 어려움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상황 속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고 함께 간 며느리의 손을 이끌어 밖으로 나왔다고 한다. 과로사한 노동자와 유족들에게 회사가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오히려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 후 관련 노무사를 찾아가고 과로사 대책위와 택배 노동조합에 문의를 했고, 함께 힘을 모으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과 만나면서 정슬기 님 대책위를 구성하고 진상을 밝히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10월 10일에는 산재 인정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주 6일 고정 야간 근무를 수행한 것으로 확인되는 점, 육체적 강도가 높은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판단되는 점, 배송 마감 시간으로 인한 정신적 긴장 상태로 업무상 부담이 가중됐을 것으로 판단되는 점’ 등을 업무상 질병 판정의 가중 요인으로 봤다고 한다.

 

산재 인정을 받았으니 이제 다 끝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정 장로는 당신의 아들이 겪은 죽음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아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일이라는 것이라고 믿고, 회사의 진심 어린 사과와 회사의 재발 방지책 마련을 요구하며 노력하고 있다. 기업을 뜻하는 ‘컴퍼니’(company)는 ‘함께 빵을 나누는 먹는 사람’을 의미한다. 기업은 단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라 ‘함께 밥을 먹는 식구’와 같다는 의미이다. 쿠팡의 이름을 달고 일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서, 기업 대표가 남은 유족들을 찾아가서 진심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책을 내어놓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수개월이나 지체할 일이 아니지 않은가?

 

쿠팡이 혁신이라고 내어놓은 그 새벽배송, 죽어도 아침 7시 배송 완료를 맞추기 위해 주 6일 심야 배송을 하다 숨진 고 정슬기님의 가정에는 어린 네 자녀가 덩그러니 남았다. 이 아이들 중 한 아이는 학교에서 ‘너희 아빠가 로켓의 연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친구들로부터 듣고 왔다고 한다. 또 다른 아이는 추석날, 마음속으로 아빠를 떠올리며 ‘할아버지와 엄마가 열심히 노력해서 반드시 쿠팡의 사과를 받아낸다고 했으니 조금만 기다리세요’라고 편지를 썼다고 한다. 우리는 이 아이들이 겪는 슬픔의 깊이를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남겨진 이 아이들을 생각하며, 다른 가정이 다시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함께 깨어 기도해야 할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주 없이 살 수 없네’(찬송가 292장)를 고백하고 찬송하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쿠팡 없이는 살아도 주님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들이다. 세상은 쿠팡으로 구원할 곳이 아니라 자신의 생명을 내어 주심으로 모든 이들을 살려내신 그분의 사랑으로 구원받아야 한다. 지금 우리 현실을 지배하는 경제 세계화와 경제 제일주의는 탐욕적 정신으로 우리의 신앙과 양심을 위협하고 있다. 기업의 이윤 중심 관행이 바뀌려면 소비자의 비상한 선택과 결단이 모아져야 한다. 지금 우리는 심야 새벽배송과 노동자의 생명 중에 무엇을 택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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