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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연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디지털 역량이 이들의 소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PC를 활용한 온라인 경제 활동은 이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역량은 단순한 문해력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자립과 긴밀하게 연계된 요소이다. 지금까지 중고령 세대, 노인 세대의 디지털 문해 교육이 교양 강좌, ‘알아두면 좋은’ 선택 사항으로 이루어진 것은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 중)

 

신하영(세명대학교 교양대학 교수, 교육학)

 

세계적 기준으로 볼 때 한국 사회는 디지털 전환이 절대적으로 빨리 이루어졌다.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온라인 기반 비대면 서비스가 생활 전반에 확대되면서 기술 격차는 단순히 ‘기술 사용 능력’의 문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 식당을 비롯한 대부분의 서비스 영역에서 사람보다는 기계를 통해 주문하고 입력하는 게 익숙해졌다. 생활 전반에 디지털 기술이 스며들수록 삶의 질과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 즉, 디지털 리터러시와의 관계는 긴밀해진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의 주제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필자와 동료가 출판한 논문1)에서는 중고령층(흔히 베이비부머 세대로 알려진)이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재택근무나 프리랜서 활동에 참여할 가능성을 탐구했다.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퇴직 이후에도 계속해서 사회경제적 활동을 이어 나가야 하는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디지털 기술에 어떻게 적응하고 있는지를 경제적 자립2)과 사회적 효능감과의 관계를 통해서 확인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중고령층, 이른바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지 여부 문제를 넘어서 경제적 자립과 사회적 효능감에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는 중고령층의 ‘금융 소외’(financial exclusion) 문제의 주요 원인으로 정보 격차를 지목한 바 있다(EC, 2008)3). 온라인 금융 서비스 접근이 제한될 경우, 중고령층은 더 높은 수수료를 지불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경제적 격차를 확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디지털 격차는 단순히 ‘기술을 배우면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자립과 직결된 중요한 사회적 이슈이다.

 

실제로 연구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베이비부머 세대의 디지털 역량이 이들의 소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특히, PC를 활용한 온라인 경제 활동은 이들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데 중요한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디지털 역량은 단순한 문해력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자립과 긴밀하게 연계된 요소이다. 지금까지 중고령 세대, 노인 세대의 디지털 문해 교육이 교양 강좌, ‘알아두면 좋은’ 선택 사항으로 이루어진 것은 변화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이 연구에서 주목한 것은, 동일한 연령대의 베이비부머 세대라고 할지라도 그 안에 디지털 격차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아날로그 세대로 분류되는 연령대라도 디지털 기술 활용 능력을 보유한 사람이라면 더 이상 ‘퇴직 후 소외된 세대’가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주체로 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 하지만 분석에 포함된 표본 집단의 대부분은 이러한 역량 수준에 다다르지 못했다. 그런데 PC를 활용한 업무 수행 등을 디지털 이민 세대 혹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만큼이나 할 수 있는 베이비부머는 어떤 사람들일까. 대부분 사무직, 연구직 등 화이트칼라 직무에 최근까지 근속한 집단일 것이다. 상대적으로 이들은 소득 수준이 높고, 고학력과 고숙련직에 오래 머물며 상대적으로 노후 대비가 된 집단이다.

 

이 연구 결과는 노인 간 디지털 역량 격차의 원인이 이전부터 축적된 사회경제적 수준 차이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 준다. 고학력, 고숙련, 화이트칼라 직군에 속했던 노인들은 디지털 역량을 통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이들은 여전히 경제적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격차는 여생의 경제적 자립과 삶의 질에서 큰 차이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기성세대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것은 단순한 기술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형평성을 회복하는 필수적인 과제이다.

 

따라서 기성세대 전반의 디지털 격차, 그리고 기성세대 간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것은 더 많은 이들의 삶의 질을 높임으로써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비용 절감을 가져오는 노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중고령층에게 디지털 기술을 교육하는 일이 쉬운 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디지털 격차를 좁히는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은 단순한 기술적 진보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참여와 자립에 대한 자신감을 심어 준다. 2020년 수행된 한 연구는 질적 연구 방법을 통해서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려는 노인들의 동기와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탐구했다4). 이 연구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습득한 노인들이 지역 사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었다는 결과가 나타났고, 결국 노인과 기성세대의 디지털 기술 활용은 이들이 사회에서 자립과 존중, 그리고 기여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요소임이 확인되었다.

 

베이비부머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디지털 문해력 교육이 아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 주는 것이다. 이 과정은 단순히 봉사나 잉여 활동이 아니다. 필수적인 삶의 문제이고, 이 과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부심을 얻고, 자신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 이것이 우리가 노인-베이비부머-기성세대의 디지털 격차를 다시 정의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지원해야 할 이유이다.

 


1) 신하영, 김수진. (2023). 베이비부머의 디지털 역량이 온라인 경제 활동을 매개로 소득에 미치는 영향. 인문사회과학 연구, 31(2), 93-112.

2) 이 연구에서 경제적 자립은 ‘개인의 소득 수준’으로 설정했고, 사회적 효능감은 중고령층이 자신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자신감을 느끼는지에 대한 자가 보고 설문을 통해 측정했다.

3) European Commission. (2008). European Commission’s media literacy consultation. https://ec.europa.eu/commission/presscorner/api/files/document/print/de/memo_08_344/MEMO_08_344_EN.pdf

4) Baran, A. G. & Alpaydin, M. Ö. (2020). A qualitative study on skills of elders to use digital technology products from digital divide perspective. Yaşlı Sorunları Araştırma Dergisi, 13(2), 107-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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