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윤실 청년운동본부에서 청년들을 잇고 생각과 세상을 밝히는 이슈별 소모임인 ‘잇슈ON’이 지난 10월부터 진행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교회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은 교회 안과 밖의 경계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한 자리였습니다. 신앙과 교회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생각을 나누며, 안전한 소속감 속에서 고민을 풀어가고 대안을 모색했던 시간들이었는데요! 함께 참여했던 ‘교가싫순’ 멤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교회 안과 밖 사이에서 망설이기

글_곰새기(교회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 참여 청년)

 

모태신앙인 나에게 교회는 어릴 때부터 매우 익숙한 곳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에게도 몇 번씩 교회 안에서 불편함을 느낄 때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도망쳤던 경험들이 있다. 중학생 때 중등부에서 한 번, 20대 초반에 대학부에서 한 번, 비교적 최근에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된 것까지 총 세 번….

그래도 최근을 제외한 이전에 도망쳤던 당시에는 교회가 너무 익숙한 삶의 한 부분인 만큼 교회에 가지 않는 선택지를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결국은 다시 교회로 돌아갔던 것 같다. 그러다 코로나로 인해 합법적으로 교회에 갈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처음으로 교회의 시간으로 채워지지 않은 짜릿한 일요일을 맛보았다. 코로나로 인한 자가격리 규제가 풀리고 지역을 이동하게 되면서 이제 다시 교회를 찾아서 출석해야겠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다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교회를 나가지 않는 시간이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이렇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로는 교회가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과 교회를 나가지 않는 시간 동안 나의 삶에 교회는 어떤 의미를 가져다주는지, 교회가 꼭 필요한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교회가 내 삶에서 꼭 필요한지에 대해서 누군가가 나를 설득해 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고민해 보고 싶었다. 어디서 누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가 고민이었는데, 우선 ‘교회가 왜 필요한지 알 수 없어서 교회 안 다니고 있어요’라는 이야기를 교회 안에서는 꺼내기가 어렵다고 느껴졌다. 그렇다고 신앙이 없는 몇몇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교회 안 나가면 되지 않나?’라는 쉬운 결론을 내어주지만 뭔가 나의 망설임이 납작하게 누른 것 같아 찝찝했다. 그래서 ‘교회 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 찾고 반가움과 함께하는 분들은 어떤 사람들일지에 대한 궁금함으로 신청하게 되었다.

<교회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 모임 중

 

모임 초반에는 교회를 나가지 않게 된 이유에 대해 공유했다. 교회 안에서 느껴왔던 모순들은 각자가 다른 공간과 상황에서 경험했던 것이지만, 이런 경험들에 서로가 공통적으로 공감했다. 후속 모임 때는 고민을 풀어보고자 <교회, 경계 위를 걷는 공동체>라는 책을 읽고 나누었다. 침묵, 순례, 영성, 지성, 복종, 평등, 연대, 성찬, 구원, 순결, 기적, 환대, 희망, 가난, 예언과 같이 교회에서 회복해야 할 그리스도교의 가치에 관해서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저자가 운영하는 교회 공동체의 모습을 알 수 있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책을 통해서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려웠다.

모임을 마무리하며 교가싫순 (교회 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이 나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생각해보았다. 나의 지난 교회 여정을 돌이켜보면, 나는 교회의 불편한 지점을 마주할 때마다 해결 방법을 몰라 많이 도망쳐왔던 것 같다. 그때 당시에는 교회의 어떤 부분이 왜 나에게 불편함을 안겨다 준 것인지 묻거나 답할 언어도 없어서 흐지부지 지금까지 오게 되었는데, 교가싫순 덕분에 이제야 그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파헤치고 언어를 붙이고 있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다양한 색깔과 온도의 신앙이 있음을 교가싫순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신앙을 고백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확실한 회심 또는 하나님을 경험한 뜨거운 순간들을 간증하시는 것을 많이 봐왔다. 이에 비해 한 번도 그런 뜨거운 경험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나의 신앙은 무엇인지, 신앙이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많이 품어왔었다. 더불어 많은 교회가 신앙심으로 차별금지법 반대에 힘쓰는 모습에 싫증을 느끼는 나의 신앙은 뭘까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던 적이 있었다. 이런 나에게 다양한 신앙의 스펙트럼이 있다는 이야기는 왠지 모를 위안이 되었다.

사실 공동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잘 모르겠는 생각이 들었던 참이었는데, 교가싫순을 통해 했던 고민들을 글로 정리해보니 공동체가 필요함을 몸소 느끼게 된다. 앞으로 다시 교회로 돌아갈지에 대해서는 나도 알 수 없지만, 교회 안과 밖 애매한 그 사이에서 충분히, 치열하게 망설이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모임에서 함께 본 책인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 (최종원 지음, 비아토르 펴냄)

 


교회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하여

글_코튼(교회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 참여 청년)

 

본가에서 서울로 거주지를 옮기고, 다니던 교회를 옮겨야 하는 순간을 마주했다. 이곳저곳 가봤지만, 마음이 불편한 순간들이 있었고 그렇게 등록할 교회를 찾지 못한 채 교회를 가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중 ‘교회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을 발견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생각일까, 이 모임을 통해 무언가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교가싫순을 시작했다.

교가싫순에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각자 교회를 가지 않게 된 이유, 각자의 고민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각자의 경험과 고민이었지만, 모두의 경험이자 고민이기도 했기에 많이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교회가 가지는 많은 모순들을 이야기하며 ‘내가 이래서 교회가 불편했구나’를 깨닫고 서로가 바라는 공동체를 이야기하며 스스로 속하고 싶은 공동체상을 그렸다. 그냥 계속 교회만 다녔다면 하지 못하는 일이었다.

교가싫순2에선 우리의 고민들을 이어가기 위해 최종원 교수님의 ‘교회, 경계를 걷는 공동체’를 읽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책은 지금의 교회 문제점을 비판하고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한 덕목들에 대하여 잘 설명한다. 모임에선 2주에 한 챕터씩 책을 읽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 책을 읽으면서 좋은 공동체가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동시에 현재 교회가 가지는 문제와 한계에 대해서도 더 명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교회가기 싫은 사람들의 순모임> 모집을 위한 카드뉴스

 

교가싫순을 통해, 소통하는 공동체, 수직적이지 않고 수평적인 공동체, 차별금지법 반대를 외치기보단 사랑의 가치를 더 외치는 공동체, 장애인도 접근할 수 있는 공동체 등등 속하고 싶은 공동체의 가치와 기준들이 더 명확해졌다. 하지만, 이런 가치와 기준이 있더라도 모임을 하는 동안 여러 교회를 찾아가보며 이런 이상적인 교회 공동체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거의 불가능) 것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먼저 교회를 몇 번 왔다 갔다 하는 걸로는 판단하기 어렵고, 원래 형성된 교회 구조가 있기 때문에 이상과는 거리가 멀어 질 수 밖에 없다.

신앙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개인보다는 공동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공동체를 교회에서 찾기 쉽지가 않다면 나는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신앙 공동체를 찾고 함께할 수 있을까. 교회가 아닌 대안공동체가 무엇인지도, 어떻게 될 수 있을지도 여전히 잘 모르겠다.

답이 없는 문제에 지쳐가던 중 교가싫순 마지막 모임에서 한 분이 교회에 새롭게 등록했다는 이야기를 하였다. 교회의 문제와 모순들에 공감하면서 어떻게 새롭게 교회에 등록할 수 있을까. 그 분은 교회 구성원 모두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 때에 위험성이 있다는 걸 이야기하며 자신의 가치관과 딱 부합하진 않더라도, 공동체 안에서 같이 고민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통이 가능하다면 희망이 있지 않을까 라고 이야기하였다.

나는 여전히 이상적인 공동체를 교회에서 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들지만, 나도 어느 정도는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용납하는 자세가 필요한 거 아닐까. 아예 내가 바라는 가치들에 딱 들어맞는 건 아니어도 그런 가능성 있는 교회라 생각이 든다면, 먼저 등록을 하는 용기가 필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살것인가?’ ‘앞으로 어떻게 신앙생활 할 건가?’했을 때, 아직 교회가 아닌 대안을 찾지 못했기에, 다시 마음을 좀 더 열어놓고 교회를 찾아보려 한다. 또 실패하고 교회를 안 가게 될 수도 있지만, 다시 교회에 등록한 분처럼 나는 무엇을 보고 희망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해보고 찾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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