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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민의 생계와 생존은 물론 지역 방문객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하면서, 북한은 5월부터 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보내고, 우리 정부는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고, 북한은 7월부터 남쪽으로 기계 소리, 귀신 소리와 같은 소음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10월에는 평양 상공에서 무인기를 통한 대북 전단 살포가 이루어졌습니다. (본문 중)

 

윤설현(디엠지스테이 대표)

 

“사과 따다 말고 피난 가야 하는 세상이 오다니…, 허허….”

 

2024년 10월 15일 오후, 파주시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 안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70대 농부 부부의 탄식이었습니다. 당시는 평양 상공에 무인기가 나타나 대북 전단을 살포했다는 발표로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날 오전에 북한의 경의선 연결 도로 폭파로 DMZ 관광이 전면 중단되었고, 민간인 통제 구역 내의 공무원, 주민, 농부 등에게 소개령이 내려졌습니다.

 

저는 경기도 파주의 통일대교 앞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현재는 디엠지스테이라는 게스트 하우스를 운영하며 관광 해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날 저도 “DMZ 관광 프로그램 운영이 취소되었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오늘 예약을 취소하겠습니다”라는 고객 문자를 받았습니다.

 

DMZ 평화 체험 학습을 위한 학생 단체 예약 팀이 위험 지역을 왜 방문하냐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받아들여 예약 취소를 알려 왔다. 버스 10대 분량의 점심 식사 식당 예약도 같이 취소되었다. (DMZ 투어 운영업체 임원)

 

DMZ 투어를 했는데, 예민해진 군인들의 반응을 보았다. 남북한 간 상황이 심각해진 것을 알게 되었다. (미국 뉴욕 출신 외국인 숙박 고객)

 

강화도부터 김포를 지나 파주를 거쳐 DMZ 평화의 길 트레킹 중인데, 북한의 대남 스피커 소리가 너무 기괴하다. 주민들은 어떻게 견디는지 걱정스럽다. (마산 출신의 숙박 고객)

 

지역 주민의 생계와 생존은 물론 지역 방문객들에게도 직접적인 피해를 주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부 탈북자 단체들이 접경 지역에서 대북 전단 살포를 재개하면서, 북한은 5월부터 쓰레기 풍선을 남쪽으로 보내고, 우리 정부는 6월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고, 북한은 7월부터 남쪽으로 기계 소리, 귀신 소리와 같은 소음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10월에는 평양 상공에서 무인기를 통한 대북 전단 살포가 이루어졌습니다.

 

11월 17일, 북한의 김여정은 대북 전단의 증거를 들이대며 “쓰레기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31번째 오물 풍선을 보냈고, 국방부는 “인내심을 더 이상 시험 말라”며 서로 말 폭탄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양쪽의 말 폭탄들이 언젠가는 진짜 폭탄으로 휴전선을 넘나들까 걱정하는 주민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2018년 남북 정상 회담 이후 상호 왕래와 교류로 희망에 찼던 접경 지역은 전쟁의 공포가 커지는 절망과 불안정한 지역이 되었습니다. 50년 넘게 이 마을에 살아오면서 전쟁의 위기를 이렇게 심각하게 느낀 건 올해 2024년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인 1976년 판문점 미루나무 사건 때는 같은 마을에 살던 군인 가족들이 피난을 준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뒤 한동안 집집마다 미숫가루를 만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후엔 1983년 이웅평의 미그기 귀순 사건 때 실제 공습경보가 울렸고, 1994년 영변 핵시설 공격 논의 때는 라면을 사재기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2014년에 임진각에서 탈북 단체들이 대규모 전단 선전전을 하고 북한은 원점 사격을 하겠다고 선언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임진각은 이틀간 출입이 통제되었고, 이후 북한은 연천 지역에서 전단을 날린 곳에 원점 사격을 가하고 남북 간의 짧은 교전이 있었습니다. 이후로 마을 단위로 방공호 대피소를 만드는 등, 지역에서는 남북 간 전면전보다는 지역 교전 또는 국지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졌습니다.

 

지난 2024년 1월, 김정은은 남북 관계가 “남과 북의 사이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특수 관계”에서 “교전 중인 적대적인 두 국가”로 변했다고 선언했고, 수미 테리 미국 윌슨센터 아시아 국장은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위험은 북한이 의도적으로 전쟁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북한의 무력시위와 정기적인 저강도 침략 행위가 보복을 유발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는데, 이는 우발적 군사 충돌이 국지전에서 전면전으로, 나아가 핵 사용으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며, 안타까운 점은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이후로 접경 지역은 대북 전단과 쓰레기 풍선, 대북 확성기 방송과 대남 소음 방송 등을 통한 저강도 전쟁이 시작되어 확실히 남과 북이 교전 중인 상태로 변했습니다.

 

전면전이든 국지전이든 전쟁은 많은 생명의 희생을 초래합니다. 바로 나, 이웃, 우리 모두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전쟁이 발생하고 수습하는 것보다 전쟁을 예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노력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정부의 묵인하에 이루어지는 탈북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와 남북한의 대응 과정을 단지 오물 풍선, 쓰레기 풍선이라고 희화화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한 상태입니다.

 

각자도생…. 국가가 나서지 않으니 주민이 나섰습니다. 대북 전단 살포로 인한 긴장 고조와 군사적 충돌을 우려한 파주 지역 시민들은 평화위기파주비상행동이라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6월부터 매주 주말 임진각에서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반대하는 평화 행동을 진행했고, 10월 31일에는 주민들이 트랙터를 동원해서 대북 전단 살포를 저지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으로 더 빈번해질 대북 전단 살포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막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민들과 함께 구체적인 예찰, 저지, 반대 홍보 등을 강화해 나가야 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연대하여 우리 마을의 안위와 일상의 평화를 지켜 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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