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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성폭력은 단순히 건물로서의 교회를 넘어, 기독교의 종교적 권위와 신앙적 문화가 공유되는 공동체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뜻합니다. 왜곡된 신념과 권력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피해자들은 폭력을 인지하거나 이를 공론화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지난 6년간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 접수된 교회 성폭력 사건은 343건이었으며 피해를 호소한 피해자는 402명이나 되었습니다. (본문 중)
교회 성폭력: 무너진 믿음, 다시 세우는 용기1)
박신원(목사,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실장)
신앙은 어떻게 폭력이 되었나?
교회 성폭력은 단순히 건물로서의 교회를 넘어, 기독교의 종교적 권위와 신앙적 문화가 공유되는 공동체 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을 뜻합니다. 왜곡된 신념과 권력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피해자들은 폭력을 인지하거나 이를 공론화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됩니다. 그럼에도 지난 6년간 기독교반성폭력센터에 접수된 교회 성폭력 사건은 343건이었으며 피해를 호소한 피해자는 402명이나 되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접수된 사건 중 51%(175건)는 목회자와 성도 간의 목양 관계에서 발생했습니다. 목회자의 권위를 악용한 성폭력은 피해자들에게 심각하고 광범위한 피해를 주며, 17%(30건)에서는 2명에서 많게는 수십 명에 이르는 다수의 피해자가 확인되었습니다. 목회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를 입은 인터뷰 참여자들은, 성폭력이 신앙으로 위장되거나, 심리적 친밀감과 관계 악화에 대한 두려움, 목회자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인해 폭력에 저항하거나 벗어나기 어려웠다고 증언했습니다.
성도 간에도 15%(53건)의 성폭력이 발생했으며, 특히 그중에서 34%(18건)는 교회학교에서 아동·청소년·청년부의 부원 간, 또는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에서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은 징계나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대응이 부재해서 피해자와 공동체 모두가 큰 혼란을 겪었습니다.
피해자 402명 중 자신의 성별을 여성으로 밝힌 피해자는 394명(98%)에 해당하였습니다. 그에 반해 가해 행위자의 성별은 대부분 남성으로 지목되었습니다. 이는 우연적 요소가 아니라 성차별과 성 불평등이 폭력의 발생을 촉진하고 여성이 교회 성폭력에 취약한 상황에 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차별은 여성 목회자의 성폭력 피해 경험에서 두드러집니다. 목회자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되었을 때 목회자 측에만 온정적인 해결 방식은 그동안 교회 성폭력 문제 해결 과정의 문제점으로 늘 제기되어 왔으나, 여성 목회자의 경우에는 오히려 피해를 입었음에도 교회로부터 가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여성 목회자는 담임(상사) 목회자, 동료 목회자, 성도, 목회자인 가족과 연인 등으로부터 성폭력을 경험하고도 여성 목회자이기에 침묵을 강요받거나 오히려 책임 추궁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교회 성폭력이 발생한 공동체별 구분을 살펴보면, 이단이 11건(5%), (신)학교가 17건(8%), 선교단체가 26건(12%)이었으며, 이를 제외한 162건(75%)은 한국 교회 내에서 건전하다고 평가받는 주요 교단에서 발생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대형 교회나 주류 교단이라 하더라도 교회 성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에 대한 준비는 부족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11명 중 7명은 교단이나 교회로부터 성폭력 피해 해결을 위해 어떠한 보호나 지원도 받지 못했으며, 한 참여자는 “(교회나 교단이) 방해만 하지 않아도 좋겠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교회 성폭력 사건을 공론화하기까지 피해자들이 보낸 시간은 상당히 길었습니다. 인터뷰에 응답한 11명 중 단 4명만이 사건 발생 후 한 달 이내에 공론화할 수 있었고, 나머지 7명은 1년에서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이는 피해자들이 오랜 시간 혼자 고통을 감내해야 했음을 보여 주는 동시에, 교회와 교단의 지지 체계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치유의 여정, 우리는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
치유란 무엇인가?
인터뷰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치유를 “사건에 얽매이지 않고 일상을 다시 살아갈 힘을 되찾는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 더불어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와 존귀함을 회복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피해자들에게 치유란 단순한 극복이 아니라, 스스로를 다시 온전히 받아들이는 여정이었습니다.
치유를 위한 필수 요소
참여자들은 “제대로 된 사건 조사와 진상 규명”을 치유를 위해 가장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해결 과정에서 심리 치료와 내면 성찰 프로그램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도 응답하였습니다. 이는 교단의 해결 과정이나 사법 절차가 원활하지 않거나 더딘 경우가 많아, 피해자들은 심리적 지지를 통해 그 시간을 견디며 도움을 얻은 것으로 보입니다. 신앙도 피해자들의 치유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참여자들은 “하나님이 아신다”는 믿음과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에 의지하며 치유의 힘을 얻으며, 신앙 안에서 만난 동역자들과 함께 그 지난한 과정을 통과하며 힘을 얻었다고도 답했습니다.
교회와 대안 공동체
인터뷰 참여자 11명 모두 사건이 발생한 교회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이는 가해자가 교회 내 권력을 쥐고 있는 경우가 많았고, 가해자 징계와 사건 처리가 미흡했으며, 수많은 2차 가해가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명(70%)은 새로운 대안 공동체를 찾아 교회에 출석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교회를 선택할 때 피해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요소는, 목회자가 절대적 권한을 가지는지 여부와 말씀을 해석하고 다루는 방식이었습니다. 성폭력 사건 이후, 목회자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권위와 영향력을 경계하며, 목회자가 말씀이 올바르게 전하는지를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교회의 역할과 질문
여러 이유로 많은 피해자들이 사건이 있었던 교회를 떠나야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공동체에서 신앙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는 교회가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공간인 동시에, 치유와 회복이 일어날 수도 있는 공간임을 보여 줍니다. 교회는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회복을 꿈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우리 안에 지지와 공감의 언어가 있는가? 피해자와 함께 치유의 여정을 걸어갈 사람이 있는가? 안전하고 성평등한 문화가 준비되어 있는가? 우리는 이 질문들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고 답해야 합니다.
함께 걷는 치유의 길
성폭력 피해로 인해 피해자들이 가장 크게 상실한 것은 소중했던 신앙과 사랑했던 공동체입니다. 그러나 교회가 공감의 말을 전하고, 제도와 구조를 새롭게 하며, 상처 입은 사람들을 포용하려 노력한다면, 피해자들은 스스로 내면의 꺼지지 않는 빛을 발견하며 치유의 길을 걸을 수 있습니다.
치유는 피해자 홀로 걸어야만 하는 길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그 여정에 함께 올라야 합니다. 나와 우리 교회는 그 여정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진실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해 어떻게 목소리를 낼 것인가? 안전하고 성평등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 답하며 행동할 때, 우리는 진정한 회복과 새로운 공동체의 가능성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1) 본 기고는 『기독교반성폭력센터 상담 보고서(2018~2023)』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6년간 접수된 교회 성폭력 사건 343건(402명의 피해자)에 대한 상담 통계와 피해자 11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교회 성폭력의 발생 원인과 치유의 여정을 기록한 자료입니다. 기독교반성폭력센터 홈페이지에서 보고서 내용 전체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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