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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 없는 러너는 없다”라는 말처럼,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면 누구나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위해서, 혹은 무너진 멘탈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같은 것 말입니다. 저 역시 달리기를 시작한 사연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제게 달리기는 생존의 한 방식이자, 새로운 삶을 여는 열쇠였습니다. (본문 중)

 

문현우(문카데미 대표)

 

“사연 없는 러너는 없다”라는 말처럼,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면 누구나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건강을 되찾기 위해서, 다이어트를 위해서, 혹은 무너진 멘탈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같은 것 말입니다. 저 역시 달리기를 시작한 사연이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제게 달리기는 생존의 한 방식이자, 새로운 삶을 여는 열쇠였습니다.

 

저는 한때 자신을 강인한 사람이라 믿으며 살았습니다. ‘아리랑 유랑단’이라는 단체를 창단해 전 세계에 아리랑을 알리겠다는 치기 어린 열정으로 세계를 누비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열정은 몸과 마음에 균열을 남겼습니다. 전철 안에서 호흡이 멈추는 듯한 공포를 느낀 순간, 제가 스스로 믿었던 강인함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그날, 전철역에서 가까스로 내린 뒤 숨을 몰아쉬며 어머니께 전화를 걸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당시엔 그게 무슨 증상인지도 몰랐지만, 나중에야 알게 된 이름은 ‘공황 장애’였습니다.

 

10년 전만 해도 정신과에 간다는 건 부끄럽고 두려운 일로 여겨지던 시절이었습니다. 저는 병원 대신 스스로 해법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떠오른 것이 군 복무 시절 매일 아침 반복하던 ‘구보’였습니다. 그 당시 구보는 저에게 힘든 기억으로만 남아 있었습니다. 동이 트기도 전에 기상해 겨울바람 속을 맨몸으로 달리다니요.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힘들었던 달리기가 위기의 순간에 구원의 길처럼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그날 저는 헬스장 러닝머신 위에 올라 스스로 다짐했습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한 시간은 달리자. 여기서 포기하면 앞으로의 인생은 루저로 사는 것이다.” 극단적이지만 절실한 다짐이었고, 저는 끝끝내 1시간을 달렸습니다. 흘러내리는 땀 속에서 무언가가 저를 정화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샤워를 마치고 느꼈던 벅찬 행복감은, 흔히 말하는 ‘러너스 하이’였습니다. 그 순간 이후로, 달리기는 무너진 멘탈을 추스르는 저만의 구원의 수단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달리기는 필요할 때만 찾는 대상이었습니다. 꾸준히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던 중 2020년, 코로나가 전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사업은 어려워졌고, 멘탈은 다시금 무너져 갔습니다. 그때 다시 달리기를 찾았습니다. 이번에는 관계가 달라졌습니다. 코로나가 길어지는 만큼 1년, 2년, 꾸준히 달리기를 했고, 달리기는 제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코로나가 종식되어 가던 즈음, 저는 기존의 온라인 교육 사업과는 다른 새로운 사업 방향을 모색했습니다. 그러던 중, 러닝과 여행을 결합한 ‘런투어’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저는 관광을 전공했고 러닝을 사랑했으므로 이 사업은 그야말로 ‘덕업일치’1)였습니다.

 

2023년 5월, 첫 런투어 상품인 ‘싱가포르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무더운 동남아의 열기 속에서 30여 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마라톤 완주를 하며 느꼈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러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는 그 순간, 달리기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사람을 연결하고 삶을 바꾸는 강력한 도구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후 우리는 해외 마라톤 전문 여행사로 자리 잡았고, 러닝을 사랑하는 이들을 모아 러닝 크루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몇 명의 지인들과 함께였지만, 지금은 600명이 넘는 대규모 커뮤니티로 성장했습니다.

 

최근 러닝 붐이라는 말이 자주 들립니다. 사람들은 왜 러닝에 열광할까요? 저는 그 답을 알고 있습니다. 러닝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그로 인해 좋은 에너지가 주변에 전파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가 건강하고 행복해지니, 자연스레 러닝 전도사가 되는 겁니다.

 

이 현상을 보며 러닝과 신앙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현세대에서 기독교의 쇠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러닝이 건강한 멘탈과 신체를 만들어 주듯, 신앙도 우리의 영혼을 강건하게 합니다. 하나님 안에서 참된 기쁨을 경험한 사람이라면, 어디에서나 ‘기승전갓’이라 외치지 않을까요?

 

“사연 없는 기독교인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 모두 각자의 사연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사연 속 경험은 누군가에게 영감이 될 것입니다. ‘러너스 하이’처럼 ‘크리스천스 하이’를 경험하며 우리 안에 충만한 기쁨과 사랑이 더 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지고 전해지길 소망합니다.

 


1) 덕질(팬 활동)과 직업이 일치한다는 말-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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