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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밥상 숭실대점(이하 따밥)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5시에 문을 닫을 때까지 지역의 대학생, 청년,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한다. 특히, 대학 학기 중 점심시간이 되면 주방의 화로는 쉴 틈이 없고 찌개를 옮기는 손길은 분주하다. 따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특히 청년들을 위해 운영하는 식당이다. 무엇보다 3,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찌개와 함께 맘껏 먹을 수 있는 밥을 제공한다. 한 그릇의 김치찌개에 담긴 온기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치열함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작은 여유와 위로가 된다. (본문 중)

 

청년들의 따뜻한 밥상1),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공동체의 맛을 느끼다

 

박성용2)

“찌개 나왔습니다”

 

주방에서 건네진 잘 끓여진 김치찌개는 자원봉사자의 손에서 손님에게 전달된다. 밥과 콩나물 반찬이 놓인 식탁에 찌개가 놓이면 손님의 한 끼 식사가 시작된다. 이렇게 3,000원 김치찌개는 누군가의 삶에 넉넉함이 된다. 맛도 좋다. 한마디로 가성비 만점이다. 모든 것이 풍족한 시대, 끼니 걱정하는 사람이 있겠나 싶겠지만, 돌아보면 여전히 주머니 사정을 살펴야 하는 이들이 있다.

 

따뜻한밥상 숭실대점(이하 따밥)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5시에 문을 닫을 때까지 지역의 대학생, 청년, 그리고 이웃들과 함께한다. 특히, 대학 학기 중 점심시간이 되면 주방의 화로는 쉴 틈이 없고 찌개를 옮기는 손길은 분주하다. 따밥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특히 청년들을 위해 운영하는 식당이다. 무엇보다 3,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찌개와 함께 맘껏 먹을 수 있는 밥을 제공한다. 한 그릇의 김치찌개에 담긴 온기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치열함 속에서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작은 여유와 위로가 된다.

 

3,000원으로 가능한 한 끼

 

3,000원으로 한 끼 식사가 가능한지를 묻는 이들이 많다. 지금같이 고물가 시대에, 그것도 서울 한복판에서 말이다. 가능하다. 서로 조금씩 힘을 모으면 가능해진다. 인건비를 낮추고 자원봉사자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이 뜻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귀한 나눔이 더해지면 가능하다. 물론 청년들은 3,000원의 비용을 내는 소비자로 참여한다. 따밥은 처음부터 무료 급식으로 출발하지 않았다. 청년들의 자존감을 헤아리면서, 누군가를 섣불리 돕겠다는 시혜적인 마음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여하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 연대를 지향한다. 이미 가진 것이 많음에도 더 많이 소유하고 더 움켜쥐도록 부추기는 자본의 속성에 저항하며 품은 작지만 할 수 있는 한 큰 환대를 통해 용기와 위로를 끼치고자 시작한 식당이다.

 

고물가 시대의 청년들

 

얼마 전 청년들의 한 끼 식사가 사회적인 관심사가 되었다. 고물가로 인해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식사를 거르는 청년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을 대학이 심각하게 인식하고, 천 원의 아침 식사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높은 주거비와 생활비에 허덕이는 청년들이 하루 예산을 줄이는 방안으로 선택한 결과일 것이다. 한 신문 기사에서 2030 세대 청년 중 40% 이상이 매달 월급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일부는 끼니를 거르기도 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내가 만난 대학생들 역시 한 달에 평균 50~60여만 원의 원룸 월세를 감당하고 나면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공과금, 식비, 학업에 필요한 비용, 기타 비용을 합치면 써야 할 돈이 백여 만을 넘기게 된다.

 

 

청년 빈곤

 

일반적으로 부족이나 결핍을 말하거나 일정량의 물질적 소유물이나 돈을 잃게 되는 현상을 빈곤으로 정의한다. 여기에는 사회 경제 정치적인 요소가 포함된다. 평생 불평등과 빈곤 문제를 연구해 온 아마티아 센은 “빈곤은 단순히 재화의 부족이 아니라 자유로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려는 역량의 박탈”이라고 설명한다. 청년들은 학교생활,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 자기 계발 등을 통해 안정적인 일자리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의 일자리 감소는 청년들에게 제대로 된 취업 기회를 박탈하고, 급기야 양극화의 심화로 공정한 경쟁의 기회마저 얻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만들었다. 이는 제대로 된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거나 혹 경제 활동을 한다고 하더라도 청년들은 빈곤 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결과를 가져온다. 물가 상승률이 이미 월급 상승률을 앞지른 오늘, 청년들은 불안한 미래를 위해 조금의 비용이라도 아끼기 위해 편의점 삼각김밥, 도시락, 냉동식품으로 버텨 낸다. 그런데도 학자금 대출로 출발한 청년들의 빚의 수렁은 점점 깊어만 가고 결국 태풍처럼 번지는 주식, 코인 등 투자 광풍, 영끌이라는 현실은 청년들을 빚의 굴레로 옭아맨다. 이제 청년들의 삶 속에서 여유는 사라지고 그저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무한 질주를 감행해야 한다. 이처럼 여유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은 결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이다. 따라서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년 세대가 빈곤의 늪에 빠져드는 것은 지금의 현실에서 당연한 결과이다.

 

따밥, 기회비용이 되다.

 

따밥은 단순히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청년들에게 따뜻한 마음과 위로를 전하는 공간, 공동체적 연대의 힘을 경험하는 곳이다. 상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연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크지는 않지만 나름의 기회비용으로써의 역할을 기대한다. 더 시급하고 필요한 소비를 위해 끼니를 포기하지 않도록, 다른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작은 여유를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고민 없이 친구와 나누는 커피 한 잔의 여유, 맥주 한잔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여유, 큰 기회는 아니어도 소소함 속에서 다른 여유를 찾아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우리는 기꺼이 기회비용이 되고자 한다. 우리의 품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러나 그들이 다녔던 학교 앞에서 한 끼라도 넉넉함을 맛볼 수 있었던 그 찌갯집 사장님과 봉사자들의 마음을 기억해 준다면 더없이 행복하겠다.

 


1) 고시원 침대에서 굶어 죽은 채 발견된 청년에 대한 뉴스가 전국적으로 보도되었을 때, 글라렛선교수도회 소속 이문수 신부가 밥을 굶는 청년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는 먹을 수 있게 해야겠다는 결심으로 2017년 3,000원 김치찌갯집 청년밥상 문간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를 개신교 목사가 이어 문간 2호점으로 출발했고, 이후 따뜻한밥상이라는 이름으로 변경하여 전국에 15개소가 각자의 상황에 따라 독자적으로 운영 중이다.

2) 평일에는 따밥지기로 찌개를 끓이며 주일에는 다함교회 목사로 일하는 노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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