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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MBTI나 에니어그램 등의 성격 검사가 이제는 일반인에게 필수적 정보가 되었고, 같은 맥락에서 사주나 타로와 같은 것들이 유행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과학적 심리 검사부터 비과학적이거나 심지어 무속적인 방법까지, 젊은 세대는 왜 이렇게 자신과 타인 그리고 주변 상황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일까? (본문 중)

 

곽은진(아신대학교 상담학 교수)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여정일 것이다. 인간은 선택권 없이 수동적으로 태어났지만 태어난 후에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많은 것을 선택하며 자발적으로 능동성을 발휘하면서 산다. 주어진 환경과 시간 속에서 생존과 적응을 위해 자기 나름의 가치관, 태도, 성격이라는 모습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현실치료의 창시자 윌리엄 글래서(William Glassser) 박사는 인간의 모든 행동에는 목적이 있다고 말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인간은 기본적 욕구를 충족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내적 바람과 기대를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행동한다는 것이다. 삶은 자신이 긍정적 느낌, 성취, 만족감을 느끼는 상황들로 채워진 ‘좋은 세계’에 가까운 이상적인 모습들을 지속적으로 추구한다. 인간이 하는 모든 행동은 이 좋은 세계를 이루기 위해 내적 욕구와 바람을 현실에서 충족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 선택적 행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 바로 현실의 삶이다.

 

내면적 동기로부터 인간 행동이 나온다는 관점에서 최근 젊은 세대에서 트렌드가 되고 있는 자기 분석에 대한 관심을 한번 들여다보자. 한때 전문가의 영역이었던 MBTI나 에니어그램 등의 성격 검사가 이제는 일반인에게 필수적 정보가 되었고, 같은 맥락에서 사주나 타로와 같은 것들이 유행한 지도 꽤 오래되었다. 과학적 심리 검사부터 비과학적이거나 심지어 무속적인 방법까지, 젊은 세대는 왜 이렇게 자신과 타인 그리고 주변 상황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정체성 추구, 심리적 요인, 그리고 생존 전략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정체성이란, ‘나는 누구인가?’, ‘무엇을 하고 살 것인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와 같은 질문에 답하고자 그려 내는 자기 초상이다. 자신을 알고자 하는 것은 ‘나’라는 존재와 연결되고 그것을 이해하려는 적극적인 시도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과거 부모 세대보다 더 나은 교육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에서 개인의 가치관, 개성 등을 존중받으며 자랐다. 이들의 특징을 개인화, 개별화, 개성 중심, 이기적 유전자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지만 이들 세대에서 자신만의 모습과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더 중요해진 것은 분명하다.

 

 

‘나’로서 존재하는 것은 자신의 개성을 기르고 개별화를 이루는 것이며, 이것은 현실에서 또 다른 자원처럼 기능한다. 모두가 똑같을 수 없는 글로벌 시대에 한국이라는 사회 내에서도 자신만의 개별화와 개성은 중요해졌다. 이것을 위해서는 우선 ‘나’라는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정체성을 추구하고 개별화를 성취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위기를 경험하고 그 과제에 전념하고 있으므로 필요한 요건을 다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노력의 한 부분이 심리 검사라는 도구를 통해 자신을 알고 현실 속에서 능동적으로 존재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정체성 발달은 점진적이며 지속적이며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젊은 세대의 심리 검사에 대한 관심은, 자기 인식과 자각, 의식의 발현 등 자기 정체성 변화의 과정이며 독립된 개체로서 자신을 알아가고자 하는 노력이라고 볼 수 있다.

 

둘째로, 심리적 요인을 들 수 있다. 위기의 경험은 정체성을 발달시키기도 하지만 심리적 요인에 영향을 미친다. 비과학적 사주나 타로 등을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욕구는 불확실한 미래나 현실에 대한 불안감 해소이다. 사람들은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거나 충실할 수 없을 때, 또는 현재에 만족하지 못할 때 흔히 과거나 미래에 머물게 된다. 심리 검사에서 주로 다루는 것은 우울이나 불안 등의 정서적 측면과 대인관계와 같은 기능적 측면이다. 현재 청년들이 심리 검사나 무속적 방법을 통해 자기 분석에 관심을 갖는 것은 현실에서의 불안, 좌절 혹은 침체 등의 문제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체성 발달은 새로운 경험들에 개방적이 되고 위기에 직면하면 보다 높은 기준에 도달하도록 이끈다. 그러나 현실적 문제 앞에서 오늘날의 젊은 세대는 도전과 새로운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확장하기보다 이를 유예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폐쇄적으로 단절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과학에 근거한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이해와 비과학적인 운명에 대한 관심이 이들이 현실을 극복하거나 견디게 하는 데 작동하고 있다면, 이는 한편으로는 적극적인 노력, 다른 한편으로는 수동적 회피의 양면성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

 

셋째는 삶의 생존 전략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어느 세대보다도 양질의 교육을 받고 최첨단 기술 환경과 발달된 문화 속에서 자라났다.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젊은 세대가 ‘나’라는 존재를 탐구하고 자신을 알고자 하는 것은 자발적이며 능동적 태도로서 긍정적 의미를 갖는다. 불안한 현실 세계에서 ‘나’로 존재하며, 이를 토대로 타인과 공존하는 것은 생존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을 알고자 하는 것은 현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전략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나를 알고 남을 알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처럼, 젊은 세대는 부모와의 양육 관계 안에서 충분히 형성되지 못한 자기 인식과 정체성을 과학적 도구를 활용해 빠르게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이는 자기를 확립하고 불안한 현실에서 생존하고 적응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동체 안에 타인과 공존하기 위해, 우선 정보를 수집해 생존력을 높이고, 상황 적응을 위한 유용한 전략을 효율적으로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세대는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는 관계나 정서적 측면에서도, 효율적이고 전략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심리 검사를 활용할 만큼 지적이고 체계적이다.

 

인간이 자신을 돌아보는 것은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서 건강한 면을 본다. 그러나 나를 알아가는 일에서 과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나’를 아는 것은 시간과 노력, 관계적 경험이 필요하므로 삶의 여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부분이 있으며, 질문지 몇 개로 자신을 이해하거나 규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따라서 젊은 세대가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일이 적절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신중하게 고려해 볼 문제다.

 

심리 검사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지만 단순화된 결과와 지식만으로 자신을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인간은 단순히 심리 검사로 규정되거나 설명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심리 검사를 통해 알게 된 ‘나’는 내가 가진 많은 부분 중 하나에 불과하며, 심리 검사는 자기 이해를 위한 말 그대로의 보조적 도구일 뿐이다. ‘나’는 참으로 놀랍도록 창의적이며 무한한 잠재력을 소유한 경이로운 존재이다. 심리 검사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나 맹신은 개인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오히려 훼손한다. 자신의 무한한 잠재력이나 창의성을 제한하여 자기 개발을 방해하고 대인관계에서도 실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심리 검사 결과는 참고용으로만 보면 된다.

 

과학과 비과학은 동전의 양면처럼 매우 가까이 맞닿아 있다. MBTI 유형 중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논리를 좋아하는 유형으로 분류되는 INTJ가 또한 비과학적 미신 숭배에 가장 취약한 유형이기도 하다. 심리 검사 결과로 자신을 규정하거나 타인을 판단하지 않기를 권한다. 또한 타인의 말에 맞추려고 자신의 삶의 주도권을 양도하지 않기를 바란다. 심리 검사이든 미신적인 방법이든 그것은 나에게 정보를 제공할 뿐 내 삶의 결정적 선택권은 늘 나에게 있음을 기억하길 바란다. 내 안에 이미 있는 놀라운 잠재력과 힘을 신뢰하는 것이 창조자의 선물을 받은 우리들의 마땅한 태도다. 이것이야말로 정체성 발달 측면에서도, 정서적 안정의 측면에서도, 생존 전략으로도 가장 나답게 존재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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