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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 사례비 문제에 있어서 노회(지방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목사를 세우고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곳이 노회(지방회)다. 그런데 정작 교회의 현실에 대해서 각자도생을 말하고 있다. 보편적 교회를 강조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에 관심이 없고 오직 자본주의적 성장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된다. (본문 중)

 

신동식(기윤실 교회신뢰운동본부장, 빛과소금교회)

 

한국 교회의 성장 이면에 남아 있는 어두운 부분 중 하나는 목회자의 사례비 문제이다. 목회자의 사례비는 양날의 칼처럼 목회자와 성도 모두를 겨누고 있다. 가장 아름다웠던 관계가 파국으로 끝날 때, 그 길목에 목회자의 사례비 문제가 있음을 본다. 성도들이 가진 생각과 목회자들이 가진 생각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목회자는 청빈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생각과 변화된 시대 속 목회자들의 현실이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눈속임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이 문제로 교회가 혼란에 빠지고 전체 한국 교회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지극히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목회자의 표준 사례비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교회는 140년의 역사를 가졌지만, 아직도 목회자의 사례비에 대한 기준이 없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한국의 목회자 사례비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그에 대한 실제적 제안을 하고자 한다.

 

목회자 사례비 기준의 필요성

 

목회자의 사례비 기준의 필요성에 대하여 5가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공교회성 회복을 위해서다. 한국 교회가 보편 교회(공교회)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린 지가 오래되었다. 이러한 현실은 목회자의 사례비 격차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한시적으로 다른 직업을 겸하는 목회자들도 많이 있다. 목회자들이 함께 하나님 나라를 세워나가는 동지가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하여 다른 교회를 죽여야 하는 자본주의적 경쟁으로 내몰린다. 한국 교회가 공교회성을 회복을 위해서도 목회자의 사례비 기준 마련은 중요하다.

둘째, 건강한 목회 생태계 유지를 위해서다. 교회의 청빙을 받든, 개척을 하든 목회자 사례비 책정 문제는 논란의 중심이 된다. 이것은 담임목사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부(동역)목사와 교육 목사와 전도사의 청빙 시에도 동일한 문제가 생긴다. 개척하는 목사들도 자신의 사례비를 어떻게 책정할지 고민한다. 사례비는 문제는 교회의 건강을 위하여 제정되어야 한다. 교회가 시작부터 건강하면 마지막도 건강할 수 있다. 건강한 목회 생태계 유지를 위하여 표준 사례비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셋째, 상생하는 교회 생태계 존속을 위해서다. 한국 교회에서 자주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샛강이 살아야 큰 강이 산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은 샛강이 죽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큰 강도 마르게 될 것이다. 지역의 작은 교회를 살리는 것이 한국 교회 전체를 살리는 일이다. 그런데 작은 교회는 생존 자체가 힘들다. 상생하는 한국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 목회자의 사례비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넷째, 목회자의 동등성을 확립해야 한다. 오늘날 한국 교회는 사례비의 규모에 따라 사역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사역의 연수나 나이와도 관계없고 교회의 규모와 사례비 차이에 따라 큰 목사와 작은 목사를 구별한다. 이러한 모습은 교단 정치의 현장에서도 큰 폐해를 가져오고 있다.

다섯째, 다음 세대 사역자의 준비와 그들의 행복을 위해서다. 교회마다 젊은 사역자를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여기에는 여러 요소가 있지만 경제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사례비의 격차는 젊은 사역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그러는 사이 교회는 젊은 사역자를 찾지 못하고, 젊은 사역자는 목회자 훈련이 부족한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 이것은 한국 교회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다음 세대를 위해 사역자들의 행복을 고려해야 한다. 이들이 마음 놓고 사역하고, 훈련받을 수 있도록 예측 가능한 표준 사례비 책정이 필요하다.

 

 

표준 사례비 실행의 모델: 미션 디모데

 

미션 디모데는 프랑스 위그노의 후예들로서 현재 프랑스 남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교회다. 이들의 영적 대부흥은 세벤느 지역에서 일어났다(1918-1939). 처음에는 세벤느 개신교 연합이 결성되었다가 1972년 미션 디모데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 미션 디모데의 목회자 재정 원칙을 간략히 살펴본다.

미션 디모데의 재정 원칙을 보면 이들이 최선을 다하여 교회의 건강성을 지키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규모가 작은 교단이기 때문에 재정 원칙 실행에 수월한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미션 디모데의 개혁적인 모습은 전체 사역자의 사례비가 동일하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둘째로, 사역자 사례비 기준은 프랑스 노동자 최저 생계비 수준으로 월 1,190유로(2019년) 한 화 180만 원 정도이다. 셋째로, 자동차는 공유하고, 목회자들은 공동 주거 단지를 형성하여 지낸다. 공동생활을 하지만 독립적 사택을 제공하고 공과금을 제공한다. 넷째로, 미션 디모데의 경우 정부가 주는 복지 혜택은 사례비에 추가 된다. 복지 혜택은 사례비와 별도로 개인이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미션 디모데를 통하여 배울 수 있는 점은 표준 사례비 원칙이다. 부하지도 않고 가난하지도 않은(잠 30:8) 표준 사례비 원칙이 적용되는 실례를 볼 수 있다. 한국 교회가 자본주의에 점령당하여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을 상실하였는데, 목회자의 사례비 양극화가 한몫을 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미션 디모데의 사례를 보며 우리가 함께 표준 사례비 문제를 고민해 보아야 한다.

 

한국 교회에 제안하는 목회자 표준 사례비

 

우리가 한국 교회에 제안하는 초임 목회자 사례비의 기준은 초임 교사 수준이다. 교사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들어가고, 목사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시작한다. 그래서 동등한 기준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잠언의 가르침에 부합하는 기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1) 초임 교사의 연봉은 초임 목회자의 표준 사례비 선정에 좋은 도움이 되므로,2) 이것을 근거로 초임 목회자의 평균 사례비 산정을 제안한다. 초임 목회자(전임)의 평균 사례비는 연봉을 기준으로 한다. 년 5만 원의 호봉과 가족 수당 1인 3만 원을 제시한다. 호봉은 안수받고 전임 사역을 한 연수다. 안수받았으나 사역이 없었다면 호봉을 계산하지 않는다. 그리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이 지급되어야 한다(4대 보험, 혹은 2대 보험). 퇴직금은 일시불과 월 지급 방식 중 택하여 정하면 된다.3)

 

목회자 표준 사례비 실행을 위해 교회와 노회(지방회)가 할 일

 

어렵게 표준을 정했다고 해도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교회마다. 교단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표준이 없어서 더 혼란스러운 것보다는 표준이 필요하다. 표준 사례비는 현실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교회가 많지 않다. 이 부분에 교회와 노회가 할 일이 있다.

교회가 할 일: 우선 교회는 표준 사례비를 기준으로 다시 사례비 책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려고 애써야 한다. 그동안 표준이 없어서 목회자와 성도 간에 오해가 많았다. 이제 오해가 아니라 진정한 공생 공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목회자는 어려운 상황이면 기다려 주고, 교회는 최대한 표준 사례비를 맞춰야 한다. 교회는 종교개혁의 정신에 따라서 목회자의 사례비를 우선으로 책정해야 한다. 교회의 건강과 생명력을 위해 목회자의 표준 사례비는 중요한 기반이다.

노회(지방회)가 할 일: 표준 사례비 문제에 있어서 노회(지방회)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목사를 세우고 회원으로 받아들이는 곳이 노회(지방회)다. 그런데 정작 교회의 현실에 대해서 각자도생을 말하고 있다. 보편적 교회를 강조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에 관심이 없고 오직 자본주의적 성장에만 관심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이 문제를 외면하면 안 된다.

첫째, 노회는 교회들의 자립을 위한 기금을 만들어야 한다. 교회의 자립을 실질적으로 돕는 길을 만들어야 한다. 노회(지방회)의 재정의 우선순위를 교회들의 재정 자립에 두어야 한다. 노회마다 매년 1-2억씩 적립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이를 위해 개 교회들의 미자립 교회 후원을 노회로 일원화해야 한다. 노회의 집행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규칙과 세칙을 명확하게 규정하여 목적에 따라 집행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노회는 표준 사례비를 받지 못하는 목회자를 도와야 한다. 개 교회의 어려움은 다양하다. 그래서 노회(지방회)의 실사와 감사가 중요하다. 그리고 노회(지방회)는 10년 안에 교회가 자립할 수 있도록 목회자와 동역해야 한다.

셋째, 주택 청약 저축 10년 후원을 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표준 사례비로는 살아가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주택 때문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노후 대책 문제도 해결하기 어렵다. 여기에 쉬운 해결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이 청약 저축이다. 새롭게 목사로 인준받는 이들을 위하여 노회가 청약저축 10년 후원하기를 통해서 임대 아파트, 일반 분양 아파트 등을 준비할 수 있게 해야 한다. 10년 안에 자립하는 교회가 있다면 후원을 중단하고 자립한 교회가 또 다른 교회를 도와주는 선순환 관계가 된다면 건강한 교회를 세울 수 있다.

넷째, 사례비가 적어도 표준 사례비의 70% 이상 준비되지 않으면 교회 개척과 목사 파송을 막아야 한다. 이 부분은 교단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장로교단을 사례로 다루고자 한다. 현재 장로교회들은 교회를 설립할 때 세례교인 15명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도처로만 존재한다. 세례 교인 15인을 기준으로 삼은 이면에는 목사의 사례비 마련과 교회의 운영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있다. 그런데 세례 교인 수에 청소년까지 포함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

위임목사는 교회가 사례비를 감당하겠다고 선서를 함으로써 세워진다. 이것은 목회자 청빙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 개척과 설립 시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세례 교인 15명과 함께 사례비가 적어도 70%가 해결되지 않으면 교회 개척과 파송을 연기해야 한다. 그리고 개척을 허용하면 노회가 적어도 5년 동안은 사례비의 일정 부분을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 목회자 사례비 기준은 한 번도 공개적으로 논의된 적이 없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불가능한 논의라고 말한다. 이것은 지역의 차이와 교회 규모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의 현실은 너무나 척박하다. 50년 전의 한국의 사회와 지금은 전혀 다른 세상이라고 할 만하다. 목회자의 삶에서 재정적인 부담이 느껴지는 부분들이 너무 많아졌다. 이제 새로워져야 한다. 다시금 사역의 자리를 바로 세우고 무너지는 교회를 지켜야 한다.

이 글은 하나의 제안이며 논의의 시작일 뿐이다. 그러기에 개 교회의 상황에 따라 수정과 첨삭이 필요하다. 표준 사례비는 전체적으로 청빙과 퇴직에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제는 더는 늦출 수 없다. 교단이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여야 한다. 표준 사례비가 규범적인 원리로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1) 교육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교육지표 2024 결과 발표”, 2024. 9. 10

2) 한국교총, “‘OECD 교육지표 2024’ 발표에 대한 입장”, 2024. 9. 11.

3) 전임목사: 월 2,660,000, 전임전도사: 월 2,610,000(신대원 졸업), 월 2,460,000(대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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