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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 소멸하는 시대에서, 지역 축제의 경제적인 성공은 중요하다. 그러나 축제가 제공하는 일탈과 즐거움이 윤리적이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우리는 축제의 성공 기준을 경제적인 성공 하나에만 두면 안 된다. 다른 생명의 고통 위에 쌓는 성공은 지역의 자랑스러운 문화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본문 중)

 

김영환1)

 

축제란 여러 사람이 함께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를 말한다. 축제는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난 즐거움을 주고, 문화를 후대에 전승하고,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는 등 다양한 기능을 한다. 거기에 더해 최근 지역 축제들은 경제적인 효과를 강조하기도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열린 지역축제는 1,170개로 집계되었는데, 국비·지방비 등 세금을 투입해 2일 이상 개최한 축제만 따졌을 때 그렇다. 전국의 지자체가 230여 개이니, 지자체당 평균 5개 정도의 축제가 열린 셈이다. 유명한 국내 지역 축제로는 보령머드축제, 인천펜타포트음악축제, 부산불꽃축제, 진주남강유등축제 등 다양한 콘셉트의 축제들이 있으며 성공한 축제들은 해마다 전국에서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2024년엔 경북 김천시에서 열린 ‘김천김밥축제’가 큰 화제가 되었다. 김천시는 설문조사를 통해 ‘김천’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조사하였는데 엉뚱하게도 분식 브랜드인 ‘김밥천국’이 가장 많은 응답을 받자 그대로 김밥축제를 열었다. 김천김밥축제는 인구 13만 명의 도시에 이틀간 관광객 10만 명이 찾아올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골판지로 만든 테이블, 김밥을 담는 뻥튀기 그릇 등 친환경을 위해 노력한 부분도 언론과 관광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이렇듯 각 지자체들은 지역 축제를 경제를 활성화하는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한편, 축제 자체가 논란이 되는 경우도 있다. 산천어축제, 나비축제, 소싸움축제같이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하는 축제들이 그렇다. 생명다양성재단이 발표한 2018-2022년 「국내 동물이용축제 현황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동물을 이용하는 국내 축제는 86개이고, 해당 축제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129개 중 84%가 ‘동물이 죽거나 죽이는 것에 해당하는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축제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동물은 산천어, 넙치, 송어 같은 어류이며 이들은 주로 맨손 잡기 프로그램에 이용되는데, 일반적인 어획 과정과 달리 난폭한 방식으로 긴 고통을 주며 어류들을 죽게 하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나비축제는 인공으로 부화시킨 나비들을 축제 기간 동안에만 실내에서 사육하다가 축제가 끝나면 나비들을 다시 폐기하고 있으며, 돈을 걸고 소들을 서로 싸우게 하는 소싸움축제의 윤리적인 문제는 말할 것도 없다. 그 외에도 동물을 이용하는 지역 축제들은 동물을 축제의 주인공으로 내세우지만 내용은 동물의 고통이나 죽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시민단체들은 즐거움을 위해 동물을 희생시키는 축제에 반대하면서 ‘동물축제반대축제’를 열기도 했다. 동물을 괴롭히지 않고도 즐거운 동물 축제를 시민들이 스스로 만들겠다는 취지의 축제였다. 이후로도 동물을 이용하는 축제에서의 동물 학대 논란과 문제 제기가 꾸준히 이어지자 2020년 당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100만 마리의 산천어를 풀어놓고 다시 죽이는 화천산천어축제를 가리켜 “생명을 담보로 한 인간 중심의 향연이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발언해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국 조 장관은 2주 만에 “지역 경제를 깊이 살피지 못한 점이 있다. 앞으로 지역 소비 활동 촉진을 위해 환경부가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며 최문순 강원도지사에게 공식 사과하고 해당 발언을 취소해야 했다.

 

동물축제반대축제 포스터.

 

환경부 장관이 ‘생명’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했다가 ‘경제’를 이유로 사과한 사건은 동물 축제 논란의 본질을 관통한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살아있는 동물을 행사의 경품으로 제공하거나 상품으로 뽑지 못하게 한다. 생명은 그 자체로 존중해야 하고, 오락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축제 기간 동안 동물을 서로 싸우게 하면서 승무패에 돈을 걸고, 평소에 손대기 어려운 큰 물고기를 맨손으로 잡아서 던지고, 25만 마리의 나비를 부화시켰다가 폐기한다. 그것이 전통적인 가치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지방이 소멸하는 시대에서, 지역 축제의 경제적인 성공은 중요하다. 그러나 축제가 제공하는 일탈과 즐거움이 윤리적이지 않을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결국 우리는 축제의 성공 기준을 경제적인 성공 하나에만 두면 안 된다. 다른 생명의 고통 위에 쌓는 성공은 지역의 자랑스러운 문화가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는 축제가 필요하지만 더 좋은 축제, 고통 없는 축제가 필요하다. 나와 가까운 사람만 즐거운 축제가 아니라 나 외의 생명까지 품는 축제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이 더 품격 있지 않을까.

 


1)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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