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2-3회 발행되는 <좋은나무>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무료),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

 

카카오톡으로 <좋은나무> 구독하기

 <좋은나무> 뉴스레터 구독하기

왜 이런 마음챙김 방식의 음악 감상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까? 사람의 주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선택적이기 때문이다. 1953년 영국의 인지과학자 콜린 체리(Colin Cherry)는 주의 기능과 관련해서 ‘칵테일파티 효과’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그가 설계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고, 이때 참가자가 한쪽 소리를 따라 하도록 하면 다른 귀로 들린 소리의 내용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혔다. (본문 중)

 

김지은1)

 

몇 년 후, 승주는 취업을 했고 회사에서 한 동료와 가까워졌다. 이 동료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였다. 그와 함께 클래식 음악을 듣는 자리에 몇 번 같이 가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승주는 어색함을 느꼈다. 이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만 한 시간 내내 생각하다 지친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학교 음악 시간에 배웠던 것처럼, 이 실내악 음악이 바로크 시대 음악인지, 낭만주의 시대 음악인지, 또, 왜 특별한지를 분석하면서 들어야 하는 것일까?” 이런 생각만 하다 보니 음악 감상이 피곤하기 그지없었다.

 

마음챙김 음악 감상법(mindful music listening)

 

클래식 음악을 “마음챙김” 방식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승주는 이 방법을 연습해 보면서 동료와의 클래식 음악 감상이 점점 편안한 시간이 되었다. 마음챙김 음악 감상법은 일종의 일상적 명상인데,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다.

 

마음챙김 음악 감상을 할 때에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이 하나 있다. 이 음악이 좋다, 나쁘다, 이렇다, 저렇다 하는 판단을 하지 않기로 하는 것이다. 의자에 편안히 기대어 앉거나, 침대에 누울 수도 있다. 눈은 감아도 좋고 떠도 좋다. 숨을 충분히 훅 내쉬며 심호흡을 한다. 음악을 듣기 시작하면서 먼저 전에 연습했던 복식호흡을 몇 차례 하고,2) 숨이 들어가고 나가는 느낌을 느껴 본다.

 

음악을 들으면서 순간순간의 변화, 리듬이나 조성의 변화 등을 매 순간 집중하며 느껴 본다. 예를 들어, 자신이 바닷속에서 자라는 미역이 되었다고 상상해 보는 것도 좋다. 처음에는 조류가 세서 미역이 앞뒤로 크게 움직이다가 바다가 잔잔해지면서 미역의 움직임도 잔잔해진다고 상상해 본다. 이때 몸에서 생기는 느낌을 느껴 본다. 음악은 바다가 되고 나는 이 음악이라는 바다의 바닥에 뿌리를 내린 미역이 되어 온몸으로 음악을 느낀다고 상상해 본다.

 

음악이라는 자극 자체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선택적 주의 기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한동안은 피아노의 소리만 듣기로 하고 다른 악기의 소리는 무시하는 것이다. 또 한동안은 첼로의 소리, 한동안은 바이올린의 소리만 듣기로 하고 다른 소리는 무시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더욱 음악의 소리에만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만약 같이 사는 친구가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만 하루 종일 틀어 놓아서 클래식 음악은 들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할까? 훈련이 된 상태라면 그 곡 반주의 베이스 연주 부분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방식으로도 실천이 가능하다.

 

이렇게 음악에 정신을 모으고 있는 동안에도 생각이나 감정이 문득 떠오르곤 할 것이다. 그러면 생각이나 감정이 떠올랐다는 것을 알아차리곤, 다시 음악으로 부드럽게 돌아온다.

 

 

왜 이런 마음챙김 방식의 음악 감상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까? 사람의 주의 기능은 기본적으로 선택적이기 때문이다. 1953년 영국의 인지과학자 콜린 체리(Colin Cherry)는 주의 기능과 관련해서 ‘칵테일파티 효과’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그가 설계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양쪽 귀에 서로 다른 소리를 들려주었고, 이때 참가자가 한쪽 소리를 따라 하도록 하면 다른 귀로 들린 소리의 내용은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을 밝혔다.

 

승주가 우울했던 어떤 날, 회사 일에 지쳐 집에 돌아왔을 때 승주 머릿속에서는 끊임없이 이런 생각이 부정적인 감정과 함께 맴돌고 있다. “또 실수를 했어. … 아무리 신입이라 해도 너무 창피했어.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과연 만회할 수 있는 실수일까? … 지난번에도 이런 실수를 한 적이 있는데, 왜 나아지지 못한 거지? 내일은 회사에 가기 싫다. …” 이런 하루하루가 반복된다면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의 신경 회로는 강화될 수밖에 없고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이, 음악 소리라는 감각 자극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 잠시라도 영향력이 약화될 수 있다면? 분명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의 신경 회로는 그 시간에 쉬고 있게 된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사항이 있다. 마음이 힘들 때에만 명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회사에서 나쁜 일이 있어서 호흡이 가빠질 때에만 명상을 한다면, 우리 뇌는 심리적 고통과 명상을 바로 연결 지어 기억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 기억이 머릿속에 단단히 자리 잡으면, 명상을 하려고 할 때 반대로 호흡이 가빠질 수 있다. 따라서 명상은 정해진 시간에 하거나, 또는 아무 때나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신기하게도 심리적 고통은 느끼지 않으려 하고 도망치고 회피하려고 하면 더 따라붙는 경향이 있다. 명상을 하는 도중에 마음 아픈 감정이 떠오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마음을 미워하고 도망치기보다 반대로 이 감정에 감사하면서 부드럽게 마음챙김 음악 감상으로 돌아오는 것이 좋다.

 

일상생활 중의 명상은 과거의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중세의 기독교 수도원에서는 더더욱 그러했을 것이다. 그레고리오 성가를 마음을 모아 귀를 기울이던 신자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오래전에, 바울 사도의 삶에도 명상이 있었다. 어떤 명상이 있었을까? 다음 글에서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1) 이화여자대학교 뇌‧인지과학부 교수, 신경정신과 전문의.

2) 김지은, “그리스도인과 명상(1): 그리스도인이 명상을 해도 될까?”, 「좋은나무」 2025. 3. 5.

 

함께 읽으면 좋은 글

김지은, “그리스도인과 명상(1): 그리스도인이 명상을 해도 될까?”, 「좋은나무」 2025. 3. 5.

 

* <좋은나무> 글을 다른 매체에 게시하시려면 저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02-794-6200)으로 연락해 주세요.

* 게시하실 때는 다음과 같이 표기하셔야합니다.
(예시) 이 글은 기윤실 <좋은나무>의 기사를 허락을 받고 전재한 것입니다. https://cemk.org/26627/ (전재 글의 글의 주소 표시)

 

<좋은나무>글이 유익하셨나요?  

발간되는 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

카카오톡으로 <좋은나무> 구독하기

 <좋은나무> 뉴스레터 구독하기

<좋은나무>에 문의·제안하기

문의나 제안, 글에 대한 피드백을 원하시면 아래의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편집위원과 필자에게 전달됩니다.
_

관련 글들

2025.03.26

AI 로봇과 AI 무기(성영은)

자세히 보기
2025.03.05

그리스도인과 명상(1): 그리스도인이 명상을 해도 될까?(김지은)

자세히 보기
2025.02.03

적대감과 미움을 넘어선 교류: 다윈과 파브르(성영은)

자세히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