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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부조리나 불의에 맞서는 문제는 비단 경중의 차이일 뿐, 직장에서 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늘 경험하는 현실이다. 관행이나 관례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위법, 부당한 업무 지시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어떻게 이런 시험과 시련을 각개 격파하며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대한민국의 건전한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진지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매일 하게 되는 질문이다. (본문 중)
배정호(변호사, 법무법인 에셀)
우리는 채상병 순직 사건과 2024년 12월 3일 발령된 비상계엄으로 비롯된 내란 상황을 겪으면서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부류의 군인들을 보게 된다. 하나는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한 군인들이고, 다른 하나는 상관의 명령을 위법한 것으로 스스로 판단하여 그 명령에 대해 복종을 거부한 군인들이다.
군인은 그 직무의 특성상 상관의 명령에 절대복종해야 하며, 이러한 복종 의무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군인복무기본법)에 명시되어 있다.1) 만약 군인이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지 아니한 경우, 지시 불이행으로 징계를 받거나 군 형법상 항명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채 상병 순직 사건에서 해병대 사령관의 명령(수사 기록 이첩 중단 명령)을 거부한 박정훈 대령은 항명죄로 기소되어 재판까지 받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군인은 상관의 명령에 절대복종만 해야 할까? 대법원은 복종해야 할 명령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즉 그 명령은 ① 상관의 직무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하고 ② 적법, 정당한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상관의 명령이 직무 범위 밖의 명령(즉 상관에게 명령 권한이 없는 경우)이거나 그 명령이 위법 부당한 경우에는 복종하지 않더라도 징계받거나 처벌되지 않는다. 실제 항명죄로 기소되었던 박정훈 대령의 1심 판결문을 보면, 법원은 “해병대 사령관의 이첩 중단 명령”이 해병대 사령관의 직무상 권한 밖의 명령이고 정당한 명령으로도 볼 수도 없다고 하여 그 명령에 복종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리적으로는 이렇게 논리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위법 부당한 명령에 대해서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 하지만 실제 급박한 상황에서 내려지는 (강압적인) 상관의 명령에 대해 하급자가 그 명령이 직무에 속하는 명령인지, 적법하고 정당한 명령인지 판단할 수 있을까? 만약 부당한 명령이라 판단했다고 하더라도 그 명령에 복종하지 않으면 징계나 처벌 등 불이익이 눈앞에 뻔히 보이는데도 소신에 따라 불복종할 수 있을까? 결단코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문제이다. 박정훈 대령만 봐도 그렇다. 박정훈 대령은 위법 부당한 명령에 복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즉시 보직에서 해임되었고 항명죄로 구속까지 될 뻔하였다. 이에 반해 그의 판단이 옳았다는 법원의 판단을 받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주변에 그를 지지하는 동료들과 국민이 없었다면 박 대령도 버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즉, 위법 부당한 명령이라 복종하지 않으면 받게 되는 불이익은 가시권 안에 있지만, 나의 판단이 옳았다는 판단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이루어진다. 게다가 나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평가될 가능성도 사실 크지 않다.
이런 부조리나 불의에 맞서는 문제는 비단 경중의 차이일 뿐, 직장에서 일하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늘 경험하는 현실이다. 관행이나 관례라는 미명하에 자행되는 위법, 부당한 업무 지시가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어떻게 이런 시험과 시련을 각개 격파하며 하나님 나라 백성으로, 대한민국의 건전한 국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을 살아가는 진지한 그리스도인이라면 매일 하게 되는 질문이다.
얼마 전 겪은 일을 짧게 나누려고 한다. 오랜만에 공직에 있는 후배와 안부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을 때쯤, 후배는 힘든 사정을 이야기했다. 통화 당일 업무가 배당되었는데, 업무 처리로 인해 마음이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다. 후배에게 주어진 업무는 모든 국민이 아는 사건과 관련된 것이었다. 상급자가 원하는 바는 누구나 예상이 가능한데, 본인은 자료를 모두 살펴보고 처리를 할 뿐 윗선의 입맛에 맞는 결정을 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 후배는 담담하게 본인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했다. 나는 무거운 마음으로 전화를 끊고 그 후배를 잘 알고 묵묵히 기도해 줄 몇몇 믿음의 동지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하며 기도를 요청했다. 결국 그 후배는 많은 사람의 예상을 깨고 양심에 따라 상급자의 의도와 다른 결론을 냈고, 다음 해 인사 때 집과 매우 먼 근무지로 발령을 받았다. 최근 탄핵 재판에서도 그 후배의 이름이 호명되었는데, 계엄군이 그의 신상을 조사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날 밤 그를 사랑하는 믿음의 친구들이 그를 위해 기도한 것이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는 그 후배에게 묻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이 세상을 다스리시는 왕이신 예수께서 그날 밤 성령 안에서 그 후배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셨을 것이라 믿고 있다.
실제 우리가 세상에서 하나님 백성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의 지혜나 용기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 세상의 왕이 예수시며 그분께서 마지막 그날에 상을 주시는 분이라는 종말론적 신앙고백으로 함께 모인 공동체에 내가 속해 있어야 한다. 장차 올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이미 임한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는 종말론적 신앙고백을 하는 공동체의 지지와 격려가 없이는 세상에서 하나님께 복종하며 살아가는 삶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상의 비난이나 뻔히 예상되는 불이익 앞에서 이 시대의 고아와 과부를 위해, 강도 만난 사람들을 위해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나 상황을 거부하는 용기와 능력은 공동체로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교회가 너무 중요하다. 최소한 매주 주일만이라도 이 세상의 왕이 예수 그리스도라는 그 사실을 믿고 살아가는 하나님 백성들과 함께 만나 아버지 하나님을 예배하고 서로 격려한다면, 세상에 나가 싸울 큰 힘을 얻을 것이다. 다름이 부끄럽지 않고 오히려 영광스러울 것이다. 불이익이 두렵지 않을 것이다.
눈을 감고 다시 기도하게 된다. 하나님께서 한국 교회를 살려 주시기를. 한국 교회를 불쌍히 여겨 주시기를. 예수의 영을 가득 부어 주셔서 우리가 죄를 다 회개하고 돌이켜 이 시대 고아와 과부의 친구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친구로 거듭나게 하시기를. 그리고 지금도 세상에 나아가 하나님의 백성으로, 예수의 제자로, 세상을 거스르며 하나님 나라를 살아가고 있는 믿음의 동지들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시기를.
1) 군인복무기본법 제25조: 군인은 직무를 수행할 때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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