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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매체에 몰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다. 그 재미의 중요한 요소는 결국 그 매체가 담고 있는 ‘콘텐츠’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엿볼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매체의 콘텐츠들이, 여과 없이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전달되고 학생들의 가치관과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본문 중)
임종화(중앙기독고등학교 교사)
요즘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틱톡 등 영상 매체와 시간을 많이 보내면서 책을 읽지 않게 되고, 그로 인해 문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도파민 중독’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염려다. 이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어크로스, 2023), 조너선 하이트의 『불안 세대』(웅진지식하우스, 2024)라는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주목을 받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정책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최근 사회과 교사로서 이 문제와 관련하여 새로운 도전과 고민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시간과 공간에서 영상 미디어를 통해 학생들에게 주입되는 콘텐츠와 이로 인해 변화하는 학생들의 가치관 문제 때문이다. 아이들이 매체에 몰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미’다. 그 재미의 중요한 요소는 결국 그 매체가 담고 있는 ‘콘텐츠’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엿볼 수 없는 시간과 공간에서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매체의 콘텐츠들이, 여과 없이 학생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전달되고 학생들의 가치관과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최근 수업 시간에 사회적 쟁점에 대해 토론을 할 때 가끔 당혹스러운 경험을 하고 있다. 평소 수업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집중하지도 않던 학생이 특정 주제에 대한 토론에는 강한 확신을 가지고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당당하게 다른 사람을 혐오할 자유를 주장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에 노골적인 분노를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예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반응과 표현을 접하며 이러한 변화가 어디에서 비롯하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고, 몇 가지 수업 활동을 통해 단서를 찾으려고 시도해 보았다.
첫 번째 활동으로, 일주일 동안 본인이 가장 자주 본 유튜브 채널을 한 가지씩 이야기해 보기로 하고, 자신이 말한 채널을 수업을 함께 듣는 친구들 모두가 알고 있다면 작은 선물을 주겠다고 제안했다. 학생들은 자신이 말하는 것을 ‘당연히 다 알겠지’라는 표정으로 한 가지씩 자신이 즐겨보는 채널을 이야기했다. 예상했겠지만, 나는 학생들이 말하는 대부분의 콘텐츠를 알지 못했다. 학생들이 발표한 채널 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주둥이방송>, <빵빵이의 일상>, <사우스코리아파크>, <너진똑>, <말왕TV>, <핫소스> 등이고 이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채널이 등장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수업을 마칠 때까지 단 한 명도 이 미션을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자신이 자주 보는 콘텐츠를 다른 친구들이 아예 처음 들어 본다는 사실에 서로 놀랐다. 나는 더 많은 영향력이 있는 채널을 알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서로 눈치를 보며 비밀스럽게 보는 채널은 공개를 꺼렸고,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학생들은 학교라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오랜 시간 서로 함께 하고 있지만, 이미 각자 즐겨보는 영상이 달라 서로의 경험이 공유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교사나 부모와 같은 어른들과의 세대 차이뿐 아니라 같은 또래 사이에서도 서로의 경험과 삶을 공유하지 못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래서, 두 번째 활동으로, 모둠을 구성하여 “<응답하라 2024>를 찍는다면”이라는 활동을 해 보았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공유하는 노래, 놀이, 사건 등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대 학생들이 공유하는 경험은 무엇일지 궁금했다. 모둠별로 20년 후 <응답하라 2024>를 찍는다면 어떤 장면에서 우리가 공감할 수 있을지 자유롭게 이야기하게 하였다. 학생들은 흥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사건, 드라마, 노래 등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대부분 모둠에서 자기 세대에서 모두가 공유하는 것을 쉽게 찾지 못했다. 고민 끝에 찾은 것은 ‘코로나19’, ‘뽀로로’ 정도였다. 최근 정치 영역에서 알고리즘으로 인한 확증편향으로 이념 갈등이 심화하고 대화와 타협이 불가능해지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데, 학생들은 이미 일상에서 친구들과 공유하는 경험이 줄어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회 수업에서 우리 사회의 권위주의와 획일화를 비판하며 시민 교육 차원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강조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공유해야 할 가치는 무엇이고, 이 가치를 어떻게 공유하게 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은 아닐까. 자기만의 공간에서 새벽까지 자신의 관심사에만 맞춰진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어 가는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고, 몇 시간 정도 쟁점 토론 수업을 하는 것으로 가치의 공유를 이룰 수 있을까. 일주일에 2-3시간 만나는 수업에서, 밤새 내가 알 수 없는 영상을 보고 온 아이들과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무기력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오늘도 이 고민을 가지고 학생에게 질문을 던지며 대화를 시도했다. “요즘 주로 보는 영상이 뭐니? 알려 줄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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