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3일 오후 6시, 안산 4.16 가족협의회 주차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1주기 기억예배에 참석했습니다. 날씨가 좋지 않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함께 기억하고 아파하며 다짐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예배는 안명미 님(문지성 학생 어머니)의 인도로 시작되었습니다. “다시 봄입니다. 해마다 다시 피는 봄꽃 사이사이에, 고통의 기억과 사랑의 기억이 11년째 다년초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어 이 봄은 아프면서 아름답습니다.” 이 말씀이 가슴에 깊이 와닿았습니다. 길가는밴드의 “세월이 가면”과 “다시 봄, 4.16 그대들을 기억하며”라는 노래로 시작된 예배는 세 번의 중보기도를 통해 희생자들과 유가족들, 민주주의 회복, 그리고 한국교회의 개혁을 위한 간절한 마음을 담았습니다.

 

 

박요섭 님(박시찬 학생 아버지)의 증언은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시간은 진실을 덮는다”라는 진도 체육관에서 들었던 말씀을 인용하시며, 11년이 지나도 여전히 묻고 또 물어야 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국가는 왜 구하지 않았는가?”, “세월호는 왜 침몰했는가?” 이 질문들은 단순한 의문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반드시 답해야 할 과제임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특히 “진실 요구권”에 대한 말씀이 인상 깊었습니다. 국가의 모든 기관이 진실만을 대답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증언 내내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는 모습에서, 11년의 시간이 결코 아픔을 덜어주지 못했음을 느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진실을 요구하는 그 모습에서 용기와 힘을 얻었습니다.

 

 

전남병 목사님의 “묵은 땅을 갈아엎고”라는 말씀은 예레미야의 시대적 상황과 오늘날 우리 현실을 절묘하게 연결지었습니다. 예레미야가 눈물로 외쳤던 “묵은 땅을 갈아엎고 진실과 정의의 씨앗을 심으라”는 메시지가 11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특히 목사님이 말씀하신 세 가지 영역의 묵은 땅—우리 사회, 한국 교회, 그리고 우리 자신 안의 묵은 땅—을 갈아엎어야 한다는 도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뭐가 바뀌겠어?”라는 패배감이 자리 잡았을 때, 실제로는 세월호 가족들의 끈질긴 투쟁으로 많은 것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선박안전법 제정과 같은 작지만 중요한 변화들이 쌓여 결국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희망의 메시지가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날 예배에서 가장 가슴 뭉클했던 순간은 입장할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예배전, 예배에 참석하는 모든 이들에게 단원고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명찰이 나눠졌고, 그것을 가슴에 달았습니다. 저는 이진형 학생의 이름표를 받았습니다. 낯선 학생의 이름이지만, 그 이름표를 가슴에 다는 순간 이상하게도 오랜 인연처럼 친밀감이 느껴졌습니다.

성찬식에서 “이것은 여러분을 위하는 내 몸입니다. 이것을 먹을 때마다 나를 기억하십시오”라는 말씀 후에 모두가 함께 “우리가 주님을 기억합니다. 또한 이진형을 기억합니다”라고 말할 때, 제 가슴에 달린 이름이 더는 낯선 이름이 아니라 함께 아파하고 기억해야 할 소중한 생명으로 다가왔습니다. 학생들의 죽음은 어른들의 안전불감증, 그리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권력자들의 책임회피의 결과였지만, 동시에 우리 사회를 더욱 안전한 사회로 변화시키는 거룩한 희생으로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예배를 마무리하며 다 같이 부른 “광야에서”와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는 노래는 마치 우리 모두의 다짐과도 같았습니다. 단순하지만 강력한 가사를 함께 부르며, 11년이 지나도 여전히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기억하고 요구하는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김은호 목사님은 올해 4월 16일이 참사 당일과 같은 요일이며, 다음 주일이 부활절이라는 언급을 하실때 그 의미를 되새겨보았습니다. 이는 슬픔을 넘어 새로운 희망이 자라나는 과정, 죽음을 넘어 생명이 되살아나는 부활의 의미를 세월호 참사의 기억과 함께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같은 요일에 돌아온 4월 16일의 기억과 뒤따르는 부활절의 희망 속에서 우리는 계속해서 정의와 안전의 가치를 심고, 이들의 이름을 호명함으로 기억하고, 새로운 부활의 역사를 써나가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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