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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네스 월츠(K. Waltz)라는 학자가 있다. 그의 이론에 동의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전 세계 누구든 월츠의 책을 읽어야 한다. 그는 1959년 그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국제 정치를 세 가지 이미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 이미지는 개인, 두 번째 이미지는 국가, 그리고 세 번째 이미지는 무정부적인 국제 정치의 공간이다. (본문 중)
박민중(국제정치 컬럼니스트)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누구도 정확하게 답할 수 없다. 정치학, 특히 국제정치학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학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석학이라 불리는 학자들이 이 질문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제시하고자 지금도 연구실에서 어려운 논문과 책을 집필하고 있을 것이다.
<사진-1> 국경을 맞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2022년 이후 3년 동안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출처: University of Missouri)
위 질문이 너무 추상적으로 느껴진다면, 더 구체적으로 질문해 보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왜 전쟁을 했을까? 혹은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까? 앞의 질문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지 않지만, 뒤의 질문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하다. 2022년 2월 24일 푸틴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선제적으로 침공했기 때문에 뒤의 질문이 일견 적확해 보인다. 과연 그러한가?
우리 사회에는 암묵적으로 지켜야 하는 규칙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지인들, 특히 가족끼리 정치 이야기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 그러한가? 가장 큰 이유는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가진 경우 싸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이 말은 누구나 정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고, 누구든지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쉽게 생각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가족과 지인들 사이에서 수학, 물리학, AI 등과 같은 문제로 싸우는가? 즉, 정치 문제로 싸운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각기 나름의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말이며, 이는 그만큼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다. 특히, 국내 정치와 달리 국제 정치는 보이지 않는 학문이다. 우리가 언론 매체를 통해 뉴스를 접하기 때문에 국제 정치를 보이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실상은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국내 정치는 시민들이 선거, 집회, 시민사회 활동 등을 통해 직접 참여할 수 있지만, 국제 정치는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매우 제한된 영역이다. 그런 점에서 잘 보이지 않는 국제 정치, 특히 전쟁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정답을 알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사진-2> 2013년 88세의 나이로 타계한 케네스 월츠(Kenneth Waltz). 그의 1959년 저술 Man, the State and War, 1979년 저술 Theory of International Politics는 국제 정치 분야에서 여전히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저작이다. (출처: 워싱턴포스트)
케네스 월츠(K. Waltz)라는 학자가 있다. 그의 이론에 동의하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국제정치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전 세계 누구든 월츠의 책을 읽어야 한다. 그는 1959년 그의 박사 학위 논문에서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자 국제 정치를 세 가지 이미지로 구분한다. 첫 번째 이미지는 개인, 두 번째 이미지는 국가, 그리고 세 번째 이미지는 무정부적인 국제 정치의 공간이다. 그는 이 세 번째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전쟁의 원인을 국내 정치와 달리 국가들을 강제할 수 있는 상위 권위 체가 없는 국제 사회의 무정부성(international anarchy)에서 찾는다.
그럼 이 세 가지 이미지를 통해 이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생각해 보자. 첫 번째는 푸틴이라고 하는 개인의 특성에서 전쟁의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방법은 국제정치학의 가장 고전적인 이론에 기반하는데 주창자로는 라인홀드 니버, E. H. 카, 한스 모겐소와 같은 학자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성경에서 말한 인간의 악한 본성이 전쟁을 야기하는 근본적인 이유라고 간주한다. 이들의 입장에서 보면 지난 2차 세계대전의 원인은 전쟁광 히틀러에게서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은 독재자 푸틴 때문인 것이다. 이 같은 입장에서는 러시아의 대통령이 푸틴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지난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두 번째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라는 국가의 특성에서 전쟁의 원인을 찾을 것이다. 국제 정치에서 전쟁은 내전과 달리 국가 사이에 일어나는 무력 충돌이다. 이에 그 전쟁을 일으키는 국가들의 속성에서 그 원인을 찾는 접근법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양한 이론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면,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 또는 ‘과거와 달리 국가들 사이의 무역이 활발한 지금 교역이 활발한 국가끼리는 전쟁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등의 주장들이다. 전자가 칸트에서 출발한 민주평화론의 관점이라면, 후자는 코헤인과 나이로 대표되는 상업 자유주의 주장이다.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이 관점은 첫 번째와 세 번째에 비해 다소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이 관점에서 이번 전쟁의 원인을 찾는다면 20세기 소련이라는 하나의 공산주의 국가였던 두 국가가 소련의 붕괴 이후 우크라이나는 점차 민주적인 국가로 변모하는 반면, 러시아는 점차 독재 국가화되면서 전쟁이 발생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또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의 특성이 이번 전쟁의 도화선이 되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지역 전체 인구는 400만 명인데, 그 가운데 약 100만 명이 러시아 여권을 소지하고 있을 정도로 친러 성향이 강하다. 실제로 이 지역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포기하고 러시아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으며, 지역의 공식 언어는 우크라이나어가 아닌 러시아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의 이 같은 특성이 전쟁의 원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세 번째는 무정부적인 국제 체제하에서 세력 균형이 불안정해지며 러시아는 전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앞서 말한 월츠와 최근에는 미어샤이머와 같은 학자가 대표적이다. 이들에 따르면, 소련의 붕괴 이후 미국과 유럽의 군사 동맹체인 나토(NATO)가 지속적으로 러시아를 향해 세력을 확대하며 유럽 지역 내 세력 균형에 균열이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과거 소련의 영향권하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이 유럽연합에 가입하는 것을 넘어 미국이 중심이 된 군사 동맹체인 나토까지 가입했다. 러시아는 이를 심각한 안보 위협으로 인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우크라이나까지 유럽연합 가입과 나토 가입 움직임을 보이자 러시아는 자국의 안보를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첫 번째 주장과 대척점에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들은 푸틴이 아니었어도 러시아는 결국 전쟁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전쟁의 원인 분석과 관련해 가장 대표적인 주장들을 간단하게 살펴보았다. 이 외에도 다양한 관점이 존재한다. 이렇듯 명확해 보이는 전쟁조차 그 원인을 명확하게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당신은 전쟁이 일어나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3년 넘게 지속되는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왜 발생했다고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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