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2-3회 발행되는 <좋은나무>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무료),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
최근 언론에 발표되는 ARS 조사의 응답률은 대체로 6~8% 정도 되고 있으며 전화 면접 조사의 경우 18~20%로 전화 면접 조사 응답률이 ARS 조사의 3배 정도 된다. 응답률은 낮으면 낮을수록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예컨대 선거 조사의 경우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응답하게 되는데, ARS 조사의 경우 전화 면접 조사보다 이념적으로 좌우 양극단에 가까운 사람이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 (본문 중)
지용근1)
요즘 대통령 선거와 관련 하루가 멀다 하고 여론 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자연과학에서 현미경 발명이 미친 영향에 비교될 만큼 사회과학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중요한 방법론이 바로 여론 조사다. 여론 조사는 어느 한 시점에서 민심을 파악하는 온도계의 역할을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한국의 선거 여론 조사의 창시자인 한국갤럽 박무익 회장은 ‘여론 조사는 조사 시점에서의 온도를 보여 주는 온도계이다. 그 당시 상황을 기록한 스냅 사진이며, 멀리서 그 사진들의 시간적 흐름을 보면 여론의 흐름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거 여론 조사가 대중에게 알려진 것은 1987년 대선 때였다. 아마도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독자가 있겠지만, 여론 조사 결과가 언론에 발표되지 않아 암흑 속에서 선거를 치르는 셈이었다. 언론에서는 주요 후보들이 박빙이라 말하지만, 실제로 누가 얼마나 이기고 있는가를 아무도 몰랐다. 따라서 곳곳에서 모의 투표가 행해졌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아파트 노인정에서, 교회에서, 각종 모임에서 모의 투표가 행해지면 그 결과가 각각 달랐다. 당시 후보는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후보가 경쟁했는데, 화이트칼라층이 중심이 된 직장인 모의 투표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1위가 되고, 노인들 모임에서는 노태우 후보가 1위가 되었다. 당시 양 김(김영삼과 김대중) 단일화 실패로 양 김이 합쳐서 55%를 득표하고도 정권을 놓치자 부정 선거 주장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때 한국갤럽이 선거 기간 동안 진행해 온 비공개 데이터를 공개했고 야권은 더 이상 부정 선거 주장을 하지 못했다. 여론 조사가 과학적인 방법에 의해 사람들의 마음을 측정하는 유일한 도구임을 입증한 것이다. 이후 여론 조사의 등장으로 극성이었던 모의 투표 문화는 일시에 사라졌고, 부정 선거 시비가 더 큰 비극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여론 조사는 한국 사회 민주주의 진전에 중요하게 기여한 공로자라 하기에 충분하다.
선거 여론 조사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일반 국민의 의견을 수집하는 것이지만 그 결과가 다시 여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두 가지 의견이 있다. 밴드웨건 효과(band wagon effect)와 언더독 효과(under dog effect)이다. 밴드웨건 효과는 미국 서부 개척 시대에 서커스 광고를 위해 악대 마차가 음악을 연주하면서 군중을 몰고 다니는 데서 유래했다. 선거 여론 조사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1위가 아니면 자신의 표가 사표가 되므로 이를 피하고 1위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려는 심리를 말한다. 즉 선거 여론 조사 발표가 1위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이론이다. 반대로 언더독 효과는 두 마리 개가 싸우는데 밑에 깔린 약한 개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는 이론으로 여론 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후보가 더 유리하다는 이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밴드웨건 효과가 언더독 효과보다 더 크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러한 현상을 막고자 선거일 전 6일간 실시한 여론 조사 결과는 투표 마감 시각까지 공표, 인용, 보도를 할 수 없게 공직선거법에 규정하고 있다.
이제 구체적으로 현재 국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선거 여론 조사 결과를 해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에 대해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표본의 대표성 문제이다. 여론 조사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전수 조사가 아닌 국민의 일부만을 뽑아 조사하는 표본 추출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럼 추출된 표본이 전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데 이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대표성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응답률’이다. 즉 조사자가 응답자에게 연락해서 조사 참여를 부탁했을 때 몇 %의 응답자가 응했냐는 것이다. 이 응답률은 조사 방법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선거 조사에 사용되는 조사 방법은 크게 ARS(automated response survey) 방식과 전화 면접 방식이 있다. ARS 조사는 사람이 직접 조사하지 않고 녹음된 목소리로 조사하는 방식이다. 반면 전화 면접 조사는 사람이 직접 전화하는 방식이다. ARS 조사의 경우 녹음된 기계 목소리로 조사하다 보니 응답률이 전화 면접 조사보다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 최근 언론에 발표되는 ARS 조사의 응답률은 대체로 6~8% 정도 되고 있으며 전화 면접 조사의 경우 18~20%로 전화 면접 조사 응답률이 ARS 조사의 3배 정도 된다. 응답률은 낮으면 낮을수록 대표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예컨대 선거 조사의 경우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응답하게 되는데, ARS 조사의 경우 전화 면접 조사보다 이념적으로 좌우 양극단에 가까운 사람이 응답할 가능성이 높다. ARS 조사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언론사에서 ARS 조사 결과가 더 빈번히 발표되는 이유는 주로 비용 문제 때문이다. 전화 면접 조사보다 ARS 조사 비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1980년대 후반 여론 조사 업계에 뛰어들어 당시 전화 면접 조사를 했을 때는 응답률이 40% 가까이 육박했었는데, 지금은 여론 조사로도 민심을 측정하기가 그만큼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둘째는 표본 오차(sampling error)이다. 후보 지지도가 언론에 발표될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일이 표본 오차이다. 일반 국민 1,000명을 조사하게 되면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 오차는 ±3.1%이다. 이는 같은 조사를 100번 했을 때 95번은 오차율 ±3.1% 안에 든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갤럽의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5월 22일 자)를 보면 이재명 후보 45%, 김문수 36%, 이준석 10%로 나타났다. 이 결과에 표본 오차를 적용하면 이재명 후보의 45%는 41.9%~48.1% 안에서, 김문수 후보의 36%는 32.9%~39.1% 안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따라서 표본 오차를 감안 이재명 후보의 가장 낮은 지지도 41.9%와 김문수 후보의 가장 높은 지지도 39.1%를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가 김문수 후보를 앞선다고 통계적으로 말할 수 있다. 만일 두 후보의 격차가 더 줄어들어 표본 오차 범위 내인 6.2% 안에까지 들어오게 되면 이재명 후보가 조사 결과로는 앞서지만, 통계적으로는 두 후보 간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예컨대 현재 5%p 이겼다고 해도 통계적으로는 이긴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은 격차이므로 언제든지 뒤집힐 수 있는 결과라는 것을 후보 진영이나 국민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표본 오차는 읽는 이들로 하여금 여론 조사를 무조건 맹신하지 말라는 사인이기도 하다.
셋째는 무응답이다. 선거 여론 조사는 기본적으로 누구를 지지하느냐를 물었을 때 응답하지 않는 무응답도 응답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무응답자를 버리지 않는다. 선거 예측에서 무응답을 판별해 무응답자가 누구를 지지했는가를 맞추는 게 최고의 기술인데, 이 기술력이 뛰어난 여론 조사 업체가 인정을 받게 된다. 한편, 무응답이 높아질수록 조사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예를 들어 지지하는 후보를 밝힌 응답자가 70%이고 밝히지 않은 응답자가 30%라면 그만큼 후보의 지지도 결괏값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아래 표를 보면 1년 전과 현재 지지도 표(한국갤럽)이다. 여기서 무응답률을 보면 1년 전 38%에서 현재 10%로 뚝 떨어졌다. 선거일이 다가올수록 투표할 후보를 결정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에 무응답률이 자연히 떨어지게 되는 현상이다. 무응답률이 낮으면 낮을수록 그 조사의 지지도 신뢰도는 올라가게 된다. 따라서 선거일이 가까울수록 조사 결과가(조사 원칙을 정확하게 따르는 조사라면) 실제 투표 결과와 비슷하게 가게 되는 것이다.
(표) 대통령 후보 지지도 (2024. 5 vs. 2025. 5 비교, 한국갤럽)
(1) 2024년 5월 (%)
이재명 |
한동훈 |
조국 |
홍준표 |
이준석 |
기타 |
무응답 |
계 |
23 |
17 |
7 |
3 |
3 |
9 |
38 |
100 |
(2) 2025년 5월 (%)
이재명 |
김문수 |
이준석 |
기타 |
없음 |
무응답 |
계 |
45 |
36 |
10 |
0.5 |
7 |
10 |
100 |
(* 항목들의 합이 100이 안 되는 것은 반올림 오차 때문이다.)
이상으로 이번 선거 여론 조사 결과를 읽고 해석할 때 유의할 점들을 살펴보았다. 언론에 발표되는 여론 조사 결과를 무조건 신봉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에서 주요 정당들이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 과정에서 여론 조사를 사용하며, 1%라도 지면 승복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는 앞에서 설명한 통계의 기본 개념인 표본 오차를 무시한 것이다. 여론 조사가 정치 현장에 지나치게 깊숙이 들어와 있다. 이러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여론 조사가 대통령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단순히 온도계 역할만 해야 할 여론 조사가 온도를 만드는 일을 한다.
선거철만 되면 무분별한, 수준 낮은 여론 조사 결과들이 나타난다. 오늘 언급한 사항들을 잘 고려하여 여론 조사 홍수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여러 부정적인 요인들이 있지만, 그래도 여론 조사는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선거를 치르는 당사자들, 그리고 그 결과를 보는 국민들에게 현재의 온도를 보여 주는 유일한 기준점이 된다는 것만은 맞는 말인 것 같다.
1) 목회데이터연구소 대표, 전 한국갤럽 연구본부장.
* <좋은나무> 글을 다른 매체에 게시하시려면 저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02-794-6200)으로 연락해 주세요.
* 게시하실 때는 다음과 같이 표기하셔야합니다.
(예시) 이 글은 기윤실 <좋은나무>의 기사를 허락을 받고 전재한 것입니다. https://cemk.org/26627/ (전재 글의 글의 주소 표시)
<좋은나무>글이 유익하셨나요?
발간되는 글을 카카오톡으로 받아보시려면
아래의 버튼을 클릭하여 ‘친구추가’를 해주시고
지인에게 ‘공유’하여 기윤실 <좋은나무>를 소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