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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발생 직후, 동물 보호 단체들은 불길이 지나간 자리를 뒤쫓으며 화상을 입은 동물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동물 단체들의 연합체인 ‘루시의 친구들’은 경북 안동시에 긴급 진료소를 설치하고, 수의사들과 함께 2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치료하고 보호자를 찾는 대대적인 구조 활동을 벌였다. 수십 명의 활동가들과 180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폐허 속을 돌아다니며 목줄에 묶인 채 남겨진 마당 개, 온몸에 화상을 입은 고양이 등을 구조해 진료소와 동물 병원으로 이송했다. (본문 중)
김영환1)
2025년 3월, 경상북도 한복판에서 시작된 초대형 산불은 바람을 타고 동해 바다까지 번져 모든 것을 삼킨 뒤에야 멈췄다. 진화 과정에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주민과 헬기 조종사 등 30여 명이 목숨을 잃었고, 집과 논밭은 폐허가 되었으며, 피해 규모는 집계조차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거센 불길 속에 사람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늘을 날던 새와 고라니 같은 야생 동물, 울타리 안의 염소와 닭, 마당에 묶인 개와 길고양이까지 수많은 동물들이 함께 목숨을 잃었다.
산불 발생 직후, 동물 보호 단체들은 불길이 지나간 자리를 뒤쫓으며 화상을 입은 동물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동물 단체들의 연합체인 ‘루시의 친구들’은 경북 안동시에 긴급 진료소를 설치하고, 수의사들과 함께 2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치료하고 보호자를 찾는 대대적인 구조 활동을 벌였다. 수십 명의 활동가들과 180명의 자원봉사자들은 폐허 속을 돌아다니며 목줄에 묶인 채 남겨진 마당 개, 온몸에 화상을 입은 고양이 등을 구조해 진료소와 동물 병원으로 이송했다. 시민들도 동물들의 화상 치료를 위해 기꺼이 성금을 모았다.
한때 동물은 단지 사람의 소유물로 여겨졌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긴다. 법적으로는 아직 민법 제98조에 따라 동물이 ‘물건’으로 분류되지만, 현실은 달라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15%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으며, 민간 조사에선 반려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2023년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가족의 범위’에 대한 설문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26%가 “반려동물도 가족”이라 답했으며, 특히 10‧20세대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내 가족으로 생각하는 만큼이나 반려동물을 ‘내 가족’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재난 상황에서 보호자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재난 대응 체계는 철저히 ‘인명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보호자에게 반려동물은 단순한 소유물이 아닌 가족이기에, 혼자만 대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경북 산불 당시 한 동물 단체에 울주군 주민의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이미 마을은 연기로 덮였고 대피 방송도 나왔지만, 그는 반려견 3마리를 마당에 두고 홀로 대피할 수 없었다. 통화 도중 그는 자신이 판단해 보니 “그리 위험하지 않은 것 같다”라며 현실을 부정하려 했고, 단체는 급히 면사무소 상황실에 연락해 “해당 주민이 개들 때문에 대피를 거부하고 있으니, 최소한 개들을 대피소 앞에 묶을 수 있게라도 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행히 주민은 개들과 함께 무사히 대피할 수 있었지만, 이는 예외적인 사례였다. 반려동물을 버릴 수 없어 보호자가 대피를 거부하거나 고통을 겪었던 사례는 2017년 포항 지진, 2019년 강원 산불 등에서도 반복되었다.
일각에선 재난 상황에서 동물까지 챙기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동물을 함께 대피시키지 않으면 사람들이 대피를 거부하게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결과, 2006년 연방법을 제정해 주별로 반려동물 대피 계획을 수립하게 했다. 일본도 반복되는 자연 재해 속에서 제한적이지만 반려동물과 보호자의 ‘동행 피난’을 권장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반려인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있을 뿐, 실제로 대피소 운영을 담당하는 행정안전부는 ‘대피소에는 동물을 데려올 수 없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 결과, 재난 속에서 반려동물은 구조 대상이 아닌 장애물로 취급되고, 가족을 버릴 수 없는 보호자들은 스스로 알아서 대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기후 위기의 심화에 따라 재난은 더 자주, 더 크게 우리 곁에 닥칠 것이다. 재난 앞에서 사람과 동물의 지위를 의식적으로 구분하다가는 정작 사람의 생명이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현실에서 사람과 동물의 안전은 연결되어 있으며, 동물의 안전은 사회 공공의 가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루시의 친구들’은 지난 5월, 산불로 폐허가 된 마을들을 다시 찾아가 열악한 상황에 놓인 반려견들을 위해 개집 44개를 설치하고, 각종 반려동물 용품, 사료 등을 전달했다. 이재민들을 위한 라면 등 구호 물품도 잊지 않았다. 주민들은 자신의 동물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어떤 경우엔 본인의 집이 피해를 당해 없어졌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동물을 도와줘서 고맙다며 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회는 변하고 있다.

안동 산불 현장 ⓒ동물권행동 카라

경북 산불 지역을 다니며 동물들을 진료한 국경없는수의사회 이동진료 차량 ⓒ동물권행동 카라

발바닥에 심한 화상을 입은채 발견된 진솔이 ⓒ동물권행동 카라

안동시에 마련한 긴급진료소에서 진료 중인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안동시에 마련한 긴급진료소에서 진료 중인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안동시에 마련한 긴급진료소에서 진료 중인 모습 ⓒ동물권행동 카라

화재가 덮친 마을에서 구조한 화상 입은 닭 ⓒ동물권행동 카라

루시의 친구들이 밭에 묶여있던 산불피해지역 반려견에게 새집을 선물했다 ⓒ루시의 친구들
1) 숭실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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