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공농성 3개 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그리스도인 긴급 기자회견 후기

“하늘에서 외치는 소리”

 

글: 홍천행 간사

 

하늘에서 외치는 소리를 듣기 위해 모였습니다. 오늘 ‘고공농성 3개 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그리스도인 긴급 기자회견’에 다녀왔습니다.

 

 

세종호텔 고진수, 한국옵티칼 박정혜, 조선하청지회 김형수. 세 명의 노동자가 각자의 일터와 삶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하늘에 올라 있습니다. 해고 동료의 복직, 고용 보장, 부당한 손배소 철회. 이들의 요구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절박한 외침입니다. 고공농성은 땅의 모든 길이 막혔을 때, 자신의 생명을 걸고 사회에 보내는 마지막 신호이자 저항입니다. 합법적인 모든 수단이 외면당하고 대화의 문이 닫혔을 때, 그들은 가장 위험한 곳으로 올라가 우리에게 말을 겁니다.

 

 

가장 높은 곳, 가장 위태로운 곳에서 들려오는 저들의 목소리. 그러나 우리는 믿습니다. 그 절박한 외침이야말로 이 땅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이라는 것을. 예수님이라면 지금 저 고공 위에, 벼랑 끝에 선 이들과 함께 울고 계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우리는 정부는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이 하늘의 외침에 응답하라고 외쳤습니다. 노동자들의 절규는 하늘이 아닌, 바로 땅에 있는 우리가 들어야 할 목소리입니다.

 

 

이들이 안전하게 땅을 밟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그날까지, 그리고 다시는 누구도 하늘로 내몰리지 않는 사회가 될 때까지 함께 기도하고 연대하겠습니다.

 


[고공농성 3개 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그리스도인 긴급 기자회견문]

새 정부는 하늘의 외침에 응답하십시오.

“내가 초소 위에 올라가서 서겠다. 망대 위에 올라가서 나의 자리를 지키겠다.
주님이 나에게 무엇이라고 말씀하실지 기다려 보겠다.
내가 호소한 것에 대하여 주께서 어떻게 대답하실지를 기다려 보겠다.”
(하박국 2장 1절)

 

지금 이 순간, 노조탄압 중단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세종호텔 앞 교통 구조물 위에 오른 고진수 노동자, 니토덴코 자본에 맞서 불탄 공장 지붕에 오른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 박정혜 노동자, 부당한 손해배상 소송 철회를 외치며 서울 한복판의 철탑 위에 오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김형수 노동자가 자신들의 생명을 걸고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해고된 동료의 복직과 고용의 연속성과 정당한 교섭을 요구하며 하늘 위에 올라 있습니다. 땅에서 풀려야 할 외침이 공중에 매달려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신앙을 가진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침묵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정부에 간곡히 요청합니다. 지금 이 순간, 고공에서 하루하루 생명의 위협을 감내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존재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고공농성은 오늘날 대한민국 노동현실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해고, 고용승계 거부, 하청노동자에 대한 교섭 회피,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불평등, 원청과 하청 간의 책임 전가, 그리고 이를 방치하는 정부의 무책임까지. 이 모든 것이 고공에 선 노동자들의 외침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들의 절박한 외침 앞에 정부는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이 사회 전체가 외면해온 문제이며, 무엇보다도 새 정부가 당장 나서서 해결해야 할 시급하고도 절박한 과제입니다.

우리는 이 사태가 더 이상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선언합니다. 이재명 정부는 즉각 이 문제에 개입하여 고공에 선 이들이 다시 땅으로 내려올 수 있도록 대화의 장을 열고, 노사 교섭이 이행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정부는 고공농성 노동자들과 직접 대화에 나서고, 그 요구를 경청하며,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다하도록 중재해야 합니다. 원청의 책임 회피와 교섭 거부가 관행처럼 굳어지는 현실을 바로잡고, 하청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당하게 노동하는 노동자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개혁을 추진해야 합니다.

노동자들이 외치는 것은 단지 임금이나 복직 문제만은 아닙니다. 이들은 “나는 사람이다”, “이 땅에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며 최소한의 존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믿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하셨듯이, 오늘 이 철탑과 옥상에 선 이들과 하나님은 함께하고 계십니다. 신앙은 법 이전에 생명을 말하고, 정의를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요구합니다. 이 땅에서 노동자들의 정당한 외침과 생명의 존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이제 이재명 정부는 침묵이 아니라 이 외침에 응답해야 합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외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금 즉시 하늘의 외침, 노동자들의 목소리에 응답하십시오. 우리는 땅에서의 고통이 해결되지 못해 최후의 수단으로 고공에 올라서는 이 사회의 구조를 반드시 바꾸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지금 철탑 위에 있는 이들이 하루라도 빨리 땅으로 내려올 수 있기를, 그들이 목소리가 외면당하지 않고 사회적으로 해소되기를, 그리고 이 사회가 다시는 노동자들을 고공으로 내몰지 않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소망합니다. 그날이 오기까지, 고공 위의 노동자들이 땅을 다시 딛는 그날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고 기도하고 외치고 행동할 것입니다. 그들의 절규는 하늘이 아니라 우리가 들어야 할 목소리입니다. 지금이 바로 그 응답의 시간입니다.

 

2025년 6월 13일

고공농성 3개 사업장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그리스도인 일동

 

가재울녹색교회, 감리교농촌선교훈련원, 감리교사회선교연석회의, 감리교신학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 감리교신학대학교 예수더하기, 건강한작은교회연합, 고기교회, 고난받는이들과함께하는모임, 공간엘리사벳, 공적교회연구소, 광야에서,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교도시빈민선교협의회, (사)기독교윤리실천운동, 기독교환경운동연대, 기독여민회, 기장민중선교회, 기장제주노회 정의평화생명위원회, 노조법2·3조 개정을 촉구하는 개신교대책위, 다한품공동체, 다함교회,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 대전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사회선교위원회, 대한예수교장로회 열린교회, 돌베개교회, 동녘교회, 동도교회, 맑은샘교회, 모두의교회 P.U.B., 미곡교회, 빈들교회 기후정의평화위원회, 사회적협동조합 길목, 새길교회, 새맘교회, 생명평화교회, 섬돌향린교회, 성림역사문화문제연구소, 성문밖교회, 성서대전, 성서한국, 세종호텔 정리해고 철회를 위한 개신교대책위, 실천여성회 판, 영광제일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예수살기, 예지교회, 오산이주노동자센터, 옥바라지선교센터, 옥합교회, 일본기독교협의회, 일본NCC-URM위원회, 장로회신학대학교 사회선교모임, 정의평화기독인연대, 제일대한기독교회 전국교회여성연합회, 천안살림교회, 청어람ARMC, 촛불교회, 충주베델교회, 타원형교회, 평화교회연구소, 포도나무교회, 한국교회인권센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와사회위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와사회위원회, 한국기독교장로회 서울북청년연합모임 엇박, 한국기독교장로회 청년회전국연합회, 한국기독청년학생연합회, 한국기독청년협의회EYCK, 한국에클레시아생명학연구원, 한국여신학자협의회, 한국YWCA연합회,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 민중신학회, 한일반핵평화연대, 함께.걷는.교회, 향린교회, 협성대학교 예수걸음, 협성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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