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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환경 운동 역사 30년 동안 자연은 얼마나 지켜지고 얼마나 사라졌을까? 풀씨행동연구소가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산림 면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753.05㎢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1.2배 수준인데, 지난 30년 동안 하루 평균 축구장 약 10개 크기의 숲이 사라진 꼴이다. (본문 중)
신재은(숲과나눔 풀씨행동연구소 소장)
한반도 대운하 논란이 한국 사회를 강타한 바로 그해, 나는 환경 분야 활동가로 사회의 첫발을 디뎠다. 4대강 사업과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 등 개발 현안에 대응하면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활동가로 사는 일은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함께 고민하는 다양한 분야의 선량한 사람들과 힘을 모으는 멋진 일이지만, 대규모 개발 사업이 가진 환경적 문제점을 찾아보고 개선을 요구하는 활동은 종종 무기력함을 느끼게 한다. 개발을 원하는 세력은 힘이 세고 수가 많고 자본도 크기 때문이다. 이 많은 개발 사업을 그저 계속 뒤꽁무니만 쫓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계속 쫓아가면 끝은 있을까. 우리는 얼마나 승리한 것일까. 수많은 물음표가 내 활동을 따라왔다.
한국의 자연 손실
대한민국 환경 운동 역사 30년 동안 자연은 얼마나 지켜지고 얼마나 사라졌을까? 풀씨행동연구소가 지난 30년 동안 우리나라의 산림 면적 변화를 분석한 결과 전국적으로 753.05㎢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서울시 전체 면적의 1.2배 수준인데, 지난 30년 동안 하루 평균 축구장 약 10개 크기의 숲이 사라진 꼴이다. 개발로 인해 손실되는 자연의 속도가 이렇게 빠른데 우리의 운동은 유의미하게 자연을 보전하고 있는 것인지 고민스러워진다.
전국적으로는 손실이 우세했지만, 지역별로 따져보면 조금 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산림 면적이 늘어난 지자체들도 있다. 특별시‧광역시 단위에서는 인천과 서울 등에서 산림 면적이 증가했고, 도 단위에서는 전라남도와 경상북도에서 산림 면적이 늘어났다. 반면, 감소가 가장 큰 곳은 충청남도와 충청북도, 경기도 등이었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는 더 이상 사라질 자연이 남지 않을 정도로 개발이 진행되고, 서울에서 흘러넘친 개발 여파가 경기 남부와 충청 지역 일부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
자연의 손실을 야기하는 개발 유형을 분석하기 위해 1980년부터 2021년까지의 환경영향평가 사업 총 5,757건을 분석해 보았다. 개발 사업 유형으로는 도로 건설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는 도시 개발, 산업 단지 조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대별 사업 유형에 따른 개발 사업 수를 평가해 보니 2000년대에 가장 많은 개발이 진행되었다. 한국은행 건설 투자 동향에서 토목 공사 역시 비슷한 추이를 나타낸다. 197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토목 분야 투자가 1990년대 후반에 주춤하더니, 2000년대 후반에 정점을 찍고 하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경제성과 안전성을 외면한 채 무리하게 추진된 동강댐 건설이 실패한 이후 토목 투자의 마지막 러쉬가 4대강 사업이 아니었을까. 이 과정에서 도시 개발과 기반 시설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은 빠르게 훼손되었고, 보전은 늘 후순위였다.
세계의 자연 손실
지난 반세기 동안의 자연 손실은 한국만의 이슈는 아니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개체군의 변화를 평가한 지구생명지수는 73% 감소했다. 개체군 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서식지 손실과 파괴, 과잉 착취, 외래종과 질병, 오염 그리고 기후변화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위협은 각종 개발로 인한 자연 서식지의 손실과 파괴다. 인간의 활동은 땅의 75%, 바다의 66%를 심각하게 변화시켰다. 현재의 손실 속도로는 2050년까지 지구의 10% 이하에 해당하는 면적만이 인간의 영향에서 벗어날 것이다.
문제는 이미 취약해진 생태계에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의 충격이 가해지면서 자연의 붕괴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속화되는 자연의 손실은 멸종 위기종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체감하든 그렇지 않든 인간 역시 생태계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토지 황폐화는 농업 생산성을 감소시키고, 꽃가루를 옮겨주는 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가 사라지면 작물 생산도 위험에 처한다. 식량이나 용수 문제 외에도 자연은 폭염을 완화하고, 홍수를 조절하며,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다양한 생태계 서비스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자연이 사라지면 기후 위기 역시 가속화된다. 지구의 절반을 인간의 영향을 규제하는 보호 지역으로 지정해야 현생 종의 85%가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자연’이 필요하다
이 같은 추세 속에서 더 이상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보전에서 회복으로, 자연의 손실을 멈추는 것을 넘어 복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보호와 복원을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다양한 규제와 인센티브 수단을 국가 제도 전반에 반영해야 한다. 2022년 유엔 생물다양성협약(CBD) COP15에서는 ‘자연을 위한 파리 협약’이라고 불리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 다양성 프레임워크”를 채택하고, 2030년까지 전 세계 육지와 바다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할 것을 핵심 목표로 합의했다. 현재 한국의 보호 구역 비율은 육상 약 17.8%, 해양 약 1.84% 수준이다.
생물 다양성 손실을 멈추고 생태계 회복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 세계적 약속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각 국가의 지역 차원 노력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국가별 목표를 관리하기 위한 국가 생물 다양성 전략은 한국에서 실효성 없는 제도나 다름없다. 국토 계획과 환경 계획의 연계 미비, 보상 체계 미비, 이행 관리 부족 등 여러 이유로 실질적 확대는 정체되어 있다. ‘더 많은 자연’(Nature Positive) 캠페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캠페인의 주된 제안은 세 가지이다. 첫째, 국가 생물 다양성 전략의 법적 의무화다. 현재, 이 전략은 5년 주기로 수립되지만, 선언적 계획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중앙 정부와 지자체, 기업이 각자의 역할을 책임 있게 수행하도록 강제할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둘째, 감시 및 평가 체계의 강화다. 생물 다양성 위원회가 이름뿐인 기구가 아니라, 실제로 계획의 이행을 감시하고 평가하며 필요시 제재할 수 있는 권한을 갖춰야 한다. 실행하지 않아도 되는 전략은 전략이 아니다. 셋째, 경제적 수단과 인센티브 도입이다. 생태계 훼손에 대한 복원 책임을 부과하고, 복원 활동을 독립적으로 평가하고 인증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업, 지자체, 기관이 개발만큼 복원에도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
‘더 많은 자연’을 위한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
제안과 약속만으로는 변화가 시작되지 않는다. 보전과 복원을 원하는 세력이 더 힘이 세지고 수가 많아지고 지원도 커져야 한다. ‘더 많은 자연’은 단기적인 공약이 아니라, 꾸준하고 세심한 행정과 사회적 합의, 제도적 보완이 요구되는 과제이다. 풀씨행동연구소는 현재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법 개정, 생태 회복 관련 예산 확대, 지역 단위 생태계 복원 시범 사업 설계 등 후속 과제를 제안하고 있으며, 관련 입법을 위한 연대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더 많은 자연’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캠페인이다. 그 여정에 함께할 더 많은 사람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참고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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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씨행동연구소(2024). “GIS를 통한 한국의 자연손실 평가(1990~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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