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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논란은 미디어가 재현하는 이미지는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여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소비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비단 방송인들뿐만 아니라 개인 방송 채널이나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마주하는 모든 이미지가 마찬가지이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이를 주장해 왔음에도 여전히 이미지의 배신에 나라가 들썩이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사회에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본문 중)
이민형(성결대학교 파이데이아학부 교수)
올해 초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에 관한 논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고 있다. 더본코리아 제품의 원산지 및 가격에 대한 의혹, 더본코리아 프랜차이즈의 운영 문제, <골목식당> 사익화와 예산시장 사유화에 대한 비판, 그리고 음식을 다루는 사람으로서의 자질에 대한 의문 등, 그의 사업과 행적, 그리고 인격 전반에 걸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 중 일부는 법원 소송까지 진행 중이라고 하니 상황이 심상치 않다. 물론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았고, 제기된 의문의 진실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인지라 위에서 열거한 내용만을 바탕으로 어떠한 비판을 제기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론이 나지 않은 논란에 대한 성급한 평가는 자칫 당사자나 피해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련의 상황을 주목할 필요가 있는 이유는, 백종원 대표에 대한 대중의 심리가 극적으로 변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오은영, 강형욱과 함께 “대한민국 3대 선생님”으로 불리던 그가 이제 ‘파묘’의 대상이 되었다. ‘파묘’란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을 목적으로 그 인물의 과거의 행적과 언행을 낱낱이 파헤쳐서 논란거리로 만드는 행위를 의미하는 온라인 언어이다. 백종원 대표가 이런 “파묘”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은 단순히 “3대 선생님”의 전당에서 내려왔다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를 선생의 반열에 올렸던 수많은 대중이 그에게서 돌아섰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동안 ‘선생님’이었기에 할 수 없었던 반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토록 격한 대중의 변심에는 백종원 대표에 대한 배신감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대한 논란을 다루고 있는 기사나 영상에 남겨진 댓글들을 보면, 기대했던 모습과는 다른 그의 언행에 실망했다는 내용이 많다. 근 10년간 이어온 그의 행적인데, 그동안은 긍정적인 평가의 이유였던 그것이 이제 와서 실망의 근거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혹 백종원이라는 인물의 두 가지 면모가 상충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은 아닐까? 이번 논란을 잘 살펴보면 그 중심에는 두 명의 인물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방송인 백종원과 더본코리아 대표 백종원. 다시 말해서 작금의 논란은 백종원 대표가 그동안 방송을 통해 보여 준 이미지와 그의 행적에서 드러난 실체 사이의 괴리에서 오는 배신감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 스틸컷 ⓒNETFLIX
잘 생각해 보자.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백종원”은 수수한 외모와 어눌한 말투에서 오는 친밀감, 영세 상인이나 시장 상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얻은 인지도, “서민을 위한,” “상생”과 같이 그가 방송에서 자주 사용하던 표현 등이 조합되어 만들어졌다. 하지만, 선하고, 순박하고, 공익을 추구하는 그의 이미지는 미디어를 통해 재현된 “백종원”일 뿐 실재가 아니다. 대중은 그러한 매개된 방송인 백종원에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실 그동안 알려진 그의 삶의 궤적을 살펴보면 그는 매우 해박한 음식/요리 지식을 가진 사업가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가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력은 모두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를 지향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다. 냉정하게 말해서, 그런 그를 “선생님”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은 방송인 백종원의 이미지를 만든 미디어와, 그 이미지에 근거해 백종원 대표의 순박한(?) 행동을 기대한 대중이다.
물론 백종원 대표를 옹호하고, 대중을 탓하려는 것은 아니다. 논란의 사실 여부는 밝혀져야 하고, 범법 행위가 있다면 처벌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 백종원 대표를 향한 대중의 분노는 결국 이미지의 배신에서 오는 결과라는 점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그가 그러한 이미지를 사업적 이익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였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이익을 극대화하지 않는 사업가가 있던가? 그들은 늘 그런 식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고, 매출을 올렸다. 백종원 대표 역시 그동안 서민적인 이미지를 활용하였을 뿐이고, 이제 그것의 유효 기간이 끝난 것이다. 실제로 백종원 대표는 사과 영상을 통해 더 이상 방송 출연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디어의 입장에서야 좋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출연자를 잃은 것이겠지만, 사업가 백종원 대표가 방송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잃을 것은 없다. 오히려 이미지의 배신으로 인한 사업 손실을 최소화하겠다는 냉철한 사업가의 판단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 씁쓸한 현실 앞에 남은 것은 그동안 방송인 백종원을 응원하던 대중의 허무한 마음이다. 안타깝게도 아무도 그 마음에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번 논란은 미디어가 재현하는 이미지는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여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소비를 끌어내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비단 방송인들뿐만 아니라 개인 방송 채널이나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마주하는 모든 이미지가 마찬가지이다. 이미 많은 학자들이 이를 주장해 왔음에도 여전히 이미지의 배신에 나라가 들썩이는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그만큼 이 사회에 미치는 미디어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논란이 터진 후 뒤늦게 시행하는 징벌적인 파묘는 지혜로운 대응이 아니다. 이미 속을 대로 속은 후에 분노를 표출해 봐야 크게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늘 이미지를 이용하고, 유효 기간이 끝나면 폐기하고, 잊힐 때쯤 다시 새로운 이미지로 대중의 시선을 끌어왔다. 따라서 오늘날의 대중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미디어를 잘 읽고, 적절하게 소비하는 능력이다. 이를 미디어 문해력이라 하는데, 이는 비단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백종원 대표 논란뿐만 아니라 (교계를 포함한) 우리 주변의 여러 영역에 적용할 수 있다. 미디어에 비친 이미지를 만들어진 이미지로 이해하고, 딱 그 정도의 관심과 신뢰만을 주는 것에서 시작할 수 있겠다. 이제 우리는 그만 속을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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