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와 미세 플라스틱 문제(유미호)

유미호(기독교환경교육센터 살림 센터장)

담배꽁초와 미세 플라스틱 문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쓰레기는 담배꽁초다.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그 유해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작은 담배꽁초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특히 담배꽁초는 미세 플라스틱 문제의 주요 원인이 된다.

담배꽁초 필터의 주성분은 ‘셀룰로스아세테이트’라는 플라스틱이다. 이 플라스틱 필터는 자연환경에서 햇빛, 습기, 물리적 마찰 등에 의해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된다. 이렇게 분해된 미세 플라스틱은 하천을 통해 바다로 흘러 들어가 해양 미세 플라스틱 오염의 주요 원인이 된다. 국제 해양 환경단체인 해양보존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32년간 전 세계 해변에서 수거한 해양쓰레기의 1/3이 담배꽁초”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버려지는 담배꽁초의 양은 무려 4조 5천억 개에 달하며, 이는 해양폐기물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담배꽁초의 환경적 영향

담배꽁초의 문제는 단순히 그 양에만 그치지 않는다. 담배꽁초 필터에는 1만 2천 개의 가는 플라스틱이 포함되어 있어 자연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이 걸린다. 더욱 심각한 것은 담배꽁초를 통해 담배 내에 있던 비소, 납, 니코틴 등 7,000여 가지의 화학 물질이 유출된다는 점이다. 이 중 50여 가지는 발암 물질로, 수생 생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유해 물질은 물에 녹아 수질 오염을 일으키고, 미세 플라스틱은 해양 생물에 흡수되어 먹이 사슬을 통해 결국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 해안에서 수거한 쓰레기 중 22.5%가 담배꽁초였다. 이는 환경 위해성으로 주목받는 플라스틱 빨대(해양 폐기물의 0.02%)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이처럼 작은 담배꽁초들이 모여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시민 참여와 지구 돌봄 활동

다행히도 이러한 담배꽁초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해결하려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구시민연합’은 지구시민의 날을 기념해 “지구시민이 대한민국을 청소합니다”라는 주제로 “담배꽁초 어택 플로깅(Attack Plogging)”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또한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지구를 닦는 사람들’은 지난해 11만여 개의 담배꽁초를 수거했으며, ‘담배꽁초 어택 시민모임’은 담배 제조사에 담배꽁초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성경은 우리에게 “땅을 경작하며 지키라”는 청지기적 사명을 부여한다(창 2:15). 이는 권리가 아니라 창조주의 뜻을 따라 창조 세계를 돌보아야 할 영적 의무이다. 담배꽁초를 무심코 버리는 행위는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로 빚어진 피조물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행동이며, 이는 곧 창조주의 뜻을 거스르는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는 우리에게 잠시 맡겨진 거룩한 선물이며, 모든 생명체와 미래 세대를 위한 소중한 성전이다. 작은 담배꽁초 하나가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모든 것이 하나님의 신비로운 섭리 안에서 연결되어 있음을 증거하며, 이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 안에서 한 몸’(고전 12:12)이라는 영적 진리와 깊이 통한다.

담배꽁초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방안

담배꽁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여러 방안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흡연자들의 인식 개선이다. 많은 흡연자들은 담배꽁초의 환경적 유해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담배꽁초가 미세 플라스틱의 원인이 되고, 유해 물질을 방출하며,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야 한다. 또한 흡연 구역과 담배꽁초 수거함을 충분히 설치하여 흡연자들이 담배꽁초를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담배꽁초의 올바른 처리는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성경의 가르침과도 연결된다. 나의 작은 행동이 이웃과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하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는 것은 기독교적 가치와도 일치한다.

시민 참여형 지구 돌봄의 중요성

담배꽁초 수거 활동에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지구시민연합의 플로깅 캠페인처럼 일상에서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지구 돌봄 활동은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활동은 환경 인식을 높이고, 참여자들에게 성취감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 주어 지속적인 참여로 이어진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공동체 지구 돌봄 활동 참여자들은 개인적인 실천에도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단 100분 동안의 플로깅으로 5,452개의 담배꽁초를 수거한 사례는 짧은 시간에도 상당한 환경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수거 활동은 담배꽁초 문제의 심각성을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시민들의 인식 변화를 가져온다. 또한 “나 한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무력감을 넘어, 하나님이 각 사람에게 주신 작은 능력들이 모여 창조 세계를 회복하는 거룩한 사역으로 확장됨을 깨닫게 한다. 이는 성경의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눅 16:10)라는 말씀과 상통한다. 담배꽁초 하나를 줍는 사소한 행동이 지구 환경을 지키는 중요한 첫걸음이 될 수 있다.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여 사회의 환경 의식을 높이고 궁극적으로 정책과 제도의 변화를 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생산자 책임과 제도적 해결책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담배 제조사의 책임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를 확대하여 담배 제조사가 담배꽁초 수거와 처리에 더 적극적인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재정적 부담이 아닌, 환경 보호를 위한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제조사가 담배꽁초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게 하는 것이다. 담배 제조사는 환경친화적인 담배 필터 개발 연구에 투자하고, 생분해성 필터나 미세 플라스틱 발생을 줄일 수 있는 대안 소재 개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담배꽁초 무단 투기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처벌 체계를 구축하며, 체계적인 환경 교육을 통해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직장, 지역사회 등 다양한 공간에서 담배꽁초의 환경적 영향에 관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의 환경 의식을 고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접근은 사회정의의 실현이며, 기독교적 관점에서는 공동체의 공공선을 추구하는 일이다. 모든 구성원이 함께 책임을 나누고 환경 보전에 동참함으로써 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청지기로서의 사명과 실천

작은 담배꽁초 하나가 우리의 환경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광범위하다. 일상에서 무심코 버려지는 이 작은 물체가 생태계 전반에 걸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각자의 위치와 역할에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찾아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아름다운 세계를 사랑하고 보전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 “네가 이 땅에 있는 동안 땅을 잘 돌보아라”라는 창조주의 부르심에 진심으로 응답하여,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지구, 우리가 매일 마시는 물,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이 담배꽁초로 인한 미세 플라스틱과 다양한 유해 물질로 오염되지 않도록 공동체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개인의 작은 관심과 일상 속 사소한 실천들이 모여 우리의 소중한 지구를 지키고,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던 창조 세계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데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다. 지구 돌봄은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현세대와 미래 세대 모두를 위한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임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