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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숍에서 반려동물을 거래하는 행위는 상업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나, 거래의 이면에선 필연적으로 동물 학대에 가까운 동물 복지 문제가 발생한다. 전자 제품 매장에 스마트폰이 진열되어 있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1-2개월이면 훌쩍 커버리는 새끼 강아지와 고양이가 ‘항상’ 진열대에 전시되게 하려면, 생명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되지 않은 생명은 폐기하는 산업 구조가 강요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번식과 공장식 사육, 팔리지 않은 동물의 방치와 폐기 등 동물 학대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본문 중)
김영환1)
가족의 개념은 변화한다. 한 마을에 모여 사는 친인척 어르신까지도 가족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고, 엄마 아빠 자녀로 이루어진 핵가족을 가족이라고 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근래에는 더욱 다양한 가족 형태들이 인정된다. 2024년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내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4.2%가 반려동물을 키운 경험이 있으며, 현재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중 59.8%는 ‘반려동물을 사람 가족과 동일한 수준으로’, 35.6%는 ‘사람과 동일한 수준까진 아니지만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여 년 전만 해도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대하는 사람은 유별난 사람으로 취급되기도 했지만, 최근엔 그러한 태도 자체가 비난이나 평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문화는 더 이상 서구 사회만의 것이 아니다.
지난 6월 19일 유럽 의회는 개와 고양이의 복지와 추적 시스템에 관한 법안을 의결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유럽 연합 전역에서 반려동물을 더 이상 펫 숍 진열장에 전시하거나 판매할 수 없게 금지하는 것이다. 또한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반려동물을 수입한 후 다시 재판매하는 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모든 개와 고양이를 마이크로칩으로 등록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은 EU 이사회와 협의하여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유럽 연합뿐만 아니라 이미 많은 선진국들이 반려동물(주로 개, 고양이)의 펫 숍 진열과 판매를 금지한다. 영국은 지난 2020년 개와 고양이의 펫 숍 판매를 금지하고 소비자는 오직 유기 동물 보호소와 소규모 전문 브리더와만 직거래를 허용하는 루시 법(Lucy’s Law)을 시행했다. 프랑스는 2024년부터 펫 숍에서 개와 고양이를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을 금지했고, 미국과 호주의 일부 지방 정부들도 펫 숍에서의 동물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펫 숍에서 반려동물을 거래하는 행위는 상업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나, 거래의 이면에선 필연적으로 동물 학대에 가까운 동물 복지 문제가 발생한다. 전자 제품 매장에 스마트폰이 진열되어 있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없다. 그러나 1-2개월이면 훌쩍 커버리는 새끼 강아지와 고양이가 ‘항상’ 진열대에 전시되게 하려면, 생명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비되지 않은 생명은 폐기하는 산업 구조가 강요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불법적인 번식과 공장식 사육, 팔리지 않은 동물의 방치와 폐기 등 동물 학대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우리나라도 지난 2016년 반려동물을 생산하는 소위 ‘강아지 공장’의 실체가 여러 방송에 폭로되며 큰 사회 문제가 되었다. 불법 동물 마취제와 발정 유도 약물, 커터 칼을 이용한 번식 업자의 엉터리 제왕 절개 수술, 팔리지 않은 동물들의 번식 재이용 등 처참한 현실에 분노한 동물 단체와 시민들은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해 일부 법령이 개정되었지만, 여전히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행위 자체는 금지되지 않았다. 2023년에도 정부 허가를 받은 경기도의 합법 번식장에서 모견의 배를 가위로 가르거나 사체를 냉동 보관하며 1,420여 마리의 개들을 끔찍한 환경에서 사육한 사건이 발생했고, 경기도 내 다른 지역의 번식장에선 폐기된 강아지 1,500마리를 처리 업자가 고의로 굶겨 죽인 사건이 발생해 국내 반려동물 생산 판매업의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인식과 반려동물을 생산·판매할 수 있다는 인식은 논리적으로 양립하기 어렵다. 가족을 사고파는 것에 동의하는 사회는 없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 학대적 요소가 동반된다면 더욱 그렇다. 반려동물 문화 확산에 적극적인 동물 보호 단체들은 2023년 영국의 루시 법(Lucy’s Law)을 참고하여 반려동물의 펫 숍 판매를 금지하는 ‘한국형 루시 법’(“동물보호법” 개정안)을 국회와 함께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로 법안이 폐기된 바 있다.
현재의 반려동물 생산 판매 방식에 대해 우리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단순히 ‘합법적으로’, ‘동물에게 고통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하면 괜찮다는 생각은 현실에서 그다지 유효하지 않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은 ‘가족으로 맞이할 반려동물을 사고파는 것 자체가 옳은가?’라는 것이다. 생명을 물건처럼 거래하는 구조에서는 결국 이윤이 생명보다 우선되고, 그 안에서 반려동물은 가족이 아니라 수단이 된다. 많은 나라들이 반려동물 판매 금지를 법제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려동물 펫 숍 판매 금지는 단순히 동물 복지의 향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의 존재를 인간의 소비와 분리하겠다는 선언이다.
이미 많은 시민들이 유기 동물을 입양하고, 공장식 번식의 실태에 분노하며, 반려동물은 매매의 대상이 아니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법은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정의하고, 펫 숍 진열장에는 매일 새로운 새끼 동물들이 진열되어 있다. 최근 국회에서 다시 한국형 루시 법을 발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단순한 법 개정을 넘어,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고 인간과 동물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로 향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국내외 반려동물 산업과 문화의 흐름을 고려할 때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해 보인다. 남은 것은 생명의 가치를 위해 기존 산업을 전환하는 선택과 용기다.
1) 숭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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